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 이어집니다.
룩셈부르크 포도밭 산책 데이트
두시간여의 포도밭 산책을 마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그런데 큰 도로로 향해가던 버거씨가 갑자기 포도밭으로 차를 돌렸다.
"여기에 멋진 테라스가 있는데 여름에만 운영하거든. 한번 가보자."
별 생각없이 테라스에 따라 들어갔다가 경치가 너무 좋아서 입이 딱 벌어졌다.
오와...
이런데다 테라스바를 운영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여기 사장님 천재다!!
우와... 우와...
내가 계속 '우와' 거리고 있을때 젊은 사장님이 사람좋은 표정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죄송하지만 음식 주문은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저녁 7시이후부터는 음료만 가능합니다."
우리는 살짝 실망했지만 그래도 이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와인맛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니까! 그것도 좋지요!!
"저기 저거 꼬니숑(작은오이피클)인가요? 커다란 유리병에 든거요."
내 말에 두 남자는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고 사장님은 빵터지며 이렇게 말했다.
"저거요? 부숑(와인코르크마개)이잖아요ㅋㅋㅋ 오늘 술은 그만 드셔야 될 것 같은데요?ㅋㅋㅋ"
사장님의 스스럼없는 농담에 나는 같이 깔깔 웃다가 버거씨에게 와인은 니가 알아서 고르라고 말했고 버거씨도 큰소리로 웃었다.
주문은 바에 직접 가서 해야 하는데 내가 화이트와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더니 바텐더가 친절하게도 두종류를 추천해주며 한잔씩 테이스팅을 하게 해 주었다. 사실 두가지를 연속으로 마셔보니 서로 다르다는건 알겠는데...
"이건 오크통에서 숙성한거군요?"
예리한 버거씨의 질문에 바텐더가 대답했다.
"맞아요. 둘 다 품종은 똑같은거예요. 숙성방식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지요."
의외로 나는 오크통에서 숙성하지 않은 쪽이 더 과일향이 산뜻하게 느껴져서 좋았고 결국 그걸로 선택했다.
늦게온 덕분에 우리는 가장 전망이 좋은 자리를 골라 앉을 수가 있었다.
버거씨를 만난 이후로 이런 신선놀음을 자주 하게되는 것 같다.
조금 전 산책중에 머리를 활짝 열어서 상쾌한 공기를 가득 채워놓은 상태였는데 이 순간에는 가슴까지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나... 너무 좋아!!
우리 앞에만 포도밭이 펼쳐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 뒤에서도 포도가 주렁주렁 자라나고 있었다.
포도향 너무 좋고 경치 끝내주고.
"우리 라팔마 휴가 갔을때 봤던 그 파노라마 스팟 기억나? 나는 지금 여기가 그때보다 더 아름다운 것 같아."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로 옆에 앉은 버거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버거씨가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잠시 후 직원이 우리 주변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벌써 영업종료시간이 다가오나 싶어 서둘러 마시려고 했더니 직원이 친절하게 말했다.
"서두르지마세요. 아직 30분 정도 더 계셔도 돼요."
아 진짜 친절하다.
버거씨는 보통 룩셈부르크 사람들은 프랑스인들을 좀 무시하거나 무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가게는 다들 너무 친절해서 좋다고했다.
버거씨는 친절한 직원에게 운영시간을 질문했는데, 평일은 운영하지 않고 주말에만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운영을 한다고 했다. 거기다 저녁 식사는 예약도 안받는다고 했다.
"다음에 우리 꼭 다시오자!"
버거씨의 말에 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경치가 기가막힌 곳에 테라스를 짓고 와인과 음식을 팔 생각을 하다니...!
근데 평일에도 운영하고 주말에는 운영시간 좀 늘리지... 운영시간이 너무 짧다. 여름 한 철만 장사하는데 나라면 제대로 뽕을..?ㅋㅋ
오늘도 좋은곳에 데려와 주어서 고맙습니다 버거씨!
혹시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가게 홈페이지를 남깁니다. 근처 여행오시면 꼭 들러보세요: https://benoitclaude.lu/um-goldbi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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