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온라인 튜터 프로필을 올리자마자 내 프로필을 보고 수업 10개를 신청해 준 고마운 학생은 바로 홍콩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14세 아들을 위해 신청하는거라고 말했다.
[제 아들은 나중에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어해요. 한국 문화와 음식에도 관심이 참 많구요.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신청합니다.]
이 소년은 정말 밝고 똑똑한 아이였다. 수업을 굉장히 즐거워하고 배우는 속도도 빠르다. (너 학교에서 공부 잘하지? 라고 물었더니, 그렇지도 않다고 반에서 2등까지 해 본게 전부라며 쿨하게 대답했다.)
오늘은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소년이 말했다.
"받아쓰기 먼저 하면 안돼요? 저 수업시간 직전에 혼자 받아쓰기 연습해 봤는데 10개중에 4개나 틀렸어요!"
까먹기전에 빨리해서 백점이 맞고 싶은가보다ㅋ
공부 욕심이 많은 아이다. 요즘 한국어 말고도 독일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둘 다 본인이 원해서 하는거라고.
"아빠는 제가 치과의사가 됐으면 좋겠대요. 치과 의사들은 별거 아닌걸로 치료비를 그렇게나 비싸게 받는다고 저더러 부자되려면 치과를 차리래요. 근데 저는 싫어요. 저도 치과에 가기가 끔찍히 싫은데 제가 누구를 봐주겠어요ㅋㅋㅋ"
소년이랑 나랑 둘 다 빵 터져서 깔깔 웃었다ㅋㅋ
결국 받아쓰기에서 2개를 틀렸다.
"난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고작 몇 시간 배웠다고 벌써 이렇게 한글을 잘 쓰고 읽고 있잖아! 모든 사람들이 다 너만큼 잘 하는게 아니야. 80점이면 엄청 잘한거지!" 라고 말했더니 그제서야 헤헤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이예요. 한국어 어려운데 뭐든 빨리 배우는 저라서 이만큼도 가능한거지요." 란다ㅋㅋ
오늘 처음으로 겹받침을 배우다가 '삶'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받침이 두개지만 '삼'이라 읽으면 된다고 말해줬더니 "무슨 뜻이에요?" 라고 소년이 물었다.
"음 14살 소년에겐 좀 진지하고 시적인 단어지. life라는 뜻이야."
"삼... 삼..."
삶을 따라 읽던 소년이 허공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어라? 사춘기인가? 벌써 삶을 이해하는건가. 그 다음말을 기대하고 있을때 소년이 입을 뗐다.
"...이거 그거랑 같은 말 같은데... 왜... 상추를 손에 놓고 고기랑 소스랑 밥 넣고 이렇게 먹는거요."
으하하하하 진짜로 빵 터졌다. 미친듯이 웃으면서 유레카처럼 내가 외쳤다.
"쌈!!"
"맞아요 쌈!" (홍콩인이라 된소리 발음이 심해서 삼이나 쌈이나 거의 똑같이 들림)
내가 미친듯 웃었더니 지도 좋다고 따라웃는다 ㅋㅋ
"응 맞다. 발음이 정말 비슷하네. 그래 난 또 네가 삶을 이해하려고 생각에 잠긴 줄 알았지ㅋㅋ 쌈 생각을 하고 있는줄도 모르고 말이야 ㅋㅋ"
"그 단어를 듣자마자 분명 내가 아는 단어인데! 하고 생각했어요. 헤헤헤"
내가 편해졌는지 수업 중간중간에 잡담이 점점 늘어난다.
"어제는 엄마 아빠랑 한식당에 갔는데요, 다들 말도 너무 빨리하고 좀 무서워서 말을 못 걸겠더라고요."
그치.. 한국인들이 좀 무뚝뚝하기도 하고 항상 바쁘지. 다음에는 가게에 들어가면서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외치라고 시켰다. 분명 다들 좋아할거라고 말이다. 그랬더니 소년 왈;
"한국어로 자기소개 하는거는 언제 배워요?"
ㅋㅋ 한식당가서 한국어로 빨리 대화를 하고 싶은가보다. 다음시간에 배우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뭐 먹었어?"
"저는 그... 김안에 밥이랑 오이랑 들어간 거 있잖아요.. 그거 먹었어요. 아빠는 소고기랑 야채... 밥이랑 같이 나왔고.. 엄마는 매운 스프인데 두부가 들어갔고.. 그것도 밥이랑 먹었어요."
내가 [김밥, 불고기, 순두부찌개]를 써줬더니 "아, 잠시만요, 저 좀 받아적을게요. 이건 꼭 외워야지. 이건 중요해..." 라고 중얼거리면서 공책에다 열심히 받아적는다. "김밥... 불..고기..."
수업이 끝날 무렵 갑자기 소년이 나한테 뭘 보여주었다.
"이거 보세요. 엄마가 저 먹으라고 방금 밥을 줬는데요. 김치래요."
딱 보니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하트모양 그릇에 찍어서 접시에 담아준 모양이다.
"오...너무 예쁘다.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네!"
"치즈도 들어있대요!!"
온 식구들이 한식을 정말 좋아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 소년이랑 공부를 하고 있으면 나도 14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뭔가 얘가 하는 말이 다 웃기고 같이 배꼽이 빠져라 웃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다음 시간에 한국어로 자기소개하는거 가르쳐줄게. 한식당에 예쁜 누나가 있는게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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