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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버거씨네 동료들과 바베큐파티를 했다.

by 요용 🌈 2024. 9. 12.

버거씨가 한달전부터 기다리고 기다렸던 바베큐 파티가 드디어 버거씨네 테라스에서 열렸다. 
 
친한 동료들에게 나를 소개시켜 주고 싶다고 그렇게나 벼르던 자리인데 결국 몇몇사람은 스케줄이 안맞아서 못왔고 세 사람이 와주어서 나와 버거씨까지 다섯명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 오후였는데 내가 도착했을때는 이미 버거씨가 만반의 파티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기분이 한껏 들떴는지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버거씨. 자꾸만 나더러 일어나서 같이 추자고 보채는데 나는 고개만 도리도리하고는 버거씨의 한물간 브레이크 댄스를 구경했다. 
 
"이따 친구들 오면 꼭 그렇게 춤 춰야된다?"
 
"아니야. 이건 너만을 위한 춤이야." 
 
혼자보기 아까운데…
 
"요즘애들은 춤출때 팔 그렇게 많이 안쓴대. 나이든 사람들만 팔을 흔드는거야." 
 
내 말에 문어처럼 팔을 더 힘차게 흔드는 버거씨. 
 
"뭐 어때. 내 맘이지." 
 
친구들이 오기도 전에 버거씨랑 나는 벌써 한바탕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잠시 후 버거씨네 회사 여동생이나 다름없는 베로니카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도착했다. 
 
나는 이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수차례 많이 들었다. 30대초반에 키가 엄-청 큰 스페인 동료. 키가 정말 크니까 만났을때 놀래지 말라고 미리 경고까지 들은바 있다. 남들보다 한 계단 위에 올라선 느낌이라 나는 저절로 그녀의 신발을 먼저 확인했다.  플렛슈즈네. 그녀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너무 살갑게 비쥬를 할 때 나는 순간 아바타의 나비족을 떠올렸다. 190은 훌쩍 넘고 2미터는 안된다고 했다. 그녀의 프랑스인 남자친구도 우리 버거씨랑 키가 비슷한걸로 봐선 작은키가 아닌데 그녀옆에서는 (딱하게도) 아담해 보였다.
 
"드디어 만나게 돼서 너무 좋아요!! 이야기 정말 많이 들었어요." 
 
키 큰 그녀가 발을 동동구르며 좋아하길래 나도 비슷하게 발을 구르면서 맞장구를 쳤다. 
 
"저도 많이 들었어요! 드디어 만나서 반가워요!!" 
 
룩셈부르크에서 IT일을 한다는 그녀의 남친 니콜라는 꽤 낯가림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나에게 다가와서 "나 김치 좋아해요..." 라고 운을 떼며 김치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풀어냈다. 
 
"한식당에 가면 김치가 제일 좋아요. 김치만 이따만큼 먹을수있어요. 내 프랑스인 친구는 직접 김치를 만들어먹는데 김치로 부엌을 폭파시킨적도 있대요. 김치를 만들어서 유리병에 꾹꾹 담아놨는데 휴가 갔다왔더니 다 넘쳐있었대요!" 
 
같은 회사에서 베로니카와 버거씨와 함께 일하다 최근 다른 은행으로 이직을 한 미국인 로버트도 참 좋은 사람이었다. 프랑스여자와 이혼을 한 경험이 있는 그는 프랑스어를 매우 유창하게 말했다. 
 
"자 오늘 모인 여러분들 모두 영어와 프랑스어를 잘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둘 중 아무 언어나 편하게 선택하도록 해요." 
 
버거씨의 선포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평소처럼 한 문장에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실상은 프랑스어는 안늘고 영어는 점점 퇴화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곧 편안하게 반말로 살가운 대화를 끝없이 나누었고 엄청 많이 웃었다. 
 

 

"어딜가면 최고의 김치를 먹을수 있을까?" 
 
니콜라의 대답에 내가 웃지도 않고 대답했다.
 
"우리집" 

다들 크게 웃었다. 

"사실이야. 나는 내 김치가 제일 맛있어. 나중에 혹시 기회되면 내가 만든 김치를 먹게 해 줄게." 
 
겸손을 모르는 내 김치부심ㅋ
 
실내에서 식전주로 샴페인을 두어잔 마신 후 우리는 저녁 식사를 위해 테라스로 나왔다.  

우리 버거씨가 정말 많이 준비했구나. 쿠스쿠스와 병아리콩 샐러드를 한가득 내왔다. 
 
육즙이 살아있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먼저 먹었고 그 후에 다양한 소시지들이 구워져 나왔다.  

나의 최애는 사실 이 삼겹살이었다. 

 

 

 
베로니카네 커플은 11월에 한국으로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가면 내가 제일 하고 싶은게 뭔줄 알아? 메이컵 받는거!! 한국인들은 피부도 어찌나 좋지! 한국식 메이컵을 받으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 나도 대학생 시절 친구들이랑 화장품 가게에 가서 무료로 몇 번 메이컵을 받았던 적이 있어. 그때 처음으로 립스틱을 발라봤는데 재미있었어. 한국가면 미용실도 한번 가봐! 유럽보다 저렴하고 실력은 훨씬 좋다고 내가 장담해." 
 
"맞아! 미용실도 가야지!! 한국식 메이컵에 한국식 헤어스타일을 하고 서울 거리를 걷는거지!" 
 
베로니카는 정말 신이 난 표정이었다. 
 
"스페인에 사시는 우리 아빠가 룩셈부르크로 나를 보러 오신 적이 있어. 그때 내가 출근하고 나면 우리 아빠는 주로 뭘 하신줄 알아? 한국 드라마에 푹 빠지셨어. 처음에 내가 한드 하나를 소개해 드렸을때는 자긴 절대 아시아 드라마는 안본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거든? 결국 넷플릭스에 있는 한국 드라마를 몇개나 보고 가셨다니까?! 나중에 전화로 무슨무슨 드라마 결말을 못봤는데 끝에 어떻게 되었냐고 나한테 물으셔서 어찌나 웃었던지!" 
 
우리 대화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한류나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서 자연스럽게 내가 대화에 많이 참여를 할 수가 있었다. 다들 내가 소외감이 들지 않도록 배려해 준 듯도 하다. 
 
식사를 끝낸 후 우리는 다시 실내로 들어와서 디저트를 먹었다. 
우리 버거씨는 내가 젤로 좋아하는 디저트를 준비했다!!! 
 

꽁꽁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을 푸느라 우리 버거씨가 용을 쓰고있는 장면이다. 

데코로 블루베리도 얹었다. 
찰떡 아이스크림만 먹어도 맛있는데 쿠키도우 아이스크림까지...!! 또 먹고싶다 ㅠ.ㅠ 
 
디저트를 먹는동안 우리는 더 길고 더 웃긴 대화를 나누었다. 
 
나도 웃긴 이야기를 몇개 들려줬는데 베로니카가 들려준 가장 웃긴 이야기가 생각난다. 
 
"내가 파리에서 비지니스스쿨에 다닐 적이었어. 교수님이 어느날 우리더러 태어나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말해보라고 했어. 다들 다양한 경험들을 말하더라고. 그 중 한 중국인 여자애가 이렇게 말했어. 아빠의 반대에 부딪혀서 이루지 못했던 꿈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기 위해 몇 달동안 파리 화장실 여러곳을 청소했대. 다들 감동을 받았지. 꽤 부잣집 딸이라는데 화장실 청소를 했다잖아. 대체 얼마나 대단한 꿈이길래! 얼마 후에 그녀는 당당히 루이비똥 매장에 들어갔대. 그리고 이 꿈을 실현시켰다며 자기 가방을 들어올리더라. 다들 벙쪘지. 고작 루이비똥 가방때문에 몇 달 동안 화장실 청소를 한거야. 그런데 그녀 표정이 너무나 뿌듯해 보였어! 하하하." 
 

 
평소 나는 버거씨가 회사에서도 혼자 맨날 떠들고 있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했는데 이날 분위기를 보니 다들 골고루 말이 많았다. 실제 물어보니 회사에서는 그렇게까지 투머치 토커가 아니란다. 다행이다 버거씨. 
 
파티는 자정을 훌쩍 넘긴 후에야 끝이 났다. 
베로니카는 떠나면서 버거씨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왔고 버거씨는 기쁘게 그것을 나에게 두번이나 읽어주었다. 
 
[그녀는 재미있고 스마트하고 아름다워. 하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네가 그녀로 인해 너무 행복해보이기때문이야!]
 
그렇다. 내 얘기다. 움하하

버거씨의 테라스 파티는 아주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