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서 돌아온 남편에게 요즘 내가 어김없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오늘 도시락 맛 어땠어?”
그럼 자서방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완벽했어”
물론 진심으로 완벽했다는 말은 아닐것이다.
앞으로 내가 싸주는 도시락은 항상 완벽하다고 대답할거라며 이미 오래전에 나에게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완벽했다는 말 뒤에 한 문장이 더 따라왔다.
“근데 .... 니가 싸준 도시락에서 오늘 머리카락이 나왔어”
헐
"길어?"
"응 길어. 내 와이프 머리카락이 확실해."
빼박 내꺼 맞네.. 그런데 이어지는 남편의 말,
"그래서 난 괜찮았어"
"미안"
설마 괜찮았을까... 내가 무안해 할까봐 저러는거지..
나는 진심 무안했음.
짧게 사과를 하고서 이내 표정을 바꾸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사랑하지? 내 머리 항상 좋은 냄새 난다고 냄새맡는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하나 딸려 보냈지"
“그..래. 근데 어제 도시락 쌀 때 단수라서 머리 못 감은날 아니었던가..?”
헐!
속으로는 잠시 당황했지만
"아 아냐.. 사실은.. 그 도시락 그저께 두개 싼거야 ㅋㅋ"
사실임.
단수 공지는 못봤지만 그냥 그저께 이틀치를 한번에 싸뒀던거다.
자서방은 외국인이라 그런지 따뜻한 밥이나 새 밥에 대한 욕심이 없다. 그냥 냉장고에 이틀째 차갑게 식어 있는 밥도 새밥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외국인이라 참 다행임.
"아 그래. 물론 나는 내 와이프의 머리카락을 사랑해. 그렇지만 다음번에는 머리카락은 빼줘. 냄새는 집에와서 맡아도 충분해"
"어 미안. 약속"
아 요즘에 머리가 왜 이렇게 빠지냐. 머리가 기니까 더 빠지는거 같네.
진심으로 무안하고 미안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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