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스카델은 나나 자서방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앞에 바짝 붙어앉아서 우리가 나오기를 기다리곤 한다.
특히 자서방은 화장실에 나오다가 자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앉아있는 무스카델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젯밤 작은 소동이 있었다.
늦게까지 잠이 안와서 침대에 누운채로 휴대폰을 만지다가 자정이 넘었을때 화장실에 가느라 일어났다.
남편은 시끄럽게 코를 골고 자고 있었고 무스카델은 그 소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발옆에서 몸을 길게 뻗은 자세로 잘도 자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살금살금 방을 나왔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왔을때 나는 비명을 질렀다.
분명히 침대에서 자고 있던 무스카델이 언제 따라 나왔는지, 화장실 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나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질 못했고, 그냥 성큼 발을 내 딛어서 무스카델을 밟은것이다. 정확히는 내 체중이 반정도 실렸을때 내 발밑에서 무스카델이 후다닥 도방갔다.
밟힌건 무스카델인데 비명은 나혼자 질렀다.
그 와중에도 자서방의 코고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음.... ㅡㅡ;
나보다 더 놀랐을 무스카델은 소리도 안내고 침대밑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더니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를 않았다.
다치진 않았을것 같긴한데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그대로 잘 수가 없었다.
결국 부엌으로 가서 캔을 하나 땄다.
그렇게 불러도 안나오고 숨어있던 녀석이, 캔 따는 소리에 어느새 쪼르르 달려와서는 내 발밑에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별일 없구나. 다행이다.
화가난것처럼 보이지만 기분탓인걸로...
나는 챱챱거리며 간식을 먹는 무스카델 앞에 쪼그려 앉아서 그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과도 했다.
"미안해... 내가 못봤어... 이거 먹고 기분 풀어, 알았지?"
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을때 비록 보이진 않았지만 어둠속에서도 나를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을 무스카델을 생각하니 왜이리 마음이 쨘하고 미안한지…
다음에는 발소리 좀 내고다니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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