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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시월드

시어머니 프랑스어 욕 따라하기

by 낭시댁 2023. 11. 29.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은 무얼 할까 생각했다. 
 
다음주부터 바빠질 일이 있어서 김치를 미리 해야 할 것 같은데...
 
혼자 나가기 싫어서 내 베프인 시어머니께 메세지를 드렸다.
 
[저 배추사러 갈건데 같이 가실래요? 시내 나가서 우리 지난번에 못마신 커피도 마시고싶어요.]
 
[오늘 주말이라 커피숍은 복잡할거야. 대신에 내가 그헝프레에 태워다주마.]
 
차편이 필요해서 연락드린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잠시 후 어머님께서 우리 집앞에 도착하셨다. 
 
"봉쥬! 잘 지내셨나요?"
 
어머님 차에 올라타면서 반갑게 인사를 드렸더니 어머님께서는 대뜸 이렇게 대답하셨다. 
 
"오 메흐드!" 
 
이거슨... 프랑스욕이다! 
 
"...왜요?"
 
"아 미안, 내가 너 주려고 카키를 가져오려고 챙겨놨었는데 까먹었거든... 메흐드!"
 
프랑스어로 감을 카키라고 부른다. 나 감 좋아하는뎅...
 
"며칠전에 세일하길래 너주려고 몇 개 더 샀었거든." 
 
"저런, 메흐드!" 

시어머니의 말투를 흉내내며 나도 시원하게 욕을 따라했다ㅋㅋ
 
"호호호 그러니까!"
 
속상해 하시던 어머님께서 내 대답에 빵터지셨다. 우리 어머님은 역시 가르쳐주신 욕을 내가 잘 배워서 써먹으면 좋아하신 단 말이지.  

"그헝프레 갔다가 우리집에 들렀다가거라 커피도 마시고. 내가 라떼 만들어주마." 
 
"좋지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넘치는 그헝프레는 언제와도 기분이 좋은 곳이다. 
 
스페인산 클레멍틴(귤)이 1킬로에 1.7유로?! 싸다! 
얼른 달려가서 봉지에 골라담았다. 리들에서는 아직 1킬로에 3유로가 넘던데! 신난다. 
 

 

 
한켠에서는 생선이 50% 세일중이었다. 어린 대구? 
내가 그냥 쳐다보기만 했더니 어머님께서 두 팩을 사주셨다. 
 
"수비드로 요리해도 맛있어. 소금만 넣고 40분 정도로 익히면 돼. 간단하지." 
 
아 수비드면 비린내 걱정 없겠구나. 

내가 맨날 리들에서 렌틸을 사먹는다고 했더니 ㅋㅋㅋ 렌틸도 사 주셨다. 
 
"이 지역 렌틸이 프랑스에서는 최고란다! 먹어봐. 맛이 달라." 
 
이미 일전에 주셔서 먹어봤고 별 차이는 못느꼈지만... 그냥 처음 듣는 표정을 지으며 감사히 받았다. 
 

 
가을이라 호박들도 참 예쁘다. 
 

 
배추(chou chinois)를 사는데 배추 양옆으로 신기하게 생긴 십자수 야채들이 보였다. 
특히 왼쪽에 뾰족한 배추의 이름은 다소 직관적인 chou pointu였다. (pointu=뽀족한)
 

배추 뿐 아니라 무도 샀다. 길쭉한 무만 보다가 이렇게 귀엽게 생긴 무는 또 프랑스에서 처음 봤다! 김치에 넣으려고 두개 샀다. 
 
 
시어머니랑 계산대에 서 있다가 어머님의 사촌언니인 크리스티안을 우연히 만났다! 
 
여전히 활기찬 표정을 한 그녀는 우리가 손을 흔들었더니 반가운 표정으로 복잡한 인파를 뚫고 우리에게 가까이오셨다. 
 
"오 너는 여전히 이쁘구나. 그렇지않니 마리엘? 얘는 항상 예뻐!!" 
 
역시 이모님은 훌륭한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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