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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댁에서 일요일 모닝커피

by 낭시댁 2021. 11. 23.

일요일 아침, 내 운전 연습을 끝내자마자 우리 부부는 시댁으로 향했다.

시어머니께서는 우리더러 이 유리테이블을 처분하실거라고 하시며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다. 안그래도 티테이블이 하나더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잘됐당...

시부모님께서 스웨덴에서 돌아오신 후 자서방은 아직 시부모님을 뵙지 못한 상태라 겸사겸사 찾아뵙게되었다.

내 뽀글이러그 예쁘냥?

우리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갈때마다 저 곱슬곱슬한 양털러그를 자랑하신다. 봐도봐도 뿌듯하신가보다.

의자에 깔린 저 회색 러그는 오래전에 가장 먼저 스웨덴에서 사신거고 등받이에 있는건 이케아에서 사신거라고 하셨다. 사실 둘다 인조인줄 알았다고 말했다가 시어머니의 무시무시한 눈초리를 감내해야만 했다.

이번에 새로 사오신 양털러그는 총 3개. 회색, 흰색 그리고 짙은 회색-

"인조가 아닌데 어떻게 이런 색이 나지요?"

"스웨덴에 고트란드라는 섬이 있는데 거기사는 양들이야. 걔네는 색깔이 이래. 얼굴은 까맣고..."

바로 gotland sheep을 검색해서 양들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이 고트란드는 시부모님께서 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셨다.)

"그러니까... 이 러그들의 생전 모습들이군요..."

나는 슬프게 말했는데 우리 시엄니께서는 이제서야 제대로 이해했구나 싶으신 표정으로 힘차게 끄덕끄덕 하셨다.

시아버지께 디카페인 커피를 주문(?)했더니 (시댁에서 커피는 무조건 시아버지 담당) 시아버지께서 일어나시면서 말씀하셨다.

"스웨덴에서 사온 갸또 맛볼래? 엄청 맛있는거야..."

그렇게 다이닝룸으로 들어가시는 시아버지를 향해 시어머니께서 큰소리로 외치셨다.

"그건 우리끼리만 먹기로 했잖아요!"

ㅋㅋㅋㅋㅋ 아, 저 진짜 조금만 먹을게요...

오잉! 한입먹고 눈이 휘둥그레지자 시아버지께서 씨익 웃으셨다. 두분 아껴드시던거구나.... 눈치없이 두개먹으면 안되겠다.

시어머니께서 커피가 묽다고 딱 한마디 하셨을뿐인데 시아버지께서는 바로 커피를 한잔 새로 뽑아오셨다. 황당해하시는 시어머니를 향해 내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어머님을 엄청 사랑하시는가봐요. 커피는 두잔이나 주시네요!"

"호호 그런가봐. 미슈 (시엄니께서 시아버지를 부르시는 애칭) 메흑씨!"

하나만 먹을랬는데... 갸또가 너무 맛있어서 두개 먹어버렸네... 나중에 스웨덴 가시면 연어대신 이걸로 사다달라고 말씀드려야지.

시어머니께서 저녁에 닭육수에 중국식 국수를 삶아서 드신다고 하시길래 내가 맛있겠다고 했더니 전에 주셨던 닭육수로 만들어보라며 국수, 청경채, 애호박을 챙겨주셨다. 자서방이 저쪽에서 나를 보더니 너무 많이 얻어가지 말자고 속삭였다.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찬장을 뒤적거리시던 시어머니께서 나더러 카술레 좋아하냐며 캔을 두개 꺼내서 주셨는데 자서방이 "괜찮아요, 우리도 만들어 먹으면 돼요." 라고 거절하더니 정작 캔을 자세히 보고는 "오, 이거 맛있는거네!" 하면서 바로 챙겼다ㅋㅋ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는 스물가루랑 빌베리 잼도 얻어냄... 나보다 더하구만... 왜 나만 갖고 그래- (옛날 유행어)

아, 유리테이블은 옮기다가 생각보다 너무 무거워서 그냥 포기했다.ㅋㅋ 중고사이트인 봉꾸앙에 단돈 30유로로 올리셨는데 당장 찾아오겠다는 사람들의 연락이 이어져서 그냥 중고로 파시라고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우리둘이서 옮기다가 박살 낼 것같아서;;

저 테이블 아니어도 두손 충분히 무겁게 돌아왔기때문에 전혀 아쉽지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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