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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편의 소심한 돌솥 비빔밥

by 낭시댁 2021. 5. 5.

시어머니께서 시금치를 또 사다주셨다.

일단 데쳐서 참기름 마늘 통깨 간장등등을 넣고 무쳤는데 지난번 시금치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프랑스에 와서 이렇게 달달한 시금치는 처음 먹어본 것 같다. 시금치는 시들기전에 일단 이렇게 무쳐서 냉장고에 넣어 두는데 그냥 밥이랑 먹어도 맛있고 비빔밥, 잡채 혹은 김밥을 만들때 사용하기에도 편하다.  

마침 동네 리들에서 세일중이라 가지랑 주키니도 사다 놓은게 있어서 딱 비빔밥이 떠올라서 남편에게 물었다. 

"저녁에 비빔밥 해줄까?"

"한국쌀로?"

"한국쌀이 어딨어. 전에 스시쌀 사다놓은거 있어."  

"그럼 돌솥으로 뜨겁게해서 먹자!" 

"난 돌솥은 별로... 하고 싶으면 직접 시도해 봐."

 

나는 가지를 굴소스와 간장에 볶는걸 좋아한다. 그런데 볶을때 기름을 많이 먹기때문에 썰어서 전자렌지에 4분정도 돌려서 익혀 준 후에 볶는다. 요리 시간도 단축돼서 더 좋다. 

 

 

소갈비 양념에 재웠다가 볶은 소고기, 시금치, 쥬키니볶음, 당근볶음, 양송이버섯 그리고 가지볶음- 이렇게 넣었다. 그리고 맨 위에 계란반숙을 올렸다. 

남편은 굳이 돌솥을 가스렌지에 달구어서 뜨겁게 해서 먹었다. 그런데 소심해서 많이 달구지는 못했고 다닥다닥 밥이 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가스렌지 불을 껐다- 아직 손으로 만져도 심하게 뜨겁지 않은 상태 ㅎㅎㅎ

그래도 맛있다고 두그릇이나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재료가 꽤 남아서 자서방은 비빔밥을 또 먹자고 했다. 

그래... 이번에는 돌솥밥을 제대로 시도해 보자-

 

 

양송이 버섯을 따로 볶지 않고 이번에는 말린 표고버섯을 불려서 양념에 재워둔 소고기와 함께 볶았다.

돌솥에 참기름을 꼼꼼히 바르고 그위에 밥과 재료를 올린 후에 가스렌지에 약한불로 돌솥을 데웠다. 

 

 

자서방은 밥을 너무 많아 담아서 이미 돌솥이 가득찼다. 이것도 내가 말려서 적게 담은거다. 비비기 힘들텐데... 돌솥을 데우면서 계란도 반숙을 해서 올렸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점점더 진해지고 다닥다닥 밥이 타는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약한 불이라 좀더 있어야 된다고 했지만 밥이 탈까봐 안절부절하던 자서방은 이미 가스렌지 불을 모두 껐다. ㅡㅡ; 이게 무슨 돌솥비빔밥이냐 그냥 따뜻한 비빔밥이지... 

 

 

바닥에 참기름을 그렇게나 발라놨는데도 자서방은 참기름을 더 추가했다. 그래도 참기름맛은 아는구나-

 

 

밥을 비비는데 돌솥비빔밥 특유의 지글거리는 소리가 안난다. 더 데워야 한다니까...

그런데도 자서방은 테이블을 보호해야 한다며 돌솥받침 아래에 접시도 하나 더 깔았는데... 하여간 호들갑이었다.ㅋㅋ

 

 

그래도 맨 아래쪽 밥이 살짝 눌러붙어서 바삭하고 맛있다며 자기는 앞으로도 돌솥비빔밥으로 먹겠다고 했다. 밥을 다 먹을때까지 그릇이 따뜻한것도 좋다고...  

그래 뭐... 좋다니 다행이다. 

정말 맛있었다. 이틀 연속으로 먹어도 전혀 질리지 않는 비빔밥! 

 

 

 

두그릇을 먹고나서 배를 부둥켜안고 소파로 기대눕던 자서방은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더니 안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콘아이스크림 하나를 가져와서 먹는걸 보더니 한입만 달란다-

한입먹고는 부족했던지 비장한 표정으로 부엌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가져와서 먹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은 한입으로는 절대 안되지...

 

 

 

그리고 다음날 점심때 나는 남은 재료를 이용해서 소고기김밥을 싸먹었다. 두말하면 입이 아픈 맛이었다!  

 

 

해외 살면서 시금치는 정말 유용한 찬거리다. 비빔밥이 되었다가 김밥이 되었다가 또 잡채로도 탄생하고~~ 앞으로도 자주 먹어야징. 우리 남편이 뽀빠이가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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