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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고양이

더 뻔뻔해진 옆집고양이

by 낭시댁 2021. 6. 3.

시부모님께서 바르셀로나로 일주일간의 여행을 떠나계신 동안 나는 고양이들의 대장이 되었다. 

아침 저녁에 한번씩 가서 사료와 물, 그리고 화장실을 확인하고 모웬의 약도 챙긴다. 그리고 우편물도 확인하고 따로 부탁하진 않으셨지만 화분들에 물도 주기도 한다. 내가 머무는 동안에는 테라스 문과 셔터를 열어두는데 내가 없는 동안에도 지하실에서 정원으로 통하는 고양이 구멍이 있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가 있다. 

어제 저녁때 갔더니 테라스에 옆집 고양이 틱스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이스탄불인지 알았는데 이스탄불은 내 다리에다 자기 몸을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화들짝 놀래며 계단까지 도망간 틱스.

계속해서 이쪽 눈치를 살피더니 곧 뻔뻔하게 집안을 향해 걸어오는것이 아닌가!!? 

내 옆에서 틱스의 눈치만 살피고 있던 쫄보 이스탄불이 내 집 거실까지는 내줄수가 없었던지 틱스를 몰아내기 위해 소리를 지르며 맹열히 달려나갔다. 나는 이순간 이스탄불이 너무나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비록 내집 정원과 테라스까지 틱스의 영역으로 다내준 쫄보인건 변함없지만. 

이스탄불의 용맹함(?)에 놀란 틱스는 쫒겨나갔다. 

그렇게 용맹하게 나갔던 이스탄불은 고대로 틱스에게 되쫒기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이스탄불의 용기를 나는 칭찬해주었다. 그에 비해 모웬은 구석에 숨어서 눈치만 보고 있었으니까... 이스탄불이 없었다면 모웬은 거실뿐 아니라 밥그릇까지 내주었을것이다. (이미 몇번 그랬을지도 모르겠네...)

나는 이스탄불을 칭찬하며 간식을 후하게 내주었다. (무스카델이 안먹어서 시댁으로 가져온 간식ㅋㅋ)

우리가 간식을 먹을때도 장난감으로 셋이 놀때도 틱스는 담장에 앉아서 계속 우릴 지켜보고 있었다. 

"이스탄불, 틱스가 참 부럽겠다 그치?ㅋㅋ" 

우리는 일부러 보란듯이 더 즐겁게 놀았다. 

시어머니께 동영상(틱스가 실내로 들어오려다가 이스탄불에게 쫒겨갔다가 다시 이스탄불을 뒤쫒아서 돌아온-)을 보내드렸더니 매우 흡족해 하셨다. 

"이스탄불이 용기내서 맞섰구나! 참 자랑스럽다." 

"네, 그래서 저두 간식주고 칭찬해 줬어요." 

그리고 잠시후 시어머니께서는 그 영상을 옆집에도 보내줬다고 하셨다. 여전히 틱스가 모웬과 이스탄불에게 당하며 겁먹어 지내는 가엾은 암컷이라고 오해하고 있는것 같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ㅋㅋ (옆집과 엄청 친하심) 

솔직히 내 눈에는 틱스가 크게 잘못한 것 같지는 않다. 이스탄불과 모웬이 너무 심하게 쫄보라서 만만해 보이는게 더 문제인것 같다. 하지만 시어머니께는 절대 그렇게 말씀드리지 않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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