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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프랑스 시장에서 일하는거 힘들지 않냐고요?

by 요용 🌈 2024. 9. 11.

우리시장에서 단연 손님이 가장 많은 가게는 빵집이다. 
다른데는 손님이 없어서 한가할때에도 빵집에는 항상 줄이 길게 서 있다. 정육점 아저씨는 빵집이 문을 닫으면 정육점 손님도 줄어든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빵집에서 늦은 오후 남는 빵이 있으면 시장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하지만 대부분 바게트같은 거친 빵들이라 나는 주로 거절을 한다. 곡물빵이나 바게트를 얻어서 내가 먹는대신 친구에게 준 적은 몇 번 있다.
 
오늘은 오후에 혼자서 가게를 보고 있었는데 4시가 넘으니 배가 좀 고파왔다. 
빵집을 바라보며 달달한 빵오쇼콜라나 하나 사먹을까 생각을 하고 있던차였는데 글쎄 텔레파시가 통한 것 처럼 빵집 언니가 나에게로 달려왔다. 
 
"쇼쏭오뽐이랑 브리오슈 드실래요?" 
 
"네!!!" 
 
내 대답이 좀 우렁찼던것 같아 살짝 민망했지만 그언니는 씨익 웃으며 빵을 가지러 돌아갔다. 
 
최근에 빵집에 예쁜 언니 두 명이 새로 들어왔는데 오며가며 내가 인사를 먼저 건네면서 눈도장을 잘 찍어둔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저 언니들한테 나도 뭘 주고 싶은데...
 

 
잠시 후 돌아온 이쁜 빵집 언니는 브리오슈랑 쇼쏭오뽐이 들어있는 종이 봉투를 내밀었다.  
와... 얼마만이냐...
 
내가 팬에 남아있던 닭강정을 종이컵에 4조각 담아서 보답으로 줬더니 예쁜 언니가 고맙다며 환하게 웃으며 들고갔다. (맛있었던지 그녀는 다음날 한 그릇 주문을 해 먹었다. 참고로 시장 상인들끼리는 서로 10%씩 할인을 해 준다.) 
 
브리오슈가 정말 이렇게나 맛있었던가. 고소한 계란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진짜 하정우 먹방처럼 입에다 막 구겨넣고 먹었는데 빵집 언니들이 봤다면 매우 흐뭇해 했을것이다. 시어머니께서 오래전에 구워주셨던 따끈한 브리오슈만큼 맛있었다. 혼자 살게되면서 빵종류를 그동안 잘 안먹다가 먹어서 더 맛있었던것 같다. 쇼쏭오뽐은 내일 아침에 SK랑 나눠먹어야징.
 

 
시장에서 일하면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얼마전에는 일본식당에서 일하는 일본 언니가, 팔다 남았다며 교자를 주고 간 적이 있다. 한창 바캉스철이라 손님이 없어서 너무 많이 남았다며 더 필요하면 더 줄 수 있다고도 했다. 우리 가게에서 김치를 종종 사가기도 하고 평소에도 반갑게 인사하고 지내던 언니인데 볼때마다 인상이 참 좋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교자는 이 날, 낭시에서 한 달간 인턴일을 하고 있는 내 일본인 친구에게 줬다. 아기같이 생긴 친구가 혼자 사느라 잘 챙겨먹나 걱정이 좀 되기도 했는데 교자를 줬더니 정말 좋아했다. 
 
그 후로 나는 이 일본 언니가 우리 가게에 들를때마다 닭강정이나 김치전 등을 먹으라고 한 두 조각씩 준다. 맵다고 하면서도 주는건 뭐든지 맛있게 다 잘 먹어주니 더 정이 간다.  

 
김치전이 맛있기는 했다. 신김치에다 치킨튀김가루를 넣고 문어까지 넣었더니 진짜 끝내줬다. 

 
SK랑 막걸리까지 한 잔 하면서 맛나게 먹었다. 일하면서 이런 즐거움이 있다니까ㅋ
 
우리 버거씨는 가끔 회사에서 골치아픈 일이 있어서 나에게 털어놓곤 한다. 버거씨가 나더러 힘든일은 없었냐고 물을때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최저시급에 최저스트레스. 태어나서 이렇게 스트레스 없이 일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아 나쁘지않은 딜이군." 
 
프랑스인 손님들이 얼마나 친절한지는 다음편에 따로 소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