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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아름다운 프랑스 시골 들판 산책하기

by 요용 🌈 2024. 9. 7.

버거씨의 아들들이 떠난 일요일 늦은 오후.
 
프랑스 여름은 정말 낮이 길구나.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하늘은 여전히 화창하다.  

집안일을 하고 있는 버거씨를 뒤로하고 나는 복숭아 하나를 씻어들고 테라스에 느긋하게 누웠다.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하늘만 봐도 좋다. 이따금씩 룩셈부르크 공항에서 날아오르는 낮은 비행기들이 지나가기도 했다. 
 
 
잠시후 버거씨가 젖은 손을 닦으며 밖으로 나와 물었다. 
 
"산책갈래?" 
 
"나 아침에 산책했는데..." 
 
"요 근처 숲에 있는 마지노 보여줄게, 가보자. 아주 가까워." 
 
"진짜 가까운거 맞지?" 
 
"차 가져가서 숲에서 산책 한 시간 쯤 하고나서 피자 미리 주문해서 그거 찾아서 돌아오면 딱이겠다." 
 
오 좋은생각!! 
 
하여간 우리 버거씨는 시간단위로 계획을 세우는것 같다. 아 나도 좀 그런편이긴 하지... 
 
가장 가까운 곳에 차를 세워놓고 마지노가 있다는 숲을 향해 걸었다. 
 

 

 
한낮의 더위가 한풀 꺽이고 하늘은 멋지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근데 왜자꾸 구름이 몰려오누 ㅡㅡ; 비가 오는건 아니겠지... 
 
들판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걸어가는데 기분이 정말 편안해졌다. 차도 없고 사람도 없다. 동물밖에는... 

 
"아-안뇽!"
 
내가 동물만 보면 인사를 했더니 버거씨도 따라서 소들에게 '아-안뇽!'하고 인사를 했다. 
 

 
너무 귀여운 당나귀랑 양들도 만났다. 
 
이 동네는 정말 산책할 맛이 난다.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이 동네는 정말 아름다워!" 
 
"내가 그래서 이 동네에 정착을 하게 된거지. 룩셈부르크에서 바쁜 일과를 보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풍경을 보면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을 느껴." 
 
"매일 보면 예쁜 풍경도 질리지 않을까?" 
 
"전혀 안그래. 퇴근길 뿐만 아니라 출근길에도 나는 이 들판을 보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걸."
 
 

 
숲으로 들어온 우리는 곧 마지노를 발견했다.  

 
뭔가 작은 기지처럼 생겼는데 이런게 숲 곳곳에 있다고 한다. 가끔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하더라. 미드 로스트가 떠오르는 느낌이다.
넌 길고 긴 세월 많은 사연을 품고 있겠구나. 
 

돌아오는 길 우리는 버거씨 단골 피자집에 들러서 미리 주문한 피자를 받아왔다. 버거씨는 디저트로 먹을 티라미수도 같이 주문했는데 이집 티라미수가 그렇게나 맛있다며 여러번 말했다. 나 벌써 먹어봤다고...  
 


참치피자랑 잠봉피자 두개를 주문했는데 둘다 정말 맛있었다. 여름 저녁 테라스에 어울리는 향기로운 씨드르를 곁들였고 버거씨가 정성껏 만든 샐러드도 듬뿍 먹었다. 

 

맛있다...
행복이 별건가. 이게 바로 행복이지. 
 
저녁에는 뭘 하고싶은지 묻는 버거씨에게 루미 보드게임을 하자고 말했다. 우리는 루미를 하면서 후식으로 티라미수를 맛나게 먹었다. 

버거씨가 은근히 승부욕이 있네. 직업상 맨날 숫자를 보고 사는 양반이라 숫자 관련된 게임에서는 절대 지지 않겠다는듯 두눈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 이기면 안될것 같았는데 내가 져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일부러 진것처럼ㅋ)
 
월요일인 내일은 버거씨가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버거씨가 일하는 동안 나는 오랜만에 넷플릭스도 보고 동네 산책을 하기도 한다. 
롱디커플인데 일주일에 사흘을 보는거니까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