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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단수 대소동 (feat. 생수 샤워)

by 낭시댁 2019. 8. 28.

구름이 잔뜩 끼긴 했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파란 하늘이다. 

요즘은 하늘이 매일 꾸물꾸물하더니 말이다. 

하늘을 보면서 기분 좋게 간단한 아침 요가를 했다. 

 

그리고 나서

지난밤 자서방이 야식먹고 담궈둔 그릇들이 잔뜩 쌓여있어서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다 마쳐갈 무렵에 수도가 갑자기 멈추었다. 

설마....

욕실에도 물이 안나온다..

혹시나 싶어서 엘레베이터로 달려가 보니 공지가 붙어있었다. 

물탱크 보수 공사로 오늘 저녁 6시까지 물이 안나온다는 내용이었다. ㅠ.ㅠ

어제는 저런 공문 없었는데??!! 

 

집으로 달려와서 아직 출근준비도 하지 않은 자서방에게 이 어마어마한 소식을 알렸다... 

자서방도 멘붕-

자서방은 출근시간이 늦어서 아직 샤워를 안한 상태였다. 정확히는 이제 샤워를 막 하려던 참이었다.. 

 

"아니... 물탱크 보수는 지난달에 한달 내내 했으면서 왜 또 이러는거야... 공문도 어제는 분명 못봤는데!!" 

지난달 한달 내내 물탱크 보수문제로 잦은 단수가 발생될 것이라는 공문이 있었는데, 문제는 그 한달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 예고도 없이 갑자기 단수가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달 전에는 전기가 이랬다. 

전기 보수 공사를 한다며 한달 내내 정전이 발생되었고 어떨때는 하루 종일 정전이라서 자서방과 나는 그때 처음으로 둘이 영화관을 즐겨 찾기도 했었다. (자서방은 태국 영화관을 싫어한다. 특히 태국은 영화 상영전에 국가가 나오는데 그때는 모두 일어서야 하는데 그런걸 안좋아함;; ) 

그런데 이번 수도 공사는 너무 오래 가잖아...

 

자서방은 결국 생수로 샤워를 했다. 

비상시를 대비해서 쟁여놓은 생수를... 샤워하는데 사용하다니..

총 10.5리터의 생수를 사용했다. 머리도 감고 양치까지 다 했음;; 

그나마 나도 써야 한다며 몇병 남겨 놓느라 자서방이 아껴 사용한 것임.. 

사실 저 1.5리터짜리 생수는 주유소에서 받아온건데 단수때 요리용으로만 사용해왔다. 

출근을 하면서 자서방이 나에게 비장하게 말했다. 

"변기는 아직 물을 한번씩 더 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신중하게 사용해야 해. 거실 화장실은 내가 이미 사용했기 때문에 거긴 사용하지 말고, 침실 화장실을 사용해. 잊지마. 딱 한번이야" 

풉... 저렇게 비장하다니..

단수지만 이미 고여있던 물이 있어서 변기는 한번씩은 더 내릴 수가 있다는 소리다. 

 

자서방이야 샤워도 했고 출근하면 끝이지만 나는 저녁 6시까지 샤워도 설거지도 못하는 신세... 

 

이 와중에도 나는 점심으로 혼자 김밥을 싸먹었다. 

설거지가 잔뜩 쌓여있는 싱크대 사진을 우리 언니에게 보내주고는 볼때마다 답답하다고 했더니 우리언니의 명쾌한 답변

"쳐다보지마" 

솔로몬일세... 

 

 

태국에서 산다는 것은 장점이 참 많지만 이렇게 단점도 많다. 

큰 단점이 바로 이 수도전기... 

우리 콘도뿐만 아니라 태국 어디든 불안정한 것 같다. 

내가 이전 콘도에서 살때도 이랬으니까.. 

문제는 이 콘도들이 오래된 건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기가 멀쩡할때도 한번에 많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과부화로 한번 차단기가 내려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파크 튀는걸 한번 본 후로는 불안해서 집안에 모든 멀티탭을 안전하고 비싼걸로 다 바꾸기도 했다.  

 

물이 안나오니 수영도 오늘은 걸러야겠군.. 수영하고나서 샤워를 못하니... 

단수가 어쩔수 없었던 문제라고 하더라도 공문이라도 최소 이틀전에 붙여주면 안되는건지..

하.. 동남아생활 11년차지만 여전히 인내심은 안 길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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