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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에서 소파 내다버리는 방법

by 낭시댁 2020. 6. 14.

얼마전 시어머니께서 소파를 새로 구입하셨다. 몇년에 한번씩 기분 전환을 위해 바꾸시는것 같다.

이번에는 밝은 색으로 하셨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코로나때문에 배달은 7월초나 돼야 온다고 하셨다. .

우리더러 가죽 소파와 팔걸이 의자를 가져가라고 하셨지만 까다로운 자서방이 거절했다.
딱봐도 비싸보이는데 그냥 우리가 쓰면 좋겠구만..

우리가 안가져간다고 했더니 중고로 파실거라고 하셨다. 뭐.. 그럼 다행..

 

 


기존에 티비 앞에 있던 큰소파는 버린다고 하셨고 그 자리에는 유리 거실에 있던 가죽소파를 옮기시며 두 거실의 소파들을 재배열하셨다.   

"프랑스에서는 가구를 어떻게 버리나요?" 

"오늘은 집앞에 그냥 내 놓으면 되는 날이란다." 

네 식구가 몽땅 매달렸건만 큰 소파를 대문 밖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맨 앞에는 시아버지가 계셨고 뒤에서는 자서방과 시어머니께서 무지막지한 힘으로 밀어붙여서 시아버지 걱정돼서 혼났다;;

내가 앞으로 달려가서 돕고 싶었지만 복도가 너무 좁아서 건너가지를 못했다. 대신 나는 통로에 있던 신발장이나 작은 가구들을 치워서 지나가는 통로를 확보하면서 틈틈히 같이 들었다. 

골목에는 우리말고도 가구를 내 놓은 집이 또 보였다. 

자서방이 추가로 설명을 해 줬다.  

"6개월마다 한번씩 이렇게 대형쓰레기를 길가에 내 놓을 수 있는 날이 있어. 골목마다 날짜가 다른데 시청에서 사전공지를 해줬어. 이날에는 우리처럼 필요 없는 물건들을 집앞에 내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들은 차를 타고 다니면서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를 보고 가져가는거야."

"만약 저 소파를 아무도 안가져가면?"

"저녁에 시청에서 큰 트럭이 와서 남은 물건들을 일제히 수거를 해 가." 

나는 대문앞에 우리가 낑낑거리며 내다 놓은 소파의 사진이라도 한번 찍으려고 나가 봤더니 그사이 소리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한시간도 안됐는데!

 

소파는 금새 사라지고 우리가 내다버릴때 바닥을 긁은 자국만 남아있었다. 

 

저녁 식사 중에도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그럼 평소에는 대형 폐기물을 버릴 땐 어떻게 해?"

"폐기장이 있어. 거기까지 직접 가지고 가서 분리수거를 해야 해."

"거기선 무료로 처분하는거야?"

시어머니께서 대신 대답해 주셨다. 

"뭐 세금에 포함되는거니 엄밀히 무료는 아니지."

 

저녁을 먹는데 자서방이 문사이로 거실을 보더니 큭큭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모웬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지정석인 캣타워로 올라가려다 멈칫멈칫하는 모습이 보였다.

 항상 밟고 올라가던 소파가 사라진 것이다. ㅋㅋㅋ 

온 식구들이 그걸 보고 깔깔 웃었다. 

생각지 못한 피해자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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