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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

니스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남프랑스 여행을 끝내다.

by 요용 🌈 2024.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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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에는 스시를 사먹고나서 해변에 있는 카지노에서 칵테일을 마시려고 했는데 너어무 추워서 그냥 바로 돌아와야만 했다. 낮에는 한여름처럼 뜨겁다가 밤에는 한겨울처럼 추운날씨가 적응이 잘 안된다. 

 

아무튼 마지막 날이니 열심히 또 돌아다녀야지. 

니스에서는 저렇게 무장한 경찰들이 곳곳에 있었다. 

 

"니스 테러사건 기억나지?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저렇게 경계하고 있는거야."

 

아 맞다... 

그게 니스 해변이었지... 대형 트럭이 사람들을 향해 돌진했던 끔찍한 사건... 그게 왜 이제서야 떠올랐을까. 그때 이후 한동안 니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테러가 먼저 생각나곤 했었는데 말이다. 

 

마지막날 우리는 브런치를 거하게 먹기로 했다. 


핑크핑크한 브런치 까페였는데 유모차를 대동한 젊은 엄마들이 많이 와 있어서 꽤 시끌시끌했다. 분홍빛 가게안에 남자는 버거씨 한 명 뿐이었지만 버거씨는 핑크 구아바쥬스가 있다며 좋아했다. 구아바 쥬스 진짜 맛있음!! 

버거씨는 수란, 아보카도, 연어가 들어간 건강 샐러드를 주문했다. 나는 오늘 건강보다는 포만감 위주로 메뉴를 골랐다. 치킨이랑 베이컨이 땡기더라고...  

 

맛있게 먹고나서 따뜻한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에 도착했을때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공중 화장실을 찾지 못했다. 마침 맥도날드가 보이길래 들어갔다. 

 

"내가 커피 사줄게!" 

 

가장 싼 메뉴가 에스프레소라서 대답을 듣기도 전에 그냥 주문했다ㅋ 그리고 영수증에 찍혀있는 화장실 비밀번호를 확인 한 후 곧장 화장실로 직행-  어차피 나는 카페인을 못마시니까 버거씨는 그냥 말없이 받아 마셨다.  

 

기차역에서는 1유로를 내고 화장실에 갔었는데 맥도날드에서는 에스프레소 값으로 1.35유로를 냈다. 맛나는 커피까지 마시고 화장실은 기차역보다 훨씬 쾌적하다. 커피를 다 마신 버거씨까지 화장실을 이용했으니 완전 이득이구만! 나혼자 뿌듯해 함ㅋ

 

알고보니 맥도날드 2층의 바다 전망이 끝내준다. 니스 해변에서 화장실을 가시려거든 맥도날드를 찾으셔요~ ㅋ 

화장실을 해결한 후 우리가 찾은 곳은 마세나 미술관이었다.

유료 입장을 할 생각은 없었고 사실 이곳에 니스 테러 희생자 추모 공간이 있다길래 그걸 보러 온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유명인사들이 니스에 방문했던 사진들이나 혹은 예전의 니스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전시 돼 있어서 흥미롭게 구경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주친 니스 테러 희생자들의 모습. 

정말 희한한 경험을 했다. 이 공간에 다가갈 수록 내 감정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주변이 깊은 슬픔으로 가득차 있는 듯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나와 버거씨는 사진속 얼굴들을 보며 탄식했다. 특히 나는 맨 위 분홍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나 소녀 사진이 너무 마음 아팠다. 꿈이 많았을텐데... 

가족끼리 함께 희생된 사람들도 있고 아주 어린 희생자들도 있었다. 프랑스인 희생자들 아랫쪽에는 외국인 희생자들도 있었다. 나처럼 이 먼곳까지 관광을 왔다가 갑작스럽게 희생된 것이다. 


"8살...  하... " 

 

"3살도 있어..." 

 

버거씨와 나는 한동안 이 앞에 서서 발길을 쉽사지 떼지를 못했다. 어쩜 이렇게 억울하고 허망한 일이 다 있을까. 

 

"그날이 혁명 기념일이라서 해변에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있었거든. 경찰들이 차량 통제를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업무 과실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었어..." 

 

2016년 7월 14일 프랑스 혁명 기념일에 발생된 이 테러에는 총 86명이 사망했고 458명이 부상을 입었다. 혁명 기념일 축제가 한창이던 밤 10시 반경 튀니지 국적의 한 운전자가 "알라는 위대하다" 라고 외치며 19톤 화물 트럭을 지그재그로 몰면서 군중들에게 돌진했으며 목격자에 의하면 이 운전자는 군중들을 향해 총을 쏘기도 했다고 한다. 그 후 트럭 운전자는 사살되었다. 

 

 

해변가에도 추모비가 서 있었다. 

누군가가 장미꽃을 올려 두었다. 

이 추모비 아래에도 희생자들의 이름이 써져 있었다. 

새 파란 하늘로 비상하는 듯한 동상을 올려다보니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 눈부시고 아름다운 해변이 누군가에게는 씻을수 없는 아픔이 되었겠구나. 

 

희생자들 모두 저 하늘에서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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