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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결국 위 아래층에 층간소음 항의를 했다.

by 낭시댁 2020. 10. 9.

내일 드디어 프랑스어 의무교육 100시간이 되는 날이고 나는 중간 테스트를 보게된다. 점수가 괜찮으면 나머지 100시간은 생략할 수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집에와서 샤워를 하자마자 복습에 돌입했다.

그런데 오늘 층간소음은 유난히 심했다!!!

우선 아랫층 기타치는 청년은 오늘따라 노래까지 곁들이는데 목이 쉬도록 열창을 하고 있었고, 동시에 우리 윗층 아줌마는 오늘따라 쿵덕쿵덕 천장이 무너질 듯 뛰고 있었다. 

으아...

 

시끄러~~~~~~~!!!!

 

기타청년의 노래는 클라이막스에서 한참동안 내려오지를 않고 신들린 애드리브가 계속 이어지고있어서 나까지 숨이차는 기분이었다. 혼자듣기 아까워서 녹음을 하기시작했다. 나중에 시어머니께 들려드려야지 ㅋㅋㅋ 고음 애드리브가 육성과 가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걸 보니 꽤 실력은 타고 난것 같다. 그런데 호흡이 딸리는것 같아서 연습이 필요하긴 할것 같다. 사실 가수 지망생이라면 난 이해해줄 용의가 있음. (사실 우리집 바로 아랫층은 빈집이고 그 청년은 대각선 아랫집...)

내가 핸드폰을 쥐고 벽에 한참 붙어있으니 무스카델이 옆에 와서 내 다리를 비벼댔다. 

 

 

곧 자서방이 퇴근해서 집에 왔고 녹음한걸 들려주려고 했는데 이미 자서방은 아랫층 윗층에서 들려오는 소음을 듣고 정색을 했다. 

"아랫층 총각이 가수가 될 모양이야." 

자서방은 비장한 표정으로 바로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곧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청년이 꽤 성격이 좋은것 같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 아니예요, 제가 많이 시끄러운건 알았는데 워낙 저희집에는 소음이 없어서 저희집 소음도 이웃집에 크게 들릴줄은 몰랐지 뭐예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청년은 바로 기타와 노래를 멈췄고 집에 돌아오던 자서방은 바로 윗층으로 올라갔다. 

문을 두드리고 벨도 눌렀는데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잠시 기다려보던 자서방은 하는수 없이 집으로 돌아왔지만 곧 계속되는 소음을 듣고는 올라가서 벨을 눌렀다. 

이번에는 그녀가 나왔다.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댄스 강습을 하고 있어서 그래요." 

아마 인터넷 강습을 보면서 따라서 춤을 추고 있었나보다. 아파트에서!!! 

스스로 양심에 찔려서 처음에는 대답을 일부러 안했던것 같다. 무시하기엔 우리 아파트 벨소리가 너무 요란하다. 

사과도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하는 그녀에게 자서방은 그저 다시 올라오지 않게 해 달라고 나직하게 한마디 하고 내려왔다. 아마 그녀의 윗층사람들은 조용해서 그들도 소음이 심한지 몰랐을수도 있으려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못들어서 좀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우리 자서방이 인상쓰면 꽤 무서운 얼굴이라 ㅎㅎ 쿵덕거리는 소리가 즉시 줄어들긴 했다. 

자서방은 항상 하는 말을 오늘도 강조했다. 

"이래서 우리는 더더욱 조용히 지내야해. 그렇지 않으면 이웃들에 항의할 자격이 없어지니까..." 

그리고 또한 최대한 빠른 시일내로 내 집을 마련해서 이사를 나갈 수 있도록 집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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