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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태국

비오는 날 옛날 노래 들으며 센치해 진 날

by 낭시댁 2019. 9. 7.

백수가 되고나서는 매일 수영하는게 하루의 소소한 낙이 되었다. 해가 좋은날은 좋아서 비타민D를 섭취하기위해 나가고 해가 안좋은날은 뜨겁지 않으니 마음껏 배영으로 둥둥 떠다니며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수영은 참 좋다. 



오늘은 하늘이 계속 우중충했다. 비가 쏟아지기 전에 수영을 다녀 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이미 저쪽 동네는 비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네.. 

동남아 날씨는 참 희한한것이 바로 옆동네에서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이쪽은 멀쩡할때가 종종있다.

어우야.. 먹구름이 심상치가 않아서 수영은 안되겠다. 

마침 휴일이던 자서방은 그냥 같이 영화나 보자고 꼬득이지만 난 그래도 최소의 운동이 필요한 상황인것 같다. 

"그럼 오늘은 수영대신에 헬스장에 가야겠어"

물 한통과 함께 혹시 몰라 수영복까지 챙겨서 헬스장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는 평일 헬스장- 너무 좋아..

이미 비는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고 그런 풍경을 바라보며 러닝머신을 하는데 갑자기 너무 센치멘탈해졌다. 

최근에 우연히 예전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들어갔다가 당시 내가 즐겨듣던 배경 음악들을 본 후로부터 요즘에 90년대 음악을 자주 찾아듣고있다. 나도 늙어가나보다. 자꾸 옛날 추억들이 그립고 친구들고 그립고 그러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서 이런거지뭐.. 


내 싸이월드 단골 배경음악- 원타임(&태빈), 윤미래(T).. 캬.. 이들 앨범에는 좋은 노래가 너무도 많았음.. 

원타임과 윤미래 노래를 유투브에서 찾아 들으며 뛰었더니 4킬로가 금방 지나갔다. 비오는 창밖 풍경과 내 감성을 깨우는 추억의 음악들

힙합전사 원타임들도 이제는 나랑 같이 늙어가고있겠구나..



땀을 흠뻑빼며 운동을 마친후에도 수영장 옆에 있는 반 야외 소파에 기대앉아서 한동안 옛날 음악 감상을 이어갔다. 

미친듯이 쏟아지던 비가 거의 그치고 나니 청명하고 시원한 공기가 몰려왔다. 

어릴때 여름방학때 장마철의 기억도 나고.. 집에서 엄마가 해 주던 따뜻한 음식들도 그리워졌다. 



그리도 더 몰려오는 추억들.. 10년전, 15년전... 친구들과 스쳐간 인연들... 등등... 

비오는날 동동주 파전 생각나네.. 크하..... 

멋모르던 시절에도 비만 오면 그 핑계로 우리는 동동주집으로 몰려가곤 했는데..ㅎㅎ

 


한참후에 집으로 올라왔더니 우리 자서방 쪼르르 나와서 맞아준다. 

 

“니가 좋아하는 치킨 수비드 해놨어. 감자도 쪄놨으니까 같이 먹으면 돼”

그래 비오는날에는 수비드 치킨에 감자가 최고지...​​

"남편, 하늘 좀 봐. 비온 후 석양이 너무 예쁘다 그치?" 

휙 돌아보더니 "어 그러네"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남편

비록 이런거 잘 감상할 줄 모르는 남편이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 

지금 남편과 나누는 시간들도 십년후 비오는 날에는 너무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돼 있겠지. 

 

고마워

뭐가?

수비드 치킨해줘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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