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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한국 살면 자서방이 가장 걱정된다는 이것은? (feat.한우사랑)

by 낭시댁 2019. 8. 23.

요즘에는 일주일 마다 소고기 스테이크를 집에서 구워먹고 있다.

이날 저녁에도 맛있는 스테이크를 구워서 와인과 함께 먹고 있었다. 수비드로 48시간을 익힌 후에 토치로 겉만 살짝 구워서 웨지감자를 곁들여 와인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맛이었다. 

나는 웨지감자는 케챱과 마요네즈에, 그리고 스테이크는 스테이크 소스에 찍어 먹는다. 자서방은 무조건 마요네즈와 머스타드.. 

부드러운 고기가 입에서 바로 녹아버린다.. 

맛있게 한참을 먹다말고 자서방이 뜬금없이 말했다. 

“한국에서 먹었던 소고기 진짜 맛있었는데..”

"스테이크가 맛이 없어? 난 완전 맛있는데?"

"맛있지.. 맛있는데.. 그냥 갑자기 생각났어. 한국에서 먹었던 한우보다는 못하잖아..?

“나 아까 울언니랑 화상통화 했잖아. 엄마아빠랑 우리 식구들 소고기 구워먹고있더라..  나도 한국 소고기 그립다.”

“한우가 그렇게 맛있는데 일본 와규만큼 알려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참 아쉬워. 와규는 비싼데도 솔직히 그만큼은 아니던데...  한우를 좋은 와인이랑 같이 먹는다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 프랑스에 있다가 한국으로 바로 가게 된다면 좋은 와인을 챙겨가서 한국에서 한우랑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와....”

소박한 자서방의 천국은 바로 이런 것이다. ㅎㅎㅎ 맛있는 소고기와 좋은 와인이 있으면 자서방에는 진정 천국임-




 

“한국가서 살래? 소고기 맨날 먹게”

내 물음에 자서방이 의외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솔직히 한국가서 사는거 자주 상상해 봤는데 말이야. 혹시라도 한국가서 살게된다면 가장 걱정되는게 뭔줄 알아?”

“음식? 공기오염? 취업?”


"아니. 가족모임. 태국도 그렇고 아시아에서는 가족모임이 많잖아. 대가족들 친척들 다 모여서 가족행사하는거.. 굉장히 중요한거라고 들었어. 빠지면 안된다면서.. 근데 내 성격 알잖아... 나 처음 만나는 사람 가뜩이나 불편한데 특히나 나 혼자 외국인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거 아니야.. 빠질수도 없고..."

"하하하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외의 대답인데 자서방이 너무도 진지해서 나는 빵 터졌다. 

한동안 말을 못잇고 내가 숨이 넘어갈듯 웃었더니 자서방이 빤히 쳐다 보았다. 

"아니야?" 

"진짜 별걱정을 다한다 ㅋㅋㅋㅋ"

음.. 어떻게 대답해 줘야 하나.. 섬세한 자서방인데...

"남편, 내가 뭐하나 말해줄까? 우리 식구들도 너 아직 안편해 ㅋㅋㅋㅋㅋ" 

숨한번 고르고 ㅎㅎㅎㅎ

"너 한국 온다그러면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한다고 ㅋㅋㅋ 너를 자꾸 쳐다보는건 음식이 입에 맞는지 잠자리는 괜찮았는지 우리 부모님은 계속 살피게 되지. 그러니까 내 말은 말이지... 너 안온다고 해도 억지로 오라고 할 사람 없음 ㅋㅋ" 

"그럼 나 안가도 돼?"

"응 불편한데 막 억지로 갈 필요는 없다는거지. 특히나... 내가 남편 성격도 말해놔서 우리 가족들은 괜찮음. 노워리 ㅋㅋ"

자서방이 뚱하게 쳐다본다. 뭐지? 고민해결 해 준거 아닌가? 

"넌 내 성격을 대체 어떻게 말하고 다니는거냐?"

"있는 그대로?" 

"하아.. 내가 얼마나 가족 친척들 앞에서 잘보이려고 웃느라 고생했는데.. 어차피 내 이미지는 고정이었네.. 고맙네 와이프, 참으로 고마워!" 

"우리 식구들 너 엄청 좋아해. 단지 남편이 불편해 하는 만큼 우리 식구들도 아직 불편하거든.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마. 아마도... 직계가족 행사만 가면 될 것 같애.  아직 한국에서 결혼식 본적 없잖아. 한번 보는거도 재미지뭐" 

"소고기 있어?"

"있을때도 있고.."

"그럼 소고기 있을때만 가는걸로!"

"ㅋㅋㅋ 콜"

어차피 한국가서 살기로 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진지하게 결론을 내렸다. 소고기 있는 가족 행사만 가는걸로 ㅎㅎㅎ

"우리 엄마 아빠한테 미리 말해 둘게 ㅎㅎ 다들 동의 할 것이야 ㅎㅎ" 

 

 


 

솔직히 자서방이 한국 간다고 하면 우리 엄마는 미리 비상사태 - 

집에 대청소 하고 음식은 뭘 해놔야 돼나 외식은 어디로 가야 하나 아침은 이번에도 알아서 먹으려나 등등 ㅎㅎ 질문이 수도 없이 쏟아 진다. 그러다가 자서방은 나보다 일찍 돌아갈거라도 하면 환호하심 ㅎㅎㅎㅎ 그 소리까진 내가 자서방한테 못하니까ㅎㅎ 

 

아무튼 의외로 그런 고민을 혼자서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쨘하기도 하고 

소고기에 모든 것이 한방에 해결되는 단순함에 또 사랑스럽기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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