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식사를 든든하게 마친 우리는 모나코 관광을 이어갔다.
모나코가 얼마나 럭셔리한 나라인지 버거씨는 열심히 떠들었지만 내 눈에는 솔직히 그냥 가는 곳마다 싱가폴이랑 비슷한 느낌이라 솔직히 크게 감흥은 없었다. 그냥 잘 사는구나... 하는 정도?
싱가폴에 다양한 모양의 건물이 많을수 있는 이유는 비슷한 모양의 디자인은 허가가 안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개성이 강한 빌딩들이 많은거라고 했는데 여기도 건물들 마다 개성이 뚜렸하구나.
놀랍게도 이 럭셔리한 건물은 은행이었다.
역시 모나코는 은행이 제일 부자인가보다.
니스처럼 귤나무가 길에 흔하게 보였다.
"덕분에 노숙자들은 굶진 않겠다. 귤이라도 따먹을수 있으니까."
내 말에 버거씨가 반문했다.
"노숙자? 모나코에서 노숙자 본 적 있어?"
그러고보니 못봤네.
버거씨 말에 의하면 모나코에서는 노숙자를 추방한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노숙자들은 자연스럽게 프랑스나 다른 나라로 가는거겠지...
빽빽한 아파트들도 싱가폴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모나코는 세금이 없는거 알지? 자국민에 한해서 그런거지 모나코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세금을 내야 해. 모나코 국민들은 아파트를 여러채 소유해도 세금이 없으니까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비싼가격으로 렌트를 해서 수익을 내는 사람들도 많을거야."
아...
세계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라고 들었다. 그래서 부호들이 세금혜택을 위해 국적을 취득하러 오는 곳이라고. 하지만 외국인들은 세금을 내야 하는구나...
버거씨 예전 동료중에는 니스로 이주했다가 그곳에서는 좋은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모나코에 있는 은행으로 취업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 영향인지 버거씨는 이 아름다운 나라에 꽤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조금 걷다보니 일본식 공원이 나타났다.
우리가 공원으로 들어갈 때 한 아랍인 남성이 우리 옆에서 같이 걷고 있었다. 공원 관계자인듯한 아저씨가 우리나 다른 사람들은 제재하지 않는데 유독 그 아랍인 남성은 못들어가게 막았다. 공사중이라서 들어가면 안된다면서. 그 남자는 다른 사람들은 왜 되는데 나만 안되냐며 따지고 있었다.
공원에 들어오니 시민들이 곳곳에 눈에 띄는데? 그 남자 좀 억울하겠다...
"봤지? 그 아랍인 남성은 행색때문에 제재를 당한걸거야. 아무 잘못을 안했음에도 미리 의심을 하고 막는거지..."
공원에는 정장 차림으로 가부좌를 한 채 조용히 명상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방해하지 않기위해 우리는 멀찌기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모나코는 나라도 작고 자원도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부자가 된거야?"
"룩셈부르크랑 비슷하지. 모나코 은행들이 세계 부자들의 검은 돈들을 은밀하게 맡아온거야. 하지만 이젠 법적 제재가 생겼어. 경찰수사등을 위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겨버렸거든. 그래도 뭐... 은행들이 착하게 네- 하지는 않을거야. 표면적으로는 투명하게 운영하는것 처럼하고 뒤에서는 온갖 교묘하고 복잡한 방법으로 검은돈을 맡겠지. 어느 나라건 똑같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버거씨는 팟캐스트나 신문기사에서 본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그동안 모나코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었고 아는바도 없었는데 듣고보니 스위스, 룩셈부르크, 싱가폴과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항구 반대편 언덕에 있는 모나코 궁을 방문하기로 했다.
더운 날씨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한 겨울에도 이렇게 뜨거운 햇살이 여전할 것 만 같다.
럭셔리하게 차려입거나 값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저들은 가짜야. 진짜는 너지."
나는 지금 청바지에 운동화 그리고 하찮은 에코백을 메고 당당하게 걷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진짜를 구분할 줄 아는 당신도 진땡 인정ㅋ
저 언덕 꼭대기까지 기어코 걸어서 올라갔다. 헥헥...
그래도 올라오니 전망은 참 좋았다.
모나코 궁을 들어가는 입구-
이게 궁이란다.
생각보다 소박했다.
저 아래 카지노도 이것보다 화려하던데요..?
이곳에도 요트들이 가득 정박 돼 있었다.
궁은 실망스러웠지만 전망은 아주 멋졌다.
자, 이제 다시 산을 내려가자. 기차를 타고 니스로 다시 돌아가야지.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고를거야. 내가 살거니까~
남프랑스 여행기 다음 포스팅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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