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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간식 뺏겨서 삐침

by 요용 🌈 2021. 7. 4.

며칠전 늦은 오전에 시부모님께서 우리집을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두분은 투표를 하고 돌아오시는 길이었는데 마침 자서방이 쉬는날이라 잠시 커피한잔 하려고 들렀다고 하셨다.

나를 제외한 세사람 모두 음료 취향이 확고하다. 시어머니는 콜라(무설탕,무카페인), 자서방은 머그잔 사이즈에 설탕을 넣은 더블샷 블랙커피, 시아버지는 아주 진한 에스프레소. 나는 콜라든 커피든 다 마시지만 이 날에는 오렌지쥬스를 마셨다.

이제 제법 시부모님 얼굴이 익숙해졌는지 부르지도 않았는데 무스카델이 스스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시아버지의 에스프레소 잔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시아버지께서는 다 마신잔을 무스카델 얼굴에 갖다주고 맘껏 구경하고 냄새도 맡게 해 주셨다. 그리고 자서방이 건네드린 간식 봉지에서 간식을 꺼내서 주기도 하셨는데 잘 먹는 무스카델보다 시아버지께서 더 흐뭇한 표정이셨다.

그때 시어머니께서 ㅋㅋ 무스카델 입에 들어갔다가 떨어진 간식을 장난으로 낚아채셨다. (무스카델이 씹는게 서툰지 한번에 잘 못먹고 입밖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 바람에 무스카델이 화들짝 놀라 달아나더니 소파밑으로 숨어버렸다.
시어머니께서 진심으로(?) 사과하셨지만 무스카델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먹다가 떨어진 간식을 앞에 갖다줬지만 그것도 안쳐다보는 중.

"무스카델, 할머니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선물을 사주신지 아니? 너 그러면 안돼..."

내가 이렇게 달랬더니 자서방이 시어머니께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이제 좀 친해지던 참이었는데 그동안 쌓은 신뢰를 다 무너뜨리셨네요. 잘하셨어요.ㅎㅎ"

상황이 너무 귀여웠다.ㅋㅋ 시어머니께서는 아기들에게 장난치듯이 하신건데 이런 부작용까지는 생각을 못하셨다.

저기서 계속 웅크리고있던 무스카델은 두분이 떠나시자마자 앞에 놓인 침묻은 간식을 줏어먹었다.

맛있게 먹더니 아쉬운지 계속 입맛을 다시는 중이다.
무식아 그동안 니가 먹은 사료며 간식이며 대부분 할머니께서 사주신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