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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든든한 시부모님덕에 남편이 게을러진다.

by 낭시댁 2021. 3. 6.

아침에 창문을 열었을때 성당 첨탑옆에 아직 뚱실 떠있는 커다란 달을 발견했다! 

보름이 지난지 얼마 안돼서 아직도 커다랗다. 

해뜬다, 어여 어여 가거라~ 

 

 

 

 

피곤하다며 요즘 노래를 부르는 자서방은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을 했다. 쨘하기도 하지... 어여 코로나가 끝나야 덜 바빠질텐데...

 

 

 

 

오늘은 시어머니께서 바쁜 자서방 대신에 나를 위해 대형마트로 운전을 해 주기로 하셨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나서 10시까지 시댁으로 갔다. 

 

 

 

나를 보자마자 그대로 직진해서 다가오는 이스탄불! 오랫만에 나를 반겨주는구나!! 

차를 가지고 우체국에 가신 시아버지께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나는 캡슐차를 한잔 내려 마시며 기다렸다.   

 

 

 

 

잠시후 돌아오신 시아버지와 내 비자연장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내 비자 연장을 위한 헝데부는 다행히 잡히긴 했는데, 비자 만료가 된 2주 후에 잡혀버렸다. 그 소식을 처음 들으신 시아버지께서는 그 사이 (불법체류?) 기간동안의 내 건강보험이 걱정이 되셔서 이미 등기우편으로 관련 기관에 문의까지 보내고 오셨다고 하셨다. 

나와 자서방은 이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항상 과묵하지만 세상 든든하게 챙겨주시는 우리 시부모님이시다. 흑흑... ㅠ.ㅠ 매일 감동시키시면 저 버릇 더 나빠집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신기한 점은, 이메일이나 전화이외에도 등기우편으로 문의를 보낸다는 점이다. 공문처럼 형식에 맞춰서 작성하고 서명을 해서 등기우편으로 보내시는데, 이메일이나 전화보다 훨씬 정중하고 진지해서 이것까지는 무시하지 못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어머니와 대형마트로 가는길에 시어머니께서 물으셨다. 

"오늘 살게 뭐뭐있니?" 

"와인이랑 빵만드는 밀가루요. 왠만한건 동네 리들에서 사는데 이 두가지는 까다로운 자서방이 딱 좋아하는데 리들에 안팔거든요." 

"먹고싶으면 지가 직접 가서 사라그래!" 

시어머니와 대형마트에서 장을 꽤 오래봤다. 내가 편하게 장볼 수 있도록 시어머니께서는 혼자 구경하고 계시다가 내가 도움을 요청할때만 짠하고 나타나신다. 너무 편하게 해주시니 나는 또 느긋하게 장을 보느라 거의 1시간정도 걸린것 같다.;;

장을 보고 오는길에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항상 곁에 있다는걸 아니까 아무래도 네 남편이 더 게을러지는것 같지...?" 

"그런 부분도 있는것 같아요... 저는 좋지만요. 헤헤"

"그래도 이렇게 같이 외출하니 좋구나! 그치?" 

 

시어머니께서는 한숨을 쉬시면서도 웃으셨다. 

 

내가 산게 꽤 무거워서 시어머니께서 집까지 짐을 나르는것도 도와주셨다. 이것만큼은 내가 혼자서 하려고 했는데... ;;

 

 

언뜻봐서는 별로 안무거워보이지만 3리터짜리 팩와인이 세개나 들어있어서 엄청 무거웠다. 

 

가격대비 너무 맛있음!! 감추!! 이걸 안사면 비싼 병와인을 마시므로 고생돼도 쟁여놓는게 남는거다.
이건 제빵기에 물만 추가하면 맛있는 시리얼빵이 완성된다! 그냥 밀가루 보다 건강한 느낌이라 쟁여 두는데 마트에 4개밖에 안남아 있었다. ㅠ.ㅠ
무설탕 무카페인 콜라는 시어머니께서 오실때 대접하기 위해 항상 쟁여둔다. 나는 햄버거 먹을때 빼고는 콜라 잘 안마신다;;

 

 

시어머니와 마트에 가면 솔직히 남편이랑 가는거 보다 더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내가 너무 오래 마트를 구경했나보다. 잠시 앉았다가 콜라라도 드시고 가시라고 했지만 시어머니께서는 점심 시간이 다되었다며 그냥 돌아가셨다.  

솔직히 시어머니께서는 자서방이 부모님을 믿고 자꾸 게을러 지는것 같다고 하시지만 내 입장에서는 든든한 시부모님덕에 남편의 자리가 더 좁아진다는 느낌이다. 뭐 바쁜 남편 입장에서도 내가 느끼는 것 만큼 세상 든든하신 부모님이실테고 말이다. 요즘같은 바쁜 시기에 시부모님이 안계셨다면 남편은 내 비자문제들까지 씨름하느라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것 같다.  

저희가 나중에 더 많이 효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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