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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공원 까마귀들에게 공격받았다.

by 낭시댁 2021. 5. 29.

새벽에 내리던 비가 다행히 아침에 그치더니 하늘빛이 화창해졌다. (화창하다가 순식간에 비가 오기도 하지만-)
오늘은 아침 조깅을 갈 수 있겠군!

아침 기온이 고작 11도였지만 달리다보면 더워질테니 옷차림을 가볍게 입고 나갔다. 음악도 듣고 시간도 봐야하니 휴대폰은 손에 쥐고서-

요즘에는 다들 무선 이어폰을 쓰던데 나는 당당하게 유선 이어폰줄을 날리며 달린다. 휴대폰에 러닝앱을 깔았더니 달리는 시간이나 속도 그리고 거리까지 쉽게 확인할 수 있어서 참 좋다.

항상 내 목표는 4킬로다. 지치지 않을 정도로 느리지만 꾸준하게 달린다. 너무 오랫동안 조깅을 안했더니 이제는 이것도 쉽지가 않다. 하지만 조금씩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겠지...

이 공원에는 유독 까마귀가 많다. 울음소리도 참 요란하기도 하지... 그래도 자꾸 보다보니 좀 친근해지는것도 같다.

공원 바깥쪽으로만 돌다가 공원 가운데 연못이 있는 오솔길로 우연히 들어갔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당했다.

내 머리위로 까마귀 3마리가 푸드덕거리고 있었지만 나와 상관없는줄 알고 그저 조깅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두 마리가 나를 공격해 오기 시작한 것이다! 번갈아가며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오솔길을 벗어났지만 이 두 녀석들은 여전히 따라오며 내 머리를 공격해왔다.

내가 말총머리를 흔들며 뛰어서 도발하는걸로 착각했나? 그들과 같은 검은색이라서 ...? 그런 생각에 나는 묶은 머리를 재빨리 풀어헤쳤다.

안쫄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나는 내가 저 시키들보다 힘이 더 세다는 사실을 스스로 되새기며 까마귀가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들때마다 휴대폰을 꼭 쥔 손을 마구 흔들었다. 여기 맞아서 다치는 놈은 나 책임 안진다 하면서ㅋ

머리를 산발하고 손을 휘저으며 한동안 달렸더니 어느샌가 까마귀들이 더이상 쫒아오지 않았다. 음... 다신 저쪽으로 가지말아야겠다.

혹시 내가 머리를 안감아서 그런가...? 내 머리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던가...

공원 한바퀴를 돌아서 다시 그 근처를 지나갈때 내가 공격당한 바로 그 오솔길로 은발머리 할머니 한분이 걸어가시는게 보였다. 궁금해서 잠시 멈추어서 지켜보았다. 그런데 나무위에서 지켜보고 있던 두마리의 까마귀들이 그 할머니도 똑같이 공격하는 것이었다! 할머니께서 황급히 피하시면서 까마귀들에게 소리를 치셨다. 욕을 하신것도 같고... 나는 괜히 머리를 산발했구나ㅋㅋㅋ 말총머리가 그들을 도발한게 아니었다ㅋ

가만보니 까마귀들이 부리를 이용하거나 정말 험악하게 공격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발로 한번씩 머리를 걷어 차......ㅡㅡ;; 면서 영역밖으로 몰아내는 모양새였다. 아무래도 그 근처에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려고 했던것 같다. 알따 이늠들아...고생해라... 난 그리로는 안갈거다 이제...


집에 오니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무식이...

무식아... 나 까마귀들이 막 내 머리 공격해쪄..... 라고 하소연 해보았지만 무식이는 그저 간식이나 내놓으라는 표정...

그냥 벽보고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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