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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에서 생애 첫 집들이를 하다.

by 낭시댁 202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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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집들이 음식 준비하기
 
친구들이 오기로 한 시간은 저녁 7시 반이었다. 자서방은 8시가 적당하다는 걸 내가 30분 땡겼다. 그렇게해도 프랑스인들은 8시에 올것이다.
 
그런데 웬걸?! 7시 10분부터 벨이 울렸다. 자서방 친구들은 약속시간 10분전에 모두가 도착했다.
 
알마네는 시간에 딱 맞춰왔고 맨 마지막에 도착한 필리피노 커플은 오늘도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하
안타깝게도 엘라는 못왔다. 스트라스부르 여행중이라는 그녀는 나보다 더 안타까워했다. 자서방 친구 중 한 명도 코로나에 걸려서 못오는 바람에 우리는 총 10명이 모이게 되었다.
 
남편 친구들은 화분 두개와 레드와인 맥주등을 들고 왔다. (맥주맛에 까다로운 친구들이라 올 때 좋아하는 맥주를 직접 들고오라고 자서방이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레드와인이 전부 다 너무 맛있어서 다들 다른건 눈에 들어오지 않는듯한 분위기였다.) 
알마네 커플은 시트램 주물냄비를 안고왔고 에리카네 커플은 대형사이즈 프로세코 한 병과 장미꽃다발 그리고 초콜렛 한 상자를 안고왔다. 
 

친구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을때 나는 김밥과 계란말이를 썰었다. 요리는 해도 데코는 내 분야가 아니다. 그냥 내 눈에 먹음직스러워보이면 장땡. 

 
나는 내 친구들에게 우선 자서방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우리 잘생긴 남편을 드디어 보여줄수 있게돼서 기뻐."
 
자서방은 내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반가워요. 그녀의 남편은 존재했답니다." 
 
어색한 표정으로 용기 내 건넨 농담이었을텐데 다행히 내 친구들은 까르르 웃어주었다. 
 
자서방의 친구들에게도 내 친구들을 한명 한명 소개시켜주었다. 여기는 알마, 스테판, 에리카, 마이크... 
그런데! 바로 그때 남편 친구 중 한 명이 알마의 남편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외쳤다.
 
"어? 스테판? 스테판!!" 
 
알고보니 두 사람은 오래전 함께 대학교에서 근무했던 사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반갑게 얼싸안는 장면을 보고 우리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흐뭇하기도 하고... 정말 세상 좁구나. 인연이 이렇게도 다시 이어지다니. 

덕분에 양쪽 친구들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분위기가 갑자기 친근해졌고 나와 자서방은 괜히 뿌듯했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서방은 우선 샴페인을 오픈했다.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마개가 뽕! 하고 열렸을 때 다들 박수를 쳤다. 
잔을 채우고있는 모습을 다같이 기분좋게 바라보고 있을때 나는 내 샴페인잔에 탄산수를 따르면서 말했다. 
 
"저는 오늘 안타깝게도 술을 못마셔요. 인공수정때문에요. 말 나온김에... 우리 다같이 일 분 동안 저를 위해 기도할까요?"  
 
다들 어색하게 나를 쳐다보고 있을때 자서방이 옆에서 피식했다
 
"농담이라구 헤헤헤"
 
내가 웃으니 몇몇 친구들이 따라 웃었다. 딴에는 아주 웃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네. 자서방이 웃었으니 되었다.
 

 
우리는 샴페인 잔을 들고 한명 한명 눈을 맞추면서 일일이 건배를 했다. 
내 친구들과 남편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인 모습을 보니 내 기분이 그렇게나 좋을수가 없었다.

남편, 나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
 
내 친구들도 남편 친구들도 다들 즐거운 표정이라 더없이 좋았다. 
 

 
김밥을 선보일때마다 꼭 누군가는 김밥 꼭다리를 보고 질문을 한다. 
 
"이건 참치를 넣은거고... 그럼 이거는?"
 
오늘은 알마가 질문을 했는데 나는 에리카에게 답변을 대신할 기회를 넘겼다. (일전에 에리카도 똑같은 질문을 한 바 있다.)
 
"똑같은거야. 그냥 길게 한 줄 만들어서 자른거라 양쪽 끝부분은 이런 모양이 나오는거지." 
 
"아..." 
 
미생물학 박사의 입에서 큰 깨달음을 얻은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독일태생인 스테판은 돼지고기가 많아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소시지, 빠떼, 잠봉, 넴 등등. 알마가 돼지고기를 안좋아해서 집에서는 잘 못먹는다면서. 그런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알마는 오늘 실컷먹어두라고 말했다.
 
"반대로 나는 독일가면 돼지고기를 먹지. 그걸 안먹으면 먹을게 없거든. 그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정말 좋아해." 
 
알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돼지고기 넴을 김밥보다 더 많이 먹었다.
김밥과 넴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다. 특히 넴은 집에서 직접 만든거라고 했더니 다들 앞다투어 손으로 집어갔고 엄지를 세워 칭찬해주었다.
 
샴페인을 마신 후에는 에리카가 가져온 프로세코를 마셨고 그 다음부터는 레드와인에 홀릭되는 시간.
역시 프랑스인들이라 레드와인으로 하나가 되는군. 
 
자서방은 이미 일찍 도착했던 친구들을 데리고 집안 곳곳을 보여주었던 터라, 나는 뒤늦게 내 친구들을 이끌고 집 이곳저곳을 보여주었다. 특히 화려한 조명을 자랑하는 자쿠지와ㅋ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발코니를 강조했다. 여름이었다면 발코니 문을 활짝 열고 놀았을텐데...
 

아시아마트에서 양파링을 사왔다. 비쌌지만 반가워서...

 
 
친구들은 거실 벽에 늠름하게 걸린 무스카델의 초상화를 볼 때마다 크게 웃었다. 무식이는 이미 어디론가 꽁꽁 숨어서 얼굴을 안보여주고 있는데 초상화만으로도 모두를 벌써 즐겁게해주는구나. 
 
그러다 누군가가 "어, 저기를 봐!" 라고 소리쳤는데 뒤돌아보니 겁은 많지만 호기심도 많은 우리 무식이가 어느새 나와서 우리를 빼꼼히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자서방이 가서 품에 안아들고 친구들에게 돌아다니면서 인사를 시켰는데 얌전하게 가만히 있네? 다들 한번씩 만지는데도 끝까지 얌전히 안겨있었다. 이쁨 받는건 또 아는가보다. 
자서방은 그 후에 다시 혼자 있으라고 무식이를 서재방에 데려다 놓았다. 그런데 얼마안가서 무스카델은 또다른 장소에서 발견되었다.  

내가 보이냥?

숨어서 지켜보려던건 아니었다냥...

 
혼자 있기는 싫었던가보다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 
 
결국 내가 안아들고 캣타워 위에 올려놓았는데, 꽤 시끄러웠음에도 얌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다들 놀래며 칭찬했다. 무식이도 파티에 끼고 싶었던가보다. 

니 초상화보고 다들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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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케잌을 예쁘게 잘라서 한 조각씩 나눠줬는데 사진을 안찍었네. 저런... 
사과가 마치 고구마처럼 폭신하게 잘 익었고 맨 위에 카라멜은 달콤해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맛있었다. 다들 맛있어했고 한 조각씩 더 먹겠다고 한 친구들도 있어서 뿌듯했다. (이때 디저트용 접시를 교체했어야 했는데 내가 깜빡했네.)
 

 
파티는 자정이 넘어서야 끝이났다. 
 
친구들과 작별하는데만도 30분은 소요된것 같다. 현관에 서서 작별인사를 하다말고 대화가 또 길어진것이다. 역시 프랑스인들답다. 
처음만났을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헤어짐이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는 사이가 된 것이다. 무뚝뚝한 자서방이 내 친구들과 친근하게 비주를 하는 모습도 내 눈에는 새롭고 기분좋은 장면이었다. 
 
 
모두들 떠나고 나자 자서방은 피곤이 몰려온다며 어질러진 테이블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냥 들어가서 쉬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자서방은 빛의 속도로 치우기 시작했다. 우리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테이블과 부엌을 치웠다. 이럴수가... 이 정도면 신기록아닌지. 
 

 
다음날 아침 환하게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이 예뻐서 찍어보았다. 무식아 새 집 마음에 드니?
 

무식이는 원래 저기까지 안올라가는데 새로 생긴 식물과 꽃이 신기했던지 일일이 냄새를 맡고 다녔다. 
 
파티하느라 너도 수고했어! (진심 아닌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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