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남편은 이 겨울에도 선풍기를 2대나 사용한다.
한대는 라디에이터를 향해 아주 약하게 거의 매일 돌아가는데 뜨거운 공기를 거실에 퍼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거는 인정. 그런데 또 한대는 소파쪽을 향해서 약하게 트는걸 좋아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물어보면 딱히 이유도 없는것 같았다. 자꾸 캐물었더니 태국에서 10년간 매일 선풍기를 틀고 살았더니 그 바람이 없으면 허전해지는것 같다나 뭐라나... 하여간 말도 안되는 소릴 하기도 한다.
참고로 이 선풍기는 남편이 구매할때 아주 고심해서 골랐는데 소음이 전혀없고 아주 약하게 돌릴수 있는 옵션도 있어서 잘 산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나는 오늘도 저녁에 남편 옆에서 티비를 같이보려고 소파에 앉으면서 선풍기를 껐다. 이건 대체 왜 돌리는거야.. 하는 잔소리와 함께.
그런데 잠시후에 남편이 슬쩍 선풍기 리모콘을 잡으면서 내 눈치를 보는것이었다.
"...와이프쪽으로 바람 안가게 할게."
겨울에 굳이 이래야 하나 싶어서 눈을 굴리면서 한마디 쏘았다.
"선택해. 나야 선풍기야?"
그랬더니 내 질문에 또다른 질문으로 대답을 하는 남편.
"선택해. 선풍기야 내 방구냄새야?"
무슨 말인가 싶어서 남편을 쳐다봤더니 남편이 씨익 웃고있었다. 그리고 2초후 확 몰아치는 방구냄새.
"켜. 빨리."
이 선풍기는 결국 나를 위한 것이었던것이었던것이었던가...
가끔씩 나는 우리 남편이 나몰래 우리 오빠를 만났나 싶을 정도로 두사람이 비슷한 짓(!)을 하는걸 발견하곤 한다.
"내 손가락 땡겨봐." 해놓고 땡기면 뿡-하는거... 우리오빠가 어릴때 하던짓인데... 저건 만국 공통인건가... (우리 시어머니께 말씀드리면 민망해하시면서 질색팔색하신다ㅋㅋㅋ)
내가 한번씩 남편의 배를 쭈물거리면 기다렸다는듯이 뿡- 하는것도 참 기가막힌 순발력이다.
"내 남편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 남편 돌려줘..." 라고 하면 남편은 이렇게 대답한다.
"너무 늦었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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