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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한식과 친해지려 노력하시는 프랑스 시어머니

by 낭시댁 2023. 11. 17.

얼마전 저녁시간에 시어머니께서 쇼츠 비디로 링크를 하나 보내오셨다. 

다름아닌 매운 갈비찜 레시피.

 

[이거 만들어본적 있니? 나 한 번 만들어보려구. 내가 만들면 먹으러 올거지?]

 

그런데 그냥 갈비찜도 아니고 매운 갈비찜이라니... 고춧장에 고춧가루까지 들어간다. 

 

지난 번 김치도 매워서 아주 조금씩만 드시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맛은 있다고 하심)... 

 

[김치보다 더 매운건데요? 제가 안매운 버전으로 레시피를 알고있어요.]

 

[매운양념은 조금만 넣으면 되지. 걱정말거라. 나 내일 이거 재료사러 아시아 마트 갈건데 같이 갈래?]

 

옆에서 대화를 지켜보던 자서방은 본인이라도 나서서 어머님을 말려보겠다고 했지만 내가 그러지말라고했다. 드시는 것 보다 만드는 걸 더 좋아하시니까 뭐... (다들 맵다고 하면 나 혼자 다 먹으면 되지 하핫)

 

어머님은 올 크리스마스때 김밥을 만드실거라고 하시며 또다른 짧은 영상들을 연속으로 보내셨다. 

 

[나 이것도 만들어볼거야. 내일 김도 좀 사야겠다.]

 

음... 노엘때 김밥도 나 혼자 다 먹게 되는거 아닌가모르겠다. 

 

 

나는 다음 날 아침 리들에 들렀다가 바로 시댁으로 갔다. 

모웬은 나를 반기며 오늘도 궁뎅이먼저 내밀었다. 두드려드려야지요... 암요...

애교부리는 모웬을 뚱하게 바라보는 아무 생각없는 탈린.

따뜻한 벽난로와 향긋한 차,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고양이들. 힐링하는 순간이다. 

 

와중에 탈린은 내 장바구니에 머리를 집어넣고 검사를 하느라 바쁘다.

내꺼는 없네...

 

안타깝게도 이스탄불은 만나지 못했다. 아침일찍 라디에이터 수리공이 왔었는데 그때부터 지하실에 숨었다가 여태 안나오는 중이라고 한다.

 

어머님과 나는 차를 마시며 물리치료를 받으러가신 아버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아버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오시는 길에 나를 데리러 우리 집앞에서 기다리는 중이라면서 말이다 ㅠ.ㅠ 당황했던 나는 지금 시댁에 와 있다고 말씀드린 후 어머님께 시선을 돌렸다. 

 

"어머님? 제가 오기로 했다고 아버님께는 말씀 안드리셨어요?" 

 

그때 우리 어머님의 두 눈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찻잔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서시더니 "가자!" 라고 외치시고는 밖으로 달려나가셨다. 저도 같이가요...! 

 

어머님께서 전날 아버님과 함께 우리집앞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하시는 거를 내가 그 전에 리들에 들렀다가 시댁으로 가겠다고 다시 정정했었는데, 어머님께서는 그 말을 아버님께 전달하시는 것을 깜빡 하셨던 것이다.

 

교차로에 서서 기다리다가 아버님 차에 올랐는데, 어머님은 어색하게 웃음으로 무마하려 하셨고 아버님은 어머님께 잔소리를 하셨다. 결국 뒷자석에 있던 나는 아버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괜찮으세요? 하지만 제 잘못이 아니랍니다...ㅠ.ㅠ 어제 분명 저는 시댁으로 오겠다고 어머님께 말씀드렸어요. 엉엉..." 하면서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아버님께서는 웃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후유. 

 

 

어머님은 아시아 마트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식재료를 여러가지 구입하셨다. 

고추장 고춧가루 미역 다시다까지!

하나같이 어머님께서 평소 기피하시던 식재료인데 대체 하루아침에 이렇게나 변하실 수가 있단 말인가!

물론 갑자기 막 이 식재료들이 맛있어지신건 아닐것이다. 하지만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스스로 하신 것이 신기한 것이다. 

 

심지어 미역도 세봉지나 사셨고 거기다 다시마까지 사셨다! 

 

다시마로는 표고버섯과 함께 가루를 내서 천연조미료를 만들거라고 하셨다. 김냄새도 거북해하시던 분이 다시마를 심지어 갈아드시겠다고요?? 

 

 

장보기를 마친 후 우리는 시내 테라스로 가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트램 공사로 인해 길도 불편하고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아 시내를 한바퀴 돌고 있던 와중에 내가 시간 맞춰 먹어야 하는 약을 깜빡한 것을 알아차셨다. 테라스에서 마시는 따끈한 라떼의 유혹에 잠시 약을 건네뛸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마지막 인공수정이 될 지도 모르는지라... 

 

"두 분 커피 드시고 오세요. 저는 버스타고 들어갈게요. 죄송합니다!" 

 

결국 두분은 아쉬워하시면서도 나를 집까지 태워다 주시고 두 분도 집으로 돌아가셨다. 으... 조만간 브런치 먹으러 가자고 먼저 말씀드려야겠다. 어머님 좋아하시는 샌드위치집 들러서 샌드위치 사다가 단골 커피숍에서 라떼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나도 커피를 놓쳐서 너무 아쉽다. 

 

집에 왔을때 나는 아시아 마트에서 사온 조미김을 꺼내고 미역국을 데워서 점심 식사를 하며 어머님께 사진을 찍어보내드렸다. 

어머님은 내가 산 조미김을 신기하게 바라보시며 혹시 밥 할 때 섞어짓는거냐 물어보셨던 것이다. 

 

[제 점심이예요. 한국식 한끼지요.]

 

[아, 그렇구나! 이제 이해했다.]

미역국에 김치 그리고 조미김. 

이거야말로 진짜 한식이지. 

 

한국인의 해조류 사랑을 제대로 보여드렸기를 바라며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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