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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두번째 프랑스어 의무교육 첫 날

by 낭시댁 2021. 3. 20.

작년에 완전 기초 레벨 A1으로 100시간의 프랑스어 의무교육을 마친 후 오늘 B1레벨로 50시간의 두번째 의무교육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Loritz라는 고등학교에서 진행이 되는데 일주일에 두번, 4주간 총 8번을 나가는 일정이다. 

아침 8시반까지 늦지않게 도착하기 위해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섰다. 부슬부슬 비가 와서 살짝 추웠다. 

 

 

트램을 타고 가면서 오랫만에 구경하는 시내 풍경

얼마만의 외출이냐 ㅋㅋ (장보러 가는거 빼고)

 

 

역시 벌금의 힘인가- 시내에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이 안보였다.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을 찾아가야 하는데 지도가 없어서 찾을 수가 없었다. 입구에 서 계시던 어떤 남성에게 물어보았는데 (이제 이런 질문도 척척 해낸다!! 움하하) 옆에 지나가던 듬직한 남학생이 나더러 따라오라고 했다. 고등학생인데도 매너가 어찌나 훌륭한지... 

매너좋고 잘생긴 남학생을 쭐래쭐래 따라가서 무사히 찾을 수가 있었다.

학생은 나를 포함해서 총 12명인데 남자는 한명도 없었고, 다들 아낙들만 ㅎㅎ

이곳에도 역시 시리아가 제일 많았고, 아프리카, 러시아 (이분 완전 인형같이 생김!!), 브라질 등등... 그리고 아시안은 이번에도 나 혼자였다. 

그런데 확실히 레벨이 올라가니 수준이 이전 A1과는 천지차였다. 프랑스인과 다름없이 술술 말하는 여성이 둘이나 있었던 것이다. 그 중 한명은 집에 가다가 잠깐 대화를 해보니, 프랑스에 온 지 17년이나 되었다고;; 

그리고 선생님은 프랑스 출신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오셨단다. 그래서 혀를 또르르 굴리는듯한 악센트가 좀 있고 Une을 윤이라고 발음 한다.

나빼고 다들 서로 잘 아는 사이들인가보다. ㅠ.ㅠ

내가 중간에 A2반을 스킵한게 이제와서 후회가 된다. 그냥 그거 먼저 들을걸... 이사람들은 다들 A2반에서 수업을 같이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점심때는 다행히 아프리카인 한명이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해서 그녀와 둘이 공원에 앉아서 집에서 싸간 샌드위치를 먹을 수가 있었다. 그녀 말이 이전 A2때는 모로코인 선생님이었는데 정말 의욕이 없어보이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점심시간에 보니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가 와 있었다. 

"이따 집에 갈때 잠깐 들를래? 네가 좋아할 것 같아서 크림치즈를 하나 사놨거든." 

내가 마담로익을 사는걸 몇번 보시더니 다른 브랜드의 크림치즈를 보시곤 내 생각이 나셨나보다. 외톨이가 된 기분을 살짝 느끼고 있을때였는데 마음이 뭉클해 졌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기전에 시댁에 먼저 들렀다. 

 

"궁디팡팡해주러 왔냐~~?"

 

맨날 구석에 있는걸 좋아하는 이스탄불이 왠일로 오늘은 모웬이 두번째로 좋아하는 캣타워 바구니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이스탄불 말고 나를 보라고오~!!"

 

내가 이스탄불에게 인사를 했더니 옆에서 모웬이 엄청 보챘다. 

시어머니께서는 크림치즈만 주기 뭣하셨는지 후지사과 한개랑 귤도 두개 담아주셨다. 

"차 한잔 하고 가지 그러니? 수업 어땠는지도 궁금하구나~" 

일찍 퇴근해 온 자서방이 집에 기다리고 있어서 차는 거절하고 대신에 잠깐 앉아서 수업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돌아왔다. 가끔씩 남편보다 시어머니께서 나에게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것 같다. 더블로 사랑받는 건가-  

첫날 수업은 사실 너무 잘하는 사람들 앞에서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이 읽는건 잘 못하는것도 특이했다.) 그래도 8번의 수업이 끝날때 쯤이면 내 프랑스어도 조금은 늘어있겠지...?

이렇게 모여서 서로 실력을 비교하고 동기부여가 되는것도 큰 장점이긴 하다. 그리고 이런 무료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감지덕지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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