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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주말에 친구들이랑 게임하러 나간 남편

by 낭시댁 2022. 2. 3.

시어머니께서 잔뜩 주신 뿌아호를 처리하기 위해 토요일에는 키쉬를 만들기로 했다.

한뿌리만 해도 키쉬 한판을 하고도 남길래 일단 몽땅 썰어서 남은건 냉동실로 보관했다. 냉장고 큰걸로 살 걸... 냉동실 만두가 넘쳐나서ㅋ 이제는 자리가 비좁다.

아침에 미리 반죽해 두었던 도우를 밀고 볶은 뿌아호와 베이컨 그리고 계란+크림물을 부어서 오븐에다 넣었을때였다. 집돌이 남편이 왠일로 외출한다고 옷을 갈아입는게 아닌가? 그것도 늦은 오후에 말이다.

"어디가?"

"아, 그냥 잠깐 친구들 보고 오려고. 지금 모여서 게임한다고 얼굴이나 보자고 나오라그러네."

토요일 저녁에, 맛있는 요리를 오븐에 갓 넣었는데 남편은 친구들을 보러간단다. 음... 예전같으면 서운했겠지만 내심 반가운 소리였다. 요즘들어 집에만 오면 피곤하다며 소파와 한몸이 되는 남편이 걱정되던 참이었기때문이다.

"게임한다면서 컴퓨터는 안가져가?"

"아, 나는 게임 안할거야. 그냥 친구들 얼굴만 보고 올거야..."

남편과 친구들은 거의 20년전부터 우리집 근처에 있는 일종의 커뮤니티센터 사무실을 빌려서 그곳에 모여 게임을 하고 있다. 결혼전에 한번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자녀들도 데리고 와서 주말에 가족끼리 어울리는 모습이 나름 보기 좋았다. 처음에는 아주 친한 친구들끼리의 모임이었는데 이제는 세월이 제법 흘러서 자서방이 모르는 친구들도 꽤 합류를 한 상태라고...

그렇게 잠깐 얼굴만 보고 온다던 남편은 금세 컴퓨터와 헤드셋등을 챙기러 헐레벌떡 돌아왔다. 친구들이 게임하는 모습을 보니 안하고는 못베기겠나보다. (사실 남편은 평소에는 컴퓨터 게임을 거의 안한다.)

"맥주 사다놓은거 있는데 가려가서 친구들이랑 마실래? 놀다가 배고프면 키쉬 같이 먹자고 친구들 다 데려와도 돼."

오랜만에 남편이 신나하는 표정을 보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음... 아니야. 아마 걔들은 밤늦게까지 게임하느라 정신없을것 같애. 난 너무 늦지 않게 돌아올게."

바나나만 몇개 챙겨서 나가는 남편에게 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늦어도 되니까 실컷 놀다와, 알았지? 나는 지금 저녁 먹을거야."

비록 끝내주게 맛있게 완성된 키쉬는 혼자 먹게 되었지만, 신나게 집을 나서는 남편의 표정을 떠올리니 기분이 좋았다.

말로는 요즘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면서 왜그리 항상 피곤해보이는지...

시어머니께서도 요즘 지쳐보이는 자서방을 걱정하시길래 내가 "그래도 요즘이 제일 행복하대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울랄라...더 행복하면 큰일나겠네!" 🤣

그날 밤 자서방은 저녁 9시쯤에 돌아왔다. 더 놀다와도 되는디…
토요일 저녁에 절친들과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 한모금 안마시고 게임만 하고 헤어지는것도 내눈에는 신기하기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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