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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키스 금지령이 해제되던 순간

by 낭시댁 2021. 2. 9.

자서방의 몸살은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운은 없어 보인다. 코로나 검사에서는 음성으로 판정이 났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1주일 더 쉬라는 명령을 받고 집에서 아주 잘 쉬고 있는 중이다. 낮에는 거의 소파에서 무스카델이랑 같이 누워서 졸거나 티비를 보며 지낸다. 

그러다가 내가 청소기라도 돌리면 자서방과 무스카델은 똑같은 눈빛을 나에게 발사하곤 한다. 

 

 

그래 뭐 둘다 지저분한게 괜찮다면야...

그래서 청소 횟수를 줄였다. 

원망의 눈길도 받기 싫고 나역시 좀 지저분해도 문제 엄씀. 거기다 자서방의 당부로 갑자기 시부모님께서 찾아오실 일도 없으니...


오늘은 마트에 다녀왔다. 

프랑스에 오고부터 나는 마트에 가는 일이 즐겁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도 거의 없는 일상에 궂이 살게 없더라도 나는 답답하면 마스크를 하고 동네 리들에 간다. 그리 크지도 않은 공간에 행사하는 물건들이 항상 바뀌기 때문에 혹시 쓸만한게 있는지 혹은 세일하는건 없는지 구경하고 한두개씩 집어 오곤 한다.

오늘은 각티슈가 할인중이라서 몇개 사왔나. 두개사면 두번째꺼는 반값이었다. 그리고 바나나는 6개 한묶음에 천원정도라서 갈때마다 사온다.

집에 오는길에 바람을 동반한 보슬비가 불어서 점퍼에 달린 후드를 질끈 동여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왔더니 거실에서 자서방과 무스카델이 누워서 졸고 있었다. 음... 깨우기에는 너무 쨘한 표정으로 자고 있길래 망설이면서 그냥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내 인기척에 눈을 부비며 일어난 자서방이 나에게 말했다. 

"누구세요...?" 

아 내 머리가 비바람과 후드에 산발이 되었구나. 

참고로 프랑스어에도 높임말이 있다. 자서방은 나에게 높임말을 하고 있었다. 

살짝 어금니를 물고 반박할 말을 떠올리면 자서방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랬더니 자서방이 한번 더 깍듯한 높임말로 잠이 덜깬듯 말했다. 

“키스 할거면 빨리 하세요. 우리 와이프 올때가 다됐거든요... 마트에 간다고 나갔... 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키스금지령이 해제되었다. ㅋㅋㅋㅋㅋㅋ


왜이리 웃기지 ㅋㅋㅋㅋㅋ

내 웃음코드를 잘 아는 남편이다.

지가 원하는거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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