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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어릴적 은식기만 쓰셨다는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0. 7. 20.

주방살림은 90%이상 시어머니로 부터 제공 받았다. 

사용하시던 걸 주시거나, 사 놓고 안쓰신 물건들을 주셨고, 또 많이 새로 사주셨다. 

스푼 나이프 포크 티스푼... 이런 식기류도 우리가 직접 장만한게 하나도 없다. 

나이프는 따로 세트를 사주셨고 스푼과 포크 그리고 티스푼은 시어머니께서 어릴적부터 사용하시던거라고 하시며 장롱에서 묵직한 물건을 꺼내서 나에게 주셨다. 그러니까 시어머니의 어머니부터 사용하시던 물건들이다. 

"와~ 저 이거 너무 좋아요!" 

"내가 어릴적 우리집에서는 은식기만 사용했단다. 그래서 나는 다른집도 다 그런 줄로만 알았지뭐니."

"와~ 부자셨군요!!"

"난 여전히 프린세스란다. 미셸은 항상 나를 프린세스로 대해 주거든. 호호~"

아... 나도 은포크 쓰면서 저런 말 써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 롤모델이시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프랑스어로 아흐정(argent) 이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을 뜻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예전에 은화를 화폐로 사용하던 시절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자서방이 말해주었다. 

세척을 위한 제품들도 함께 주셨고, 닦는건 어렵지 않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 집에 왔던 첫 날, 시어머니께서는 우리 부부가 사용할 만큼 몇개만 꺼내서 모두 닦아주고 가셨다. 세척되지 않은 것들중에는 공기와 접촉해서 변색된 것들도 꽤 있었다. 

오늘 아침에는 문득 모두 꺼내서 세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서방이 출근한 후부터 꼼꼼히 세척을 시작했는데 장장 2시간이 걸렸다!!!! 생각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시어머니께는 저것과 같은 묶음이 하나 더 있으신데 그건 시동생네에 줄거라고 하셨다. 공평하게- ) 

하얀 스폰지에 약품을 묻혀서 꼼꼼히 닦고 물로 씼었는데 스폰지도 내 손도 모두 까매졌다. 포크와 스푼들만 반짝거릴 수 있다면 내 손쯤이야..ㅠ.ㅠ 아무리 씻어도 손톱밑에는 까맣다 ㅋㅋ

 

시어머니께서 고양이들 사진과 함께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뭐하니? 이따 점심 먹으러 올래?"

"저 이른 아침부터 은스푼 닦기 시작해서 이제 다 마쳤어요."

내 손 사진도 보내드렸다. 

혐짤이라 명도 최고치...

"아참 그거 닦을땐 장갑을 끼고 닦으렴."  

"너무 늦었네요." 

"그렇구나..." 

그리고 잠시 후 시어머니의 추가 메세지. 

"기왕 니 손이 까매졌으니... 우리꺼도 닦아줄 수 있겠구나!"

그런말씀 해지마요...

평소 쓰는거만 넉넉히 4개씩 꺼내놓고 공기가 통하지 않게 모두 지퍼백으로 말아놨다. 

나중에 손님 올때 꺼내서 쓰고 다시 저렇게 계속 보관해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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