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폭설속에 찾아오신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1. 1. 16.

아침 7시 반쯤에 일어나서 맨번저 창밖을 확인했다. 밤새 더 내린 눈으로 온세상이 마법이 걸린것만 같았다. 

 

 

뒷건물에는 사람들이 마당에 눈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파스텔톤 하늘과 눈덮인 나무들이 예뻐서 한참 서재방 창가에 서 있었더니 무스카델이 궁금했는지 따라 들어와서 같이 창밖을 바라보고 섰다. ㅎㅎㅎ

 

 

실제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이라 꽤 어두웠는데 새 카메라 아니지, 휴대폰이 역시 참 잘 찍히는 군 .

 

 

시어머니께서는 이른아침부터 시아버지를 병원에 모셔다 주러 가신다며 사진과 함께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흐익... 운전 조심하셔야겠어요... 

 

 

얼라, 앞집에 눈사람 발견! 자세히 보면 왼쪽에 작은 눈사람도 나란히 서 있다. 

 

창밖에 눈좀 감상해 보라고 내가 커튼을 앞으로 덮었다. 여전히 창밖은 안보고 구멍으로 나를 노려봄... 알따... 미안타...

 

조용히 요가를 하다보니 창밖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서 내다보았다. 

차 한대가 오르막을 올라가다가 바퀴가 눈에 빠져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나던 행인들이 그냥 가질 않고 같이 차를 밀어 주기도 하고 눈을 치우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래도 여전히 못움직이고 있었다. 뒷바퀴쪽에 눈을 치우고 모래를 뿌리고 사람들은 앞에서 뒤로 밀었다. 거의 한시간 정도 고생한 듯 하다. 

 

 

고생끝에 갇혀있던 차가 무사히 자유를 찾아(?) 떠난지 얼마 안돼서 낯익은 차가 한대 들어왔다. 아슬아슬 내리막을 내려와서 주차까지 힘겹게 끝내는 낯익은 차. 

그리고 그 차에서 시어머니께서 내리시는게 보였다.

나는 무스카델을 안고 창문을 열고 (사실 창가에 있는 캣타워 바구니에 무스카델이 있었는데 창밖으로 나갈까봐 붙잡고 있었다) 손을 흔들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좋아하셨지만 무스카델은 불쾌해했다. 할머니께서 지한테 장난감도 사주시고 사료도 얼마나 많이 사주셨는데 그것도 모르고...

 

 

집에 들어오셔서 장바구니를 내미셔서 열어보니, 그헝프레에서 사오신 훈제돼지고기 한덩이(반값 세일이었다고 하셨다), 자서방이 좋아하는 갈색 버섯 그리고 블랑제리에서 사오신 바게트와 빵오쇼콜라 2개가 들어있었다. 

 

 

안그래도 요가하고나서 시장하던 참이라 커피를 뽑아서 빵오 쇼콜라를 하나 먹었다.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이집 빵오쇼콜라와 빵오헤장이 낭시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콜라만 드시겠다고 하셨고 우리는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캣타워 바구니에 앉은 무스카델도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는 자서방먹으라고 남겨놨지만 나중에 자서방은 나에게 양보했다.

 

 

 

 

시아버지께서는 사실 오늘 간단한 수술이 있으시다. 수술을 하는 의사는 자서방이 잘 아는 지인인데다 수술 자체도 간단한거라 걱정할 것 없다고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수술이 끝나면 회복실로 이동하실거고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오후에 시어머니께서 다시 시아버지를 모시러 갈거라고 하셨다. 

"저희는 오늘 눈사람 만들러 공원에 갈거예요!" 

"그런데 네 잘생긴 남편 지금은 어디 갔니?" 

"지금 자는데요-" 

아... 휴일이지만 아침 10시가 다돼가도록 자고있는 남편이 좀 부끄럽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도 아들이 부끄러우신것 같았다.

 

 

훈제 돼지고기로 오븐찜만드는 법을 한번 더 상기시켜 주시던 시어머니께서는 집으로 가신다며 일어나셨다. 끝까지 아들 얼굴은 못보시는 구나...

핸드백을 뒤적거리시던 시어머니께서 화들짝 놀라시며 말씀하셨다. 

"어라? 집 열쇠가 어디있지? 이런...! 미셸한테 줬나보구나. 지금 병원에 가도 못만날텐데..." 

나는 씨익 웃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시댁 열쇠를 찾아와서 드렸다. 시어머니께서는 너무나 좋아하셨다.

"하마터면 너희랑 공원에 눈사람을 만들러 갈뻔 했구나. 잠깐이지만 너무 무서웠단다."

아하하하 

 

 

눈쌓인 풍경만 봐도 기분이 너무 좋은 오늘.

공원으로 간 우리 부부는 과연 예쁜 눈사람을 만들었을까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