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에서 조금 걸어다녔다고 벌써 피곤해졌다.
이제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오늘 점심은 버거씨가 예약했다.
구글맵을 보면서 왔던길을 다시 왔다가 갔다가... 여러번 헤맨끝에서야 찾아갈 수가 있었다. 더운데 땀을 더 뺐네...
레스토랑을 찾아가는 길에 본 거리는 하늘의 푸른색과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웠다.
건물들 정말 예쁘구나. 예쁜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이었으면 좋겠는데...
테라스가 있다!
완전 내 스탈~!!
이른 점심시간이었는데 벌써 테라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그래도 우리가 앉을 자리는 있어서 다행.
와...
하늘색이랑 알록달록 건물 색깔이 너무나 아름답다. 그림속에 들어온 기분.
근데 저 멀리 지붕 위에 소 한마리가 있는데...?
소가 맞네.
너 왜 거기 올라가있어..
음.
예상은 했지만..
비싸네. (제 기준입니다 여러분.)
일단 음료를 먼저 주문하겠어...
근데 물이 7유로라고?!
사실 맥주도 가격이 비슷했다.
알콜은 안땡기고... 물을 주문하려니 돈 아깝고... 10유로짜리 생오렌지 쥬스를 주문했다.
이것이 바로 만오천원짜리 생오렌지 쥬스다.
버거씨 한 모금 마시게 했더니 버거씨 두 눈이 번쩍하고 커졌다. 비타민 충전-
비싸니까 우리 아껴 마시자.
식전빵이 나왔는데 버거씨가 너무 맛있다면서 금새 하나를 해치웠다. 나는 아껴먹는건데 그것도 모르고 버거씨가 내 빵까지 다 먹어버릴까봐 살짝 긴장했다. 다행히 그렇게까지 나쁜 남자는 아니었다.
Nonna Maria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 테라스도 예쁘고 인테리어도 고급졌다. 특히 매니저 언니가 매우 친절하고 예뻤다.
생각보다 식사가격이 비싸서 선뜻 고르지를 못하고 망설였더니 버거씨가 모나코는 원래 비싸단다. 휴가니까 먹고 싶은거 아무거나 먹으래서 봉골레 파스타를 시켰다. 링귀니 보타르가 봉골레- 구글 리뷰에 나온 사진이 엄청 맛있어 보였다. 버거씨도 똑같은걸 주문하려다가 서로 다른걸 시켜서 나눠먹자며 리조또를 골랐다.
아름다운 매니저 언니는 우리 주문을 받아가더니 잠시 후 다시 돌아왔다.
"아, 오늘의 요리를 안내해 드리는걸 제가 깜빡했네요. 오늘의 요리는 두 가지 인데요-"
첫번째 오늘의 요리는 기억이 안나고, 두번째 요리는 바로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였다. 트러플을 좋아하는 버거씨가 귀를 쫑끗 세우는 모습을 보고 매니저 언니는 더욱 열성적으로 안내했다.
"지금 이 시즌이 아니라면 맛 보기 어려운 식재료인거 아시지요? 검은 트러플은 몰라도 화이트 트러플은 향이 진하고 값비싼 식재료라 저희 가게에서도 흔하게 취급하지 않는답니다."
버거씨는 무조건 고- 리조또 대신에 화이트트러플 파스타로 교체를 했다.
매니저는 5분 후에 다시 돌아왔다.
"아무래도 조리에 들어가기 전에 가격을 먼저 안내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혹시 괜찮으실까요?"
흐억
그녀는 오늘의 요리 가격이 적혀있는 작은 칠판을 안고와서 우리에게 보여줬는데 세상에나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 한 접시에 55유로란다-
나는 숨김없이 놀라움을 표현했다.
"와오... 이건 너무 비싸... 그냥 리조또 머거..."
버거씨도 말문이 막혔던지 살짝 어버버했다.
매니저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고 버거씨는 "아 갈등이 되긴 하네요 허허..." 하며 뜸을 들였다.
"그럼 그냥 리조또로 바꿔드릴까요?"
"아니에요. 그냥 주세요. 이럴때 아니면 화이트 트러플을 언제 먹어보겠어요."
"맞습니다.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향이 정말 진하답니다. 그럼 봉골레 파스타와 화이트 트러플 파스타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아, 그리고 가격을 미리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식사후에 봤다면 정말 놀랬을거예요.하하"
"천만에요. 조금 더 미리 알려드렸어야 했는데요..."
내가 듣기에 두사람의 대화는 참 예의있고 고급스러웠다. 서로에 대한 존중과 친절이 뭍어나는.
"정말 괜찮겠어? 비싼데..."
"응. 괜찮아. 나 트러플 좋아하잖아. 사실 우리가 와인을 마셨으면 이 금액은 쉽게 나가는 돈인데 우리가 와인을 잘 안마시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뭐 그렇게 큰 돈도 아니지 뭐."
"그래.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긴 하다, 그치? 어디가서 55유로짜리 파스타를 먹어보겠어."
"그냥 파스타가 아니야. '화이트'트러플 파스타라고~!!"
잠시 후 우리가 고대하던 파스타가 나왔다.
일단 내가 주문한 봉골레 파스타는 기대했던 그 이상의 비주얼이었다. 26유로면 이것도 프랑스에는 비싼 가격인데 이 정도 비주얼이라면 나같은 짠순이에게도 돈아깝지 않은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그런데 버거씨가 주문한 파스타는 그냥 아무것도 없는 흰 파스타만 덜렁 나왔다. 아무래도 귀한 트러플 향을 더 잘 느끼라고 다른 재료들의 사용은 제한을 한 모양이다. 남자 직원이 곧 그 위에다 직접 신선한 화이트 트러플을 듬뿍 갈아주었다.
손에 쥐고 있는거 다 갈아주는 줄 알고 '우와 인심 후하구나' 하고 있었는데 그정도 까지는 아니고ㅋ 그래도 수북하게 덮어 주었다.
자, 그럼 이제 먹어볼까!
버거씨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다.
생폴드방스를 다녀온 이후부터 버거씨가 하도 화이트 트러플 화이트 트러플 하길래 궁금해서 한 조각 집어 먹어봤다. 음... 나는 잘 모르겠다. 그냥 예전에 시댁에서 먹은 여름 트러플이랑 큰 차이를 못느꼈다. 귀한거니까 버거씨 혼자 다 드셔...
나는 내 봉골레 파스타가 훠얼씬 맛있었다!! 이거 진짜 진짜 강추!!!
주황색 토핑을 보고 처음에는 말린 과일인가 싶어 한 조각 집어 먹어 봤는데 웬걸! 말린 생선이다! 어란이었던 것이다!!!
아, 아까 매니저 언니가 봉골레 파스타 설명을 할 때 생선이 들어간다고 말했었는데 그게 이말이었구나. 메뉴를 다시 뒤적여보니 '숭어 보타르가'가 들어간다고 나와있었다. 이름이 '링귀니 보타르가 봉골레'였는데 보타르가는 이태리식 어란이라고 한다. 나는 여태 한국 어란도 못먹어봤는데 버거씨 덕에 이런것도 먹어보는구나. 정말 맛있었다. 얇게 슬라이스해서 토핑으로 얹으니 짭짤하게 봉골레 파스타와 너무나 잘 어우러졌다.
파스타를 촉촉한 소스에 듬뿍 적셔서 조갯살과 보타르가까지 얹어서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버거씨 입에 넣어주었다. 한 입 먹더니 버거씨가 깜짝 놀랬다. 솔직히 트러플 파스타보다 맛있었을것 같다ㅋㅋㅋ
버거씨도 똑같이 파스타에 트러플을 얹어서 내 입에 넣어주었는데 워낙 봉골레 맛이 강해서 그건 오히려 밋밋하게 느껴지네. 화이트트러플따위는 내 입에 들어가면 그냥 버섯일 뿐인가보다.
아무튼 우리는 둘 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 이 집 맛집 인정!!
잠시 후 계산서가 나왔는데 역시나 100유로가 넘는구나. 이번 여행 중 가장 비싼 식사였다.
신용카드로 계산을 끝냈을때 프랑스어가 서툰 이태리 억양의 여직원이 버거씨에게 해맑은 목소리로 "팁은 몇프로로 할까요?" 라고 물었다. 해맑은 목소리가 포인트임. 그와 상대적으로 버거씨는 흠칙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ㅋ
모나코는 미국처럼 팁도 줘야 하는구나. 다음에 혹시 모나코 다시오면 그냥 우리 햄버거 먹자ㅋㅋㅋ 이 날 저녁 식사는 내가 샀다.
자리에서 일어날 때 버거씨는 바로 옆 가게에 있는 블렁쥬리를 보며 "우리 저기 잠깐 구경해도 돼?" 라고 물었다. 완전 유명한 장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한다.
배가 불러서 디저트는 먹고 싶지 않고 그냥 구경만 했다. 예쁘구나. 그리고 비쌈
다시 우리가 식사했던 레스토랑 앞을 지나는데 예쁜 매니저 언니가 달려나와서 우리를 불렀다.
"식사는 만족하셨나요?"
우리는 정말 정말 맛있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름답고 친절하고 프로페셔널한 매니저. 가게 분위기를 더 고급지고 밝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듯 했다.
자, 잘 먹었으니까 이제 다시 걸어볼까?
모나코 구석구석 다 구경해주겠어! 충전 100% 완료!
모나코 여행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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