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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프랑스 살이

프랑스 집밥: 콩나물국과 숙주전

by 낭시댁 2023. 5. 17.

나는 여전히 거의 매주 콩나물과 숙주를 번갈아가면서 길러 먹고 있다. 이 콩나물 시루 덕분에 콩나물국을 프랑스에서도 실컷 먹을 수가 있다니! 

혼자먹기도 아까운 콩나물은 자서방에게 권해본 적이 없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나눠준적은 딱 두번있다. 자서방은 콩나물국을 주면 먹기는 하겠지만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맛보는 콩나물국의 감동까지는 느끼지 못할테니 그다지 열심히 권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 입은 또 어찌나 짧은지...)
 
그런데 어느날 저녁, 집에 늦게 돌아왔다가 혼자 콩나물국을 데워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티비를 보고있던 자서방옆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서방이 물었다.
 
"그거 나 한번만 먹어봐도 돼?"
 
내가 잘못 들은건가... 콩나물국을 먹어보겠다고 지금 먼저 말한거니?
 
입맛 까다로운 우리 남편이, 안먹어본 음식을 먼저 맛보겠다고 말한적이 있었던가...? 특히 콩나물국의 비주얼이 외국인 눈에는 더없이 생소할텐데...
 
뚝배기를 건네줬더니 자서방은 두손으로 받아들고 후루룩 소리를 내며 따뜻한 국물을 마셨다. 한 모금. 그리고나서 한 모금 더. 
 
"오 맛있다!! 여기 대체 뭐가 들어갔는데 이렇게 맛있어?" 
 
"콩나물, 마늘, 소금..." 
 
사실 미원도 조금 넣었다. 
 
자서방은 그 후로 두번이나 뚝배기를 더 가져가서 후루룩 마셨다. 
 
"남은거 더 있어?" 
 
"아니, 일주일 더 기다려야 돼. 좋아할 줄 몰랐네..." 
 
자서방은 매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콩나물국이 진짜 맛있나...? 생소한 식재료는 입에도 안대는 양반인데 참 신기하네... 
 
일주일을 기다린 자서방은 콩나물국을 다시 맛볼수가 있었다. (밥 말아먹는것도 가르쳐줬건만 국물 맛을 망친다며 그건 싫단다.)  
 
 

 이번주에는 콩나물 대신 숙주의 수확을 앞두고 있었다. 
 
이번에도 시어머니께서 부러워하실 만큼 예쁘게 자랐다. (시어머니는 내 시루와 비슷한 제품을 인터넷으로 주문하셨는데 왜 항상 우리집 숙주가 더 예쁘게 자라는지 이유를 궁금해하신다.) 

"남편, 이것 좀 봐! 잘 자랐지? 이걸로 뭐 해줄까?"
 
숙주를 본 자서방이 망설임없이 외쳤다.
 
"국!"
 
흠... 숙주와 콩나물의 차이를 다시 설명해야만 하다니... 이번에는 좀 기억해 주길 바라며, 녹두콩과 노란콩까지 보여주며 열심히 이해를 시켰다.
 
설명을 들은 자서방 왈; 
 
"그럼 그건 어때? 전에 감자를 얇게 썰어서 팬케익처럼 부쳐줬자나. 거기에다 이걸 추가하면 어떨까? 간장소스에 찍어먹으면 맛있을것 같은데."  
 
감자 숙주전이라...? 
 
뭐 안될거 있나? 접수완료! 
 

계란을 하나 깨넣고 전분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주었다. (튀김가루를 사용했는데 다 떨어졌네...) 

한판 얇게 부쳐서 맛을보니 바삭하고 너무 맛있다. 근데 양이 적을것 같아서 냉동실에 얼려놨던 주키니도 추가했다. 

자서방 말대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무조건 맛있네. 
 
다음번엔 베이컨을 같이 넣고 부쳐봐야겠다. 하지만 1주일을 또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ㅋ

자서방은 정말 맛있다며 남김없이 다 먹었다.
 
"와이프는 천재야!"
 
본인 아이디어였으면서...
 
먹는것 만큼이나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내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모두가 사랑스럽다.  

무식아... 콩나물 물 좀 주고 올래? 

못들은 척 하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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