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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친절한 남편은 억울하다.

by 낭시댁 2021. 5. 11.

분실 후 재신청했던 신용카드를 드디어 받았다. 휴우... 어찌나 느린지... 

그런데 바로 사용이 안되고 활성화를 해줘야 한단다. 그러기위해서는 가까운 atm머신으로 가서 출금을 해야 한다고 해서 자서방과 atm머신을 찾아나섰다. 

자상한 자서방씨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을 해줘서 무사히 현금 출금을 했다. 20유로만 하라던데 나는 80유로나 뽑았다. 

"혹시 똥꿈꾸면 복권살려고 그르지... 복권은 카드 안받는다며..." 

내 말에 자서방은 타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수수료는 없었다.

 

 

atm머신 근처에 모노프리가 있길래 들어갔다. 

 

 

시어머니께서 오실때마다 한잔씩 대접하기 위해 무설탕 & 무카페인 콜라를 몇병 샀고 자서방은 병아리콩도 수북히 담았다. 그리고 계산대에 서있었는데 우리가 서자마자 뒤로 계산 할 손님들이 쭈르륵 길게 줄을 섰고 계산대가 금새 붐비게 되었다.

우리 바로 앞에는 굉장히 연세가 드신듯한 할머니가 계셨는데 자서방은 얼른 다가가서 카트안에 있던 무거운 감자를 계산대위로 대신 올려드렸다. 그리고 그 할머니는 계산하실 때 동전 지갑을 꺼내서 결제를 하셨는데 꽤 오래 걸리고 계셨다. 당황하셔서 더 오래걸리는것 같았다. 그때 자서방이 할머니께 다가가서 사람좋은 얼굴로 걱정말고 천천히 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돌아왔다. 그 한마디에 할머니와 캐셔 아주머니도 웃으셨고 딱딱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밝아졌다. 나는 그런 남편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가게를 나올때도 할머니께 다가가서 혹시 도와드릴것이 없냐고 여쭈었고 할머니로부터 "괜찮다, 너무 친절하다"는 칭찬까지 받고서야 남편은 내 손을 잡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와이프한테 좋은 인상을 주기위한거였다면 성공했다고 말해주고 싶네." 

"내가? 오호 오해했구나. 나 원래 친절한 사람이라구." 

 

 

우리가 주차했던 곳이 주유소 앞이었는데, 주유소에서 Buta gaz라고 써진 가스 탱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아마 부탄가스인것 같은데 신기해서 자서방에게 물어봤더니 자서방이 이렇게 대답했다. 

"은근히 가스없는 아파트들이 아직도 많거든. 그런사람들은 요리를 하기위해 저런 가스탱크를 사다가 써야만 하는거지."

음... 신기하다. 저렇게 작은 가스로 얼마나 오래 쓰려나... 

 

 

 

오후에는 시어머니께서 집에 잠깐 들르셨다. 수비드 요리책을 구입하셨다며 보여주셨는데 이걸 가지고 자서방과 아주 진지하고 열띤 토론을 하셨다. 서로 생각하는 최적의 온도가 좀 달랐나보다.

"지금 요리얘기 하는거 맞지요...? 왜 이리 심각한거지요...?" 

"오호호 프랑스인들에게 요리는 아주 중요하단다. 온도 1도차도 중요하지!" 

 

 

무스카델이 멍하게 창과 창사이의 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시어머니께서 캣타워를 살짝 옆으로 옮겨주셨다. 차라리 창밖을 보라고 말이다. 창밖에 고양이나 강아지가 지나가도 무스카델은 관심이 없다. 창 유리를 바라볼 뿐이다 ㅋㅋㅋ

 

"프랑스인들은 말을 돌려서 하는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늘 모노프리에 갔다가 앞에서 느리게 계산하고 계시던 할머니께 자서방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나는 장난으로 손목시계를 보는 시늉까지 하며 자서방을 거짓 흉내내기 시작했다. 

"마담, 뒤에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신경 쓸 것 없어요. 그냥 온 종일 기다리면 되지요 뭐."  

ㅋㅋㅋㅋ 나와 시어머니는 깔깔 웃었는데 자서방은 억울하다는 듯이 다다다다 시어머니께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가게를 나오면서도 할머니께 도움을 드리려고 했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하지만 시어머니께서는 내 말이 장난이라는걸 아시면서도 내 말에 맞장구를 쳐 주시며 자서방을 놀리는데 동참하셨다. 

"그렇지 그렇지. 프랑스인들은 그런식으로 말하는걸 좋아하지. 네가 제대로 보았구나!!" 

자서방이 아무리 설명을 해도 우리는 듣는 시늉도 않은채 깔깔 웃기만 했고 무스카델은 멍하게 유리창만 바라보았다. 즐거워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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