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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닭, 오리에는 털이 있네요.ㅠ.ㅠ (feat.오리콩피와 아쉬 빠멍티에)

by 낭시댁 2021. 2. 5.

마트에 갔다가 프로모션이 있길래 오리 넓적다리를 두개 사왔다. 하나당 2유로 정도였나...? 

자서방은 그걸 보더니 오리 콩피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다. 

뭐 거창하게 갖가지 허브를 넣고 만드는 건 아니고 그냥 간단하게 굵은 소금만 뿌려서 냉장고에 24시간을 재웠다. 

 

 

뭔가 자반고등어가 생각나는 듯한 비쥬얼...

그 다음날 소금기를 말끔히 씻은 후 수비드로 또다시 24시간은 익힌 후 (총 48시간이 소요되다니!) 아쉬 빠멍티에를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뭐람!!!! ㅇ.,0?!

 

 

으.... ㅠ.ㅠ 도저히 그냥은 못 먹을것 같아서 도로 비닐에서 꺼냈다. 

그걸 본 자서방은 토치를 꺼내와서 털을 그을렸다. 그런데 모공속에도 털이 박힌게 보였다. ㅠ.ㅠ 

나는 눈썹 집는 쪽집게를 가져와서 일일이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서방은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시부모님께 전송함;; 

 

사실 시어머니께서 요리해 주신 닭고기를 먹을때도 종종 털이 그대로 붙어있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그럴때마다 손톱으로 일일이 제거를 하고 먹곤한다. 내가 요리를 할때도 왠만하면 족집게 (이제는 부엌 전용이 되었다)로 최선을 다해서 눈에 띄는 깃털들을 제거 한다. 짜잘한 털이 너무 많다면 그 부위의 껍질을 버리고, 왠만하면 껍질은 그걸 좋아하는 자서방에게 몰아준다. 

일일이 고집스럽게 털을 뽑는 나에게 자서방과 시어머니는 그냥 둬도 괜찮다고 말한다. 아닌거 같은데... (어릴적 삼겹살에 돼지털이 있는걸 보고 없는것만 골라먹었더니 아빠가 돼지털은 먹어도 된다고 하셨던게 생각난다. 과연 돼지털이나 닭털이나 그냥 먹어도 되는게 맞을까... ㅡㅡ;;) 

 

 

 

아무튼 만 하룻동안 수비드로 요리를 끝낸 닭고기를 뼈와 분리해서 잘게 찢어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물렁뼈를 다 골라먹는다. 섬세한 우리 자서방은 물렁뼈가 씹히는게 싫다고 하기때문에 내가 미리 먹어서 없애준다. 

 

 

고구마와 감자로 퓨레를 만든 후 오븐 용기 맨 밑바닥에 부어주고 그 위에 짭짤하게 간이벤 오리콩피를 깔고나서 맨 위에 남은 퓨레를 모조리 부었다. 

 

사진상에는 좀 드라이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육질이 매우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자서방은 퓨레를 많이 많이 만들으라고 특별 요청을 했었다. 

"퓨레는 그냥 적당한 양만 만들거야." 

"많이 만들어줘~ 그래야 양이 많아지지. 나 이거 좋아한단말이야. 남으면 내가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많이 많이 만들어줘." 

ㅋㅋㅋㅋ알았다고 대답한 후 지난번과 동일하게 1200그램의 퓨레를 만들었다. 이것도 매우 많음...

 

 

맨 위에 빵가루를 뿌려주고 오븐에 노릿노릿하게 구워냈다. 

 

 

오호~ 내가 이제 직접 아쉬빠멍티에도 만드는구나!!! 

시어머니께서 주신 새 접시에 예쁘게 잘라서 담아달라고 자서방에게 부탁했다. 

 

 

흠... 나보다 잘할 줄 알았는데 특별한 기술은 없는걸로...

 

 

시아버지께서 사다주신 맛집 바게트와 머그컵에 담긴 와인-

 

 

참기름 간장드레싱 샐러드와 함께!! 

예쁜 접시에 담으니 특별한 플레이팅이 없어도 뭔가 더 화사해 보인다!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비록 48시간이 넘게 걸리는 요리였지만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오리털을 뽑는 시간도 꽤 걸렸고 아무튼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 있다. 역시 먹는데 매우 진지한 우리 부부다. 

 

 

그리고 예쁜 접시! 시어머니께도 음식사진과 함께 감사인사를 한번 더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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