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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프랑스 가정식, 여기가 최고 맛집!

by 낭시댁 2021. 2. 26.

며칠전 양파를 싸게 5킬로나 산게 있어서, 시어머니께 좀 나눠드리려고 오전에 메세지를 드렸다. 

"양파가 5킬로에 1.45유로였거든요. 둘이서 먹기에는 많아서 좀 갖다드릴게요~" 

"오, 안그래도 너희 주려고 감자빠떼를 만드느라 남은 양파를 다 썼단다. 1킬로만 나에게 팔거라." 

뭐든지 우리에게는 다 퍼주시면서 양파를 조금 얻어가실때에는 돈을 주시겠단다. 돈얘기는 못들은걸로 하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이따 오후에 양파 가지고 갈게요." 

"일찍와서 점심을 같이 먹는건 어떠니?"

"아니예요, 점심은 집에서 먹고 갈게요." 

"편할대로 하려므나. 감자빠떼랑 또, 내가 전에 소고기 준다고 했던걸로 아쉬빠멍티에도 직접 만들어서 주고싶은데, 어떠니?"  

"네! 저야 감사하지요." 

"그럼, 내가 기쁘게 만들어주마!" 

아쉬 빠멍티에 (hachis parmentier)는 자서방이 좋아한다. 특히 오리고기로 만드는걸 좋아하지만 소고기도 잘 먹는다. 그리고 이번에는 감자빠떼 (pâté aux pommes de terre) 라는 새로운 음식도 만들어 주시겠단다. 

 

오후에 양파를 한봉지 담아서 시댁으로 갔더니, 이미 우리에게 주실 아쉬빠멍티에는 완성을 해 두신 상태였다! 

 

 

수비드로 푹 익혀서 잘게 찢어 양념한 소고기를 고구마+감자 퓨레 사이에 넣으셨다. 

"저녁에 먹기 전에 180도로 40분정도 구워서 먹거라."

 

 

조금 남은 재료들로 시어머니께서는 두분이서 저녁에 드실 아쉬빠멍티에를 두 그릇 작게 만들고 계셨다. 

 

 

"저희한테 다 주시고 두분은 남은거 드시는거예요?"

내가 울상을 지으며 말씀드리자 시어머니께서는 웃으셨다. 

"나이를 먹으면 예전처럼 많이 먹을수가 없단다." 

 

 

두분이 드시는 건 맨 위에 치즈를 뿌리셨다. 우리 자서방은 치즈를 안 좋아하니까 이따 저녁때 구울때 나는 빵가루를 뿌려서 구울거다.  

 

 

그리고 감자빠떼 만드는것도 보여주셨다. 

시어머니의 왠만한 요리들은 이제 다 맛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로운 요리가 나오는게 신기하다. 

만일 내가 이 음식에 이름을 직접 붙인다면 감자파이라고 지었을것 같다. 반죽을 밀어서 그 안에 얇게 슬라이스한 감자 (감자에 마늘, 양파등을 많이 넣으셨는데 향이 강해서 내 스타일!) 를 가득 넣고 그위에 반죽을 덮으셨다.  

 

 

40분 정도 구우셨는데 구워지는 동안 양파와 샬롯의 달콤한 향때문에 배가 다시 고파지는 기분을 느꼈다;; 뭔가 중국집에 온 듯한 향기가...ㅎㅎ

 

 

완성!!!!

 

 

다 구워진 빠데위를 칼로 슥삭슥삭 썰어서 두껑(?)을 오픈하셨다. 

 

 

후끈한 열기와 함께 감자와 양파의 향기가 아찔하게 뿜어져나왔다. 

 

 

그 속에다 생크림을 잔뜩 부으셨다! 흘러내릴까봐 걱정했는데 안으로 금새 스며들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빠떼의 두껑(?)을 다시 닫으신 후에 가져가라며 아쉬빠멍티에와 함께 튼튼한 가방에 잘 싸주셨다. 

 

 

두분이서 저녁에 드실 치즈 아쉬빠멍티에도 맛있게 구워져서 나왔다. 

 

 

나는 집에와서 감자빠떼를 완전히 식힌 후에 3등분을 했다. 아무래도 한번에 다 먹기는 어려우니까... 

 

 

쥬키니인비저블이 떠오르는 가지런한 단면- 

 

 

고민하다가 두조각은 수비드 기계로 진공포장을 해서 냉동실에 넣었고, 나머지 한조각만 저녁에 데워 먹기로 했다.

 

 

냉동실로 고고~ 든든쓰~!!

 

 

 

저녁에 아쉬빠멍티에 위에 빵가루를 잔뜩 뿌린 후에 오븐에 구웠다. 40분간 180도로 구웠더니 빵가루가 너무 허여멀건(?)해서 갈색으로 익을때까지 더 구웠다. 그래서 끄트머리는 살짝 탔음... 

 

 

그리고 감자빠떼도 오븐에 데워서 반조각씩 자서방과 나눠먹었다.

오늘 저녁은 샐러드 빼고 전부 시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것들이다. 

 

 

맛은 대체로 내가 느낀 프랑스 음식들이 그렇듯 뭔가 자극적인 느낌이 없고 아주 특별할 것도 없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고 또 먹어도 부담없고 질리지 않고, 또 먹을수록 더 맛있어지는 맛이랄까...

감자빠떼- 양파와 마늘에 잔뜩 버무려진 부드러운 감자를 고소하고 파삭한 파이가 감싸고 있다. 부드럽고 달콤한 고구마 퓨레의 아쉬빠멍티에와 궁합이 참 좋다. 여기에 샐러드와 와인도 조연으로써 식사를 완벽하게 만들어준다!  

자서방은 항상 말로는 내가 해 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곤 하지만 오늘은 엄마표 음식이라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것 같았다. 뭐... 나도 우리 엄마 음식이 제일 맛있으니깐 괜찮아~

 

 

시어머니께 잘 먹었다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접시가 너무나 예쁘다고 하신다 ㅎㅎㅎ 그럼요, 누가 고른건데요~

오늘도 시어머니덕분에 자~알 먹었습니다!  
최고의 프랑스 가정식 요리사는 우리 시어머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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