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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자들에게 자동차란...

by 낭시댁 2022. 4. 30.

남편이 차를 바꿨다.

차를 가지러 가던날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는 남편에게 나는, 나 대신 아버님을 모시고 함께 다녀오라고 했다.

남편은 처음에는 좀 시무룩해했지만, 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나보다는 시아버지와 함께 대리점에 다른 차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부자간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더니 결국 남편은 내 말을 이해해 주었다.

남편은 새차를 가지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나에게 들뜬 목소리로 빨리 내려와 보라며 전화를 했다.

"나 여기 발코니에서도 잘 보여. 차가 크고 반짝이네."

내가 차를 평가할때는 그저 차의 크기와 색깔일 뿐이다.

그래도 결국은 조르고 조르는 남편 성화에 못이겨서 내려가서 차 구경도 하고 운전 연수까지 했다.

남편은 진심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난 전에 타던 차가 정들어서 벌써 보고싶은데...


며칠 후 우리 부부는 남편의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한동네에 사는 친구는 우리가 픽업해서 함께 가게되었는데 이 두 남자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내내 자동차 얘기만 했다.

"남편, 그거는 자랑안해?”

내가 허공에 손가락을 돌리면서 말했더니 그제서야 남편이 깜빡했다는 듯이 친구한테 뽐내며 보여준 것. ㅋ바로 허공에 손가락을 돌리면서 음악 볼륨을 높였다가 낮추는건데 이 두 남자는 역시나 소년처럼 까르르 웃고 난리가 났다. 내 이럴줄 알았거든.

약속장소 근처에 도착했을때 주차자리가 딱 하나가 남아있었는데, 차에서 내리고 보니 차 바로위에 까마귀 둥지가 3개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자리는 좋은 생각이 아닌거 같은데...?" 

남편은 잠시 갈등하더니 괜찮을거라며 그저 걸음을 재촉했다.

 

저녁식사에 앞서서 우리는 나머지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맥주를 한잔 하기로 했다.

해가 떨어지면서 살짝 쌀쌀해졌지만 분위기에 취해서 즐겁기만 했다.

오늘도 나는 달콤한 모나코를 마셨다. (남편 설명에 의하면 모나코는 맥주+레몬에이드+빨간 시럽을 혼합한거라고 한다.)

남편친구들과 저녁도 먹고나서 몇시간후에 돌아왔는데... 그 사이 우리차는 새똥을 잔뜩 뒤집어쓴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다 아무도 주차를 안하고 있던 이유가 있었네..."

힘없이 내뱉은 남편의 이 한마디에 중년의 이 여섯 남자들은 소년들처럼 좋다고 까르르 웃고 난리가났다.

이 남자들, 집에 갈 생각은 없는건지 차앞에 나란히서서 한참동안이나 자동차에 대해서 수다를 떨었다. 이 순간만은 여자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수다쟁이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소년처럼 떠들고 웃는 그 모습들이 웃기고 귀여워서 나는 열심히 대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같이 웃으며 서 있었다.

오랜만에 남편의 웃는 모습을 많이 봐서 나도 즐거웠다.

한동안은 남편 얼굴에 웃음이 계속 걸려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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