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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2% 부족했던 돌솥 비빔밥에도 행복해 하신 프랑스 시부모님

by 낭시댁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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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맛이 뭔가 살짝 허전한 느낌이었다. 
 
비록 어머님께서는 "쎄 트헤 트헤 봉!!"이라고 몇번이나 외치셨지만 말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다가 떠올랐다. 
 
"밥을 담기전에 바닥에 참기름을 좀 뿌렸어야 하는데 그걸 빠트렸네! 그랬더라면 좀더 촉촉했을텐데." 
 
하지만 자서방과 시부모님은 맛만 좋다고들 했다. 
 

나야 고추장을 듬뿍 넣어서 맛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소스를 넣기는 넣었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흰색이라 진짜 맛이 있긴 한가 싶어 갸우뚱했다. 
 
흰색 비빔밥을 먹고 있던 자서방은 비빔장에 대해 아는척을 하며 시부모님께 그동안 먹어본 비빔장들을 비교하며 떠들었고 역시나 흰색 비빔밥을 드시고 계시던 아버님은 연신 탄산수를 들이키셨다. 매워서 그런거는 아니라고 하셨다.
 

우리집 효녀 무식이는 아빠랑 놀면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재롱을 보여드렸다.  

 

잠시후 무식이는 지친 표정으로 우리 대화를 듣고 있었다.
야 표정 너무 웃기잖아. 초상화랑 대조되는 것도 웃기고 ㅎㅎ
 

식사 후에는 시부모님께서 가져오신 생일 케잌을 먹었다. 
커피와 함께 먹으니 꿀맛이다. 이 집 정말 잘하네... 

 

무식이가 코를 골며 잠에 들었을때 우리는 소파로 다시 자리를 옮겼다. 
 
"나 정말 자고갈거야. 이 집이 너무 좋아서 떠나기가 싫어." 
 
어머님께서는 본인들이 사용하시던 가구들이 우리집에 어울리게 배치된 모습을 보고 또 보시며 흡족해하셨다. 

아버님께서는 우리가 드린 선물상자를 열어서 마카롱을 하나씩 권하셨다. 생일 선물로 드린거라 예의상 거절하려고 했는데ㅋ 자서방의 손이 불쑥 파고 들더니 초코마카롱을 잽싸게 집어가는게 아닌가. 그럼 저도 산딸기맛 마카롱 한개 맛보겠습니다. 
 

역시 맛있다. 리들 마카롱과는 차원이 다르구나. 촉촉함과 달기의 정도 그리고 향이 다르다. (가격이 가장 다름)
 
어머님은 남은 샴페인을 기어코 마저 다 드시며 옛날 생각에 잠기셨다.
 
"여보, 우리가 처음 집을 샀을때를 기억하나요? 그땐 애들 키우고 돈벌러 다니느라 진짜 여유가 없었단다. 내가 좋아하는 샴페인도 그때 우리 형편에는 비싸서 사 마실 엄두도 못냈는데 이제는 이렇게 원없이 마시는구나. 나 정말 오늘 너무 행복하다. 이집이 너무 좋아서 떠나기가 싫어"
 
"오늘 자고 가세요. 아니면 우리 아예 집을 서로 바꿀까요? 저는 찬성입니다만." 
 
"집을 바꿔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 우리가 나이가 들어 거동이 힘들어지면 아무래도 계단도 없고 관리인도 있는 아파트가 나을테니." 
 
말씀을 그렇게 하시지만 아직 두분은 계획하시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오늘은 집에 가드너가 다녀갔단다. 내년에 정원 구조를 좀 바꿔보려고. 유능한 가드너니까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아이디어가 넘치더라구."
 
그리고 내년에는 바르셀로나에 여행을 갈거라고 하셨다. 
 
두분은 오래오래 대화를 나누시다가 밤이 아주 늦어서야 아쉬운 발걸음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님 말씀대로 너무 즐거운 저녁이었다.
 
 
 
 
 
*덧붙임
 
오늘은 해피앤딩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부엌을 치우던 나는 한차례 비명을 질렀다. 
 
어제 신경써서 무쳐놓은 시금치가 그대로 냉장고에 있네?
 
왜 때문에... 너는... 여직 거기에 숨에 있었던거니... 

울고싶어라... 울고싶어라... 이 마음... 
 
얼음처럼 굳어버린 나에게, 자서방은 비빔밥이 부족함 없이 아주 맛있었으니 마음쓰지 말라고 말했지만 나는 충격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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