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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공부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더 재미있다.

by 낭시댁 2021. 3. 26.

오늘은 프랑스어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하늘이 온종일 유난히 맑았다. 구름한점 없이-

 

 

거리에 꽃봉오리들도 하나둘씩 꽃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트램에서 내려서 학교에 거의 도착해갈 무렵 시어머니께서 메세지를 보내오셨다. 

"봉쥬! 오늘 날씨가 너무 좋구나. 오후에 같이 산책 갈까?"

"오 죄송해요. 오늘 수업있는 날이라 학교에 왔어요. 내일도 날씨가 좋다면 내일 같이 가요!" 

정말 이런날은 수업보다는 산책이 더 끌린다. 

 

 

첫날에는 잘 몰랐는데 다시 보니 우리반에는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선생님이 우크라이나인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온 사람이 3명이나 더 있다. 그리고 알마니아에서 온 사람도 두명이 있다. 

내 맞은편에 앉은 알마니아인은 꽤 흥미로운 여인이다. 선생님이 무슨 질문을 하면 아무도 대답 못하게 공격적으로 혼자 제일 크게 대답을 한다. 다른 사람을 호명해도 꼭 자기가 대답해야 한다.  옛날 맹구 생각남 ㅋㅋ 선생님 저요 저요저요저요!!!!!! 양팔을 돌리다가 손을 들어야 함... (아... 이걸 기억하는 나는 옛날사람...ㅠ.ㅠ 오서방도 있는데...)

오늘은 듣기를 하는데, 그녀가 중얼거리며 하나도 못알아듣겠다며 한숨을 쉬더니 급기야는 다른사람들도 못듣게 막 책을 두드리고 책장을 넘기며 소음을 만들었다 ㅋㅋ 오죽하면 선생님께서 너 좀 무섭다고 말했음 ㅋㅋㅋㅋㅋ 

오늘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 배우는데 그 중 하나가 호모섹슈얼 가족이었다. 그녀가 막 흥분하면서 그렇게 살면 안된다며 화를 냈다. 아이를 입양하면 아이가 불쌍하지 않냐하며 수업 진행이 안될 정도로 혼자서 계속 화를 냈다. 일일이 대답해 주다가 지쳐가던 선생님이 그녀에게 물었다. 

"프랑스 표어가 뭔지 아세요?"

"네 알죠, 자유 평등 박애잖아요." 

선생님은 그걸로 대답이 되었다고 생각하셨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자유가 무슨 자유냐며 그런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불쌍하지도 않냐며 다시 원점- 

브라질에서 (17년 전에 프랑스에)온 가장 연장자인 분이 나서셨다. 

"그 아이들은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오히려 편견이 없으니까요. 다만 그 가정을 바라 보는 주변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뿐인거같은데요." 

옳소!! 나도 그녀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이 브라질 여성은 굉장히 친절하다. 첫날 자기소개할때 모든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일일이 다 필기해 두었다가 쉬는 시간에 대화할때 그 이야기로 말을 건넨다.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것 같아서 일단 기분이 좋고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한 말투로 말을 건네니 모두가 좋아한다.

 

 

 

점심때는 나와 단짝이 된 에티오피아 여인과 함께 공원으로 나왔다. 

해가 잘드는 벤치에 앉아서 온갖 수다를 떨며 샌드위치를 먹었다. 

하늘에서 헬기가 지나가자 자신의 남편이 헬기 엔지니어라고 말했다. 마케팅을 전공한 그녀는 쿠웨이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남편을 만나서 프랑스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북한에 대해서 매우 궁금해 했고 내가 아는대로 들려주자 너무 흥미로워했다. 그녀도 나만큼이나 이 땅이 낯설고 또 모든 경험이 새롭겠지. 

수업을 마치고 시댁에 잠깐 들러서 시어머니와 차를 한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는데 왠일로 무스카델이 현관에서 나를 반겨주었다. 뚱한 얼굴로- 

 

 

오구구... 온종일 집에 혼자 있어서 심심했겠구나... 

내일은 하루종일 같이 놀아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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