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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나이가 무기가 되는 나이가 왔나보다.

by 낭시댁 2022. 2. 6.

첫 야외수업이 있었다. 로렌대학교 근처에 있는 메디아테크 (Médiathèque)라는 도서관을 방문한 것이다.

야외수업이 있기 며칠전부터 선생님께서는 모두의 백신패스 여부를 체크하셨다. 도서관을 입장하려면 꼭 필요하기때문이라고 하셨다.  

싸리눈을 맞으면서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 약 10분간 걸어서 도서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도서관 낭시 메디아테크 입구

참고로, 도서관은 프랑스어로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라고 한다. librairie라는 단어가 프랑스어에 있지만 이건 도서관이 아니고 서점이다 ㅡㅡ; 영어단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뜻은 아예 다른 이러한 단어들을 포자미(faux amis), 즉 거짓친구들이라고 부른다... 아주 나쁜 친구들이다 😐

선생님 바로 뒤에 따라가면서 이날 내 짝으로 지정된 베네수엘라 소년(아주 애띤 얼굴이라..)과 여러 대화를 나누었다. 본국에서는 파티셰 전공으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정부에 의해서 강제로 학교가 문을 닫아서 공부겸 취업을 위해 프랑스로 온거라고 했다. 운이 좋아서 현재 유명 레스토랑에서 보조요리사로 근무를 하고 있는데 낮에는 프랑스어 수업을 듣고 저녁마다 일을 하고 집에 자정이 넘어서 들어가면 너무나 피곤하다고 했다. 

"그래도 저녁식사는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먹겠네? 그건 좋겠다!" 

내 말에 그 친구는 그건 맞다며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 선생님
입장하면서 백신패스와 함께 가방도 검사를 받아야했다. 

나는 단순한 견학인줄 알았는데 우리의 미션은 인터뷰였다. 

한장 빼곡히 질문이 적힌 종이를 들고 짝꿍과 함께 1층부터 4층까지 다니면서 직원들에게 질문을 해야 했다. 😢 나라면 일하는데 자꾸 말걸면 귀찮을것 같은데 ...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한 직원에게 모든 질문을 물어보지는 말라고 하셨다. 😆

2층으로 올라가니 비디오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비디오 게임을 하는 손주들 옆에서 독서를 하고 계시는 할머니도 계셨다. 

층층마다 독서를 하거나 모여서 과제등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내 짝꿍은 미션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지만 나는 이 누나만 믿으라는 식으로 안심을 시켰다. 🤓 그리고나서 다른 팀원들이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는 장면을 포착할때마다 달려가서 귀동냥으로 받아적어서 금세 모든 답안을 완성했다. 야호!

나중에는 반친구들을 마주칠때마다 내가 답지를 바꿔보자고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 아직 다들 조금씩 서먹해하는 분위기지만 나이가 제일 많은 나는 그다지 그런게 없다. 나이가 무기가 된 것 같다. 다들 아닌척 쿨한척 하지만 누구나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면 활짝 웃으며 좋아한다.   누구나 조금씩은 외로운 법이니까- 

시간이 많이 남아서 몇몇 친구들을 모아놓고 푹신한 의자에 둘러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수업시간에 비록 자기소개는 했지만 좀더 편안하게 서로 잘 알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내가 가방에서 카라멜이랑 귤을 나눠줬더니 친구들이 까르르 웃었다. 볼때마다 내가 뭘 자꾸 꺼내주더란다ㅋㅋㅋ 

"나이가 들면 원래 친절해진단다, 얘들아."

"아니야, 너 진짜 어려보여!" 라고 누군가가 한마디 했는데 나머지 착한(?) 아이들도 그 말에 동조를 해주었다. 그런 반응을 기대하며 일부러 내가 자꾸 나이 이야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같이 온 친구들 중에서는 도서관에 회원등록을 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도서관에는 프랑스어 시험 Delf를 준비하기 위한 책도 있었는데 회원등록없이 모든 책을 볼 수는 있지만, 집으로 빌려가려면 회원등록이 필요하다. 나역시 혼자 타지에 나와있는 상황이라면 회원가입을 했을것 같다. 싱가폴에서 혼자 살때를 생각하면... 정말 정말 외로웠는데... 항상 외롭지 않은척 했다.  

이제 나는 여가시간엔 집에서 가족들과(무스카델 포함)보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다양하게 요리하고 먹는 시간도 요즘엔 부족하다ㅋ)

오늘 나는 낭시를 조금 더 배웠다. 그리고 나이가 많다는게 서글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조금씩 들기도 하고... ㅍ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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