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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3차 백신을 맞고 오신 시부모님

by 낭시댁 2021. 8. 24.

토요일 낮-
자서방과 늦잠을 자고 게으름을 즐기며(?)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을때 시어머니로부터 메세지가 왔다.

"메스 퐁피두센터에서 샤갈전시회가 있는데 그거 보러 같이 가지 않을래?"

시어머니께서는 자서방에게는 아예 물어보지도 않으셨다.

"네! 저 갈래요! 몇시까지 가면 되나요?"

"그럼 2시까지 오너라. 보건증명서(백신 증명서) 가져오는 것 잊지 말구~"

자서방은 피곤해서 집에서 쉰다고 했고 나는 샤워도 하고 점심 요기도 간단히 한 후에 시댁으로 날아(?)갔다.

시부모님께서는 테라스에서 점심식사를 막 하시려던 참이었다.
토마토소스에 각종 야채와 함께 요리한 닭고기 요리를 테이블 위에 두 접시 올려두셨는데 이스탄불이 그걸 지키고(?) 있었다.ㅎ

"우리차는 점검을 받고 있어서 파티마 차로 함께 가기로 했거든. 2시 반까지 온다고 했는데 아마도 한 세시나 돼야 올것 같아. 오는 길에 아들 노암도 픽업해서 온다고 하더라구. 너두 같이 식사할래?"

"아니요, 저는 막 먹고왔어요. 그냥 차나 마실래요."

두분이 식사하시는 동안 나는 캡슐 레몬차를 한잔 내려와서 테이블에 함께 앉아 말동무를 해 드렸다.

옆집 부부는 바르셀로나에 휴가를 떠났다고 하셨는데 시어머니께서는 틱스 흉(ㅋ)을 보실때 소곤거리시길래 나도 같이 소곤거리며 여쭈었다.

"저집에 주인도 없는에 왜 작게 말씀하세요?"

"아, 저집 여주인의 엄마가 와있어. 틱스 봐주느라고."

아 ㅋㅋㅋ 그럼 우리는 틱스 칭찬만 하는걸로ㅋ

"요즘 틱스가 아주 착해졌어 그치?"

"네, 잠시 오해했었는데 착한 고양이더라구요."

이러면서 우리는 까르르 웃었다.

부모님이 안계셔서 심심하겠구나.

저쪽에서 모웬이 나를 멀뚱거리며 쳐다보고있길래 이리 오라고 불렀더니 그제서야 쪼르르 달려오는 녀석 ㅎ

"우리 오늘 아침에 백신맞고왔단다."

"부스터샷이요? 아무나 신청할 수 있어요?"

"사실은 아닌데 그냥 놔달라고 했어. 아주 친절한 구급대원이 놔줬는데 3차 대상이 아닌데 왜 맞냐고 하더라고. 그래서 겁나서 맞는다고 했지 뭐. 백신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우리 다음주에 스페인 여행 가잖니... 뭐 우리 이모도 화이자 2차까지 맞았는데도 돌아가셨기는 하지만... 그래도 맞고나니 기분이 좀 더 안심돼."

"여행 취소하신거 아니었어요?"

"여행 제한이 생기면 못가겠구나 싶었는데 제한이 없더라구. 열흘간 우리 고양이들좀 봐다오~"

"아침에 백신맞으셨는데 오늘 메스가시는거 괜찮아요? 몸살이나 근육통같은거 없으세요?"

두분모두 전혀 증상이 없다고 하셨고 오후 늦게도 괜찮을거라고 확신하고 계셨다. ㅎ

한국에 비해서 프랑스는 백신이 풍족해서 부럽기도 하다. 거기다 휴가도 가고, 백신증명서만 있으면 왁자지껄 외식도 하고 한국에 비해서 야외활동이 활발한 분위기다. 옆집부부도 불과 지난달에 그리스 휴가에서 돌아왔는데 지금은 바르셀로나라니...
문득 한국 백신접종률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다.

"한국에는 1차 접종률이 50%네요. 프랑스는 12세 이상 대상으로 2차까지 접종한게 70%고요..."

"우리 11월에 스웨덴 가잖니. 거기는 마스크도 안끼고 백신도 안맞고... 지금껏 코로나 이전과 다를바 없이 지낸다잖니…"

시부모님께서는 스웨덴에 살고 있는 시동생 가족들을 보러 가시는것이다. 매년 가시다가 작년에 코로나때문에 못가셨다가 2년만에 가기로 결심하신 것. 이중국적인 시동생네 가족들은 프랑스에서 백신을 모두 맞았고 마스크도 착용하며 지낸다.

시아버지께서는 연세가 드시면서 한해한해 기력이 눈에 띄에 떨어지고 계시다. 그래서 두분은 더욱 욕심내서 기운이 있을때 여행을 최대한 다니려고 하시는듯 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한국에 계신 외할머니가 자꾸 떠올랐다.

아흔이 다 되신 연세지만 연세에 비해서 허리도 꼿꼿하고 정정하셔서 주변사람들이 가끔 할머니 연세를 망각하는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계실거라고 믿는 듯한- 하지만 연세를 생각하면- 상상하긴 싫지만-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코로나때문에 집에만 계시는게 너무 안타깝다. 생신때도 어버이날때도 가족모두 모이지도 못하고... 여행은 고사하고 노인정도 닫았다는데 괜찮으실까...

코로나때문에 사실 안심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부모님께서 함께 부지런히 여행도 다니시고 활기차게사시는 모습은 참 보기가 좋다.

메스 퐁피두 센터 방문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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