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린 그날이 왔다. 바로 무스카델을 만나는 날 말이다!
브리더가 살고 있는 파리까지 다녀오기 위해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아직 어둑어둑한데다 날씨도 예상보다 더 쌀쌀했지만 기분만큼은 최고로 좋았다.
시댁앞에서 시어머니를 픽업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오랫만에 만나는 절친이신 브리더에게 주기 위해 이것저것 많이도 바리바리 준비하셨다. 미라벨 3상자와 퀘치(서양자두) 한상자 그리고 미라벨 잼과 귀하게 포장하신 소세지도 두개 들어있었다. (특히 미라벨은 파리에서는 비싼데 맛이 없다고 하셨다.)
사실 무스카델을 거의 무료나 마찬가지로 주시는거라서 고마움에 대한 표현도 있을것이다.
나는 일부러 뒷좌석에 앉고 시어머니를 보조석에 앉으시게 했다. 자서방 운전하는데 길안내도 도와주시고 말동무도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말이다. 평소에 나는 두사람과 자주 만나지만 두사람은 서로 만날 기회가 많지가 않으니...
정말 파리가는 3시간 반동안 둘의 수다는 끊이질 않았다. 즐겁게 웃으며 수다떠는 모자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찬공기가 상쾌하지만 아직은 어둑어둑한 하늘.
시어머니께서는 파리에 사는 조카 마리에게는 절대 비밀이라며 신신당부하셨다.
"파리까지 왔는데 안보고 간다고 서운해 할까봐 브리더랑 중간지점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거짓말 했단다. 코로나만 아니면 잠깐 만나서 점심이라도 같이 먹으면 좋지만 상황이 아니잖니. 나중에라도 혹시 말실수 하면 안된다, 알았지?"
브리더의 집에 가까워질 수록 우리는 소리쳤다.
"무스카델! 10분후에 보자!"
"무스카델! 우리가 간다!"
브리더의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동안 참가한 고양이 콘테스트들의 증거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트로피도 많고...
그분은 시어머니의 선물들을 가득 받고서 너무나 고마워하셨다.
알고보니 시어머니와 완전 절친이셨다. 인사를 생략하고 서로 농담먼저 건넬 만큼 말이다.
그리고 곧 우리는 발밑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을 깨달았다. 여기저기 아깽이들이 몰려나와 있어서 자칫하면 밟을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들 경계심이 없어서 자꾸 발밑으로 다녀 ㅋㅋㅋ
성묘를 입양하러 왔지만 어린 아깽이들을 본 순간 나는 이미 눈이 돌아갔다. ㅋㅋ
사실 나 뿐이 아니라 자서방과 시어머니도 마찬가지셨다. 괜히 자꾸 나더러 한마리 고르라고, 내가 원하면 자서방이나 시어머니 둘중에 누구라도 당장 결제 해 줄 분위기였다 ㅎㅎ
나는 계속 아깽이들을 쫒아다녔다.
얘는 마다가스카르 알락꼬리 원숭이같이 생겼다 ㅎㅎㅎ 시어머니께서 찜했다고 하신 아깽이다ㅋ 조만간 정말로 데려오실것 같기도...
쟤는 하도 저기에 올라가 있어서 아래가 내려앉았다고 브리더의 남편분이 나더러 웃으며 보여주셨다. 테이프로 여러번 붙여놨는데 자꾸 저기만 올라간다고 ㅎㅎ
시어머니: "나는 얘로 골랐단다. 요용, 넌 골랐니?"
"저는 얘요! 자서방이 흰고양이 항상 좋아했어요."
우리 시어머니는 자꾸만 농담으로 장바구니에 고양이를 담는 시늉을 하시며 나에게 과장된 표정으로 사인을 보내셨다.
"네 가방에도 하나 들어갈 수 있겠는데?"
"그럼요. 기회를 보고있을 뿐이지요."
자서방은 우리 대화를 듣더니 브리더에게 은밀히 말했다.
"우리가 이집을 떠나기 전에 꼭 아기고양이들을 세어보세요. 와이프나 엄마중에 한마리 숨겨갈지도 몰라요."
실제로 브리더는 우리가 나갈때 큰 소리로 아가들 머리수를 세어서 다같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ㅋㅋㅋ
뚜둥-
화기애애하고 화사한 분위기속에 갑자기 복학생오빠가 들어왔다.
아무리 여러마리가 뛰어다녀도 발소리도 안나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그는 등장하기도 전에 무거운 발소리로 갑분싸를 불러왔다. 짤뚱한 다리로 어찌나 시끄럽게 뒤뚱거리며 걸어다니는지 ㅋㅋㅋ 나는 보자마자 정감이 가서 깔깔 웃었다. 정말로 새내기때 오리엔테이션갔다가 방에 머리에 젤을 잔뜩 바른 복학생오빠가 들어와서 대화가 딱 끊어지는 그런 장면같달까 ㅋㅋㅋㅋㅋ
냥이들이랑 어울리고 싶은데 냥이들 눈에 이 오빠는 투명인것 같다 ㅋㅋ 아무도 안놀아줘ㅎㅎ
사람들도 슈나우저에게는 모두 무신경하고 내가 몇번 쓰다듬어줬더니 아예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빤히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ㅎㅎㅎ
슈나우져가 이렇게 컸던가. 아니면 아깽이들 사이에 있어서 더 커 보이는건지 ㅋㅋㅋ
브리더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는 동안 남편분이 나의 무스카델을 데리고 오셨다.
케이지속의 무스카델을 보는 순간 후광이 비취면서 소름이 쫙 돋았다.
아깽이들은 이제 눈에 하나도 안들어오고 세상에서 제일 예쁘 고양이가 내 품으로 오는구나 싶어서 너무너무너무 행복해졌다.
옆에 친구들이 몰려와서 막 확인한다. 어디가냐고ㅎㅎㅎ
무스카델은 꽤 어리둥절해 보였지만 굉장히 순했다.
브리더가 특별히 아끼던 고양이라 아무리 사람들이 물어봐도 분양기회를 주지 않았는데 어쩌다 우리에게로 오게 되었다. 브리더는 우리 시어머니를 믿기 때문에 무스카델이 우리와 살면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는것도 안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슬프지만 보내주게 되어서 기쁘다고-
만나서 반갑다 아가야! 앞으로 우리 잘해보자. 낭시에서 우리 함께 행복하게 사는거야!!
다음편에 이야기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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