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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집들이를 하기로 했다.

by 낭시댁 2023. 11. 13.

어느날 저녁 티비를 보다말고 자서방이 뜬금없이 말했다.
 
"주말에 집들이할까?" 
 
"갑자기?" 
 
내 친구들을 초대하자고 몇 번 얘길 했었는데 저녁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보다. 내성적인 우리 남편이 먼저 말을 꺼내다니 웬일이지...? 내 친구들이 갑자기 보고싶어졌을리는 없고. 
 
"응. 그리고 내 친구들도 초대하려고. 집들이 따로할 거 없이 그냥 한번에 하자." 
 
그럼 그렇지. 내 친구들만 초대하면 혼자 뻘쭘할게 뻔하니 몇 번이나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었던 듯. 거기다 양쪽 친구들 따로 초대할 것을 한 번에 해치울 수 있으니 더 좋고. 역시 잔머리 자서방답다. 
 
각자 다섯명정도를 초대하기로 했다. 그래도 벌써 우리까지 포함하면 열두명이나 된다. 
일단 나를 여러번 초대해 주었던 에리카와 알마네 커플은 꼭 초대해야 하고... 그럼 벌써 네명이다. 거기에 어디서나 분위기를 밝혀주는 엘라를 부르면 되겠군. (한국인 친구들은 나중에 따로 부르기로 하고...)
 
 
다함께 둘러 앉기에는 의자가 부족하니 부페식으로 음식을 준비하자는 자서방.
 
"맛있는 레드와인과 샴페인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집어먹을 수 있는 안주 위주로 음식을 준비하면 될 것 같아. 샤퀴테리처럼." 
 
"나는 자신있는 김밥을 준비할게. 참치김밥. 그리고... 또다른 내 스페셜티인 넴을 준비해야겠어. 그건 누구나 다 좋아하잖아.
 
"계란말이는 어때? 새로산 사각팬으로 만들면 보기에도 좋을것 같은데?" 
 
계란말이 참 좋아한다. 
 
"디저트로는... 스물올레? 브라우니? 사과케잌? 뭐가 좋아?"
 
자서방은 할게 너무 많다며 디저트는 빼자고 했는데 나는 만들고 싶었다. 어차피 넴은 전날 미리 만들어서 진공포장해놨다가 오븐에 데우면 되니까 당일날 일이 그리 많을것 같지는 않았다. 
 
자서방은 내가 나열하는 본인의 최애 디저트들중에 한가지를 선뜻 고르지 못하고 눈을 한참이나 허공에 굴렸다. 결국 내 맘대로 사과케잌으로 정했다. 브라우니는 흔하게 먹을수 있지만 사과케잌은 좀 더 특별하지! 특히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서 먹는거라면 브라우니보다 이게 더 깔끔할것 같았다. 내 사과갸또는 최고라 자신한다. 김밥도 넴도... 하핫 
 
"그럼 음식은 테이블위에 차려놓고, 각자 개인접시에 덜어서 테이블 의자나 소파나 아무데나 삼삼오오 앉거나 서서 자유롭게 먹고 마시자는거지?" 
 
"응 우리 노엘때도 그렇게 하잖아."
 
흠... 잘은 모르지만 프랑스에서는 원래 그런가보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희한한 꿈을 꿨다. 
 
이런거 써도 되나...모르겠네ㅡㅡ; 울언니는 듣더니 웃기다고 블로그에 꼭 쓰라고 하던데...
 
꿈에 집들이를 하는데 내 친구들이 먼저 도착했다. 그런데 우리집에 도착한 내 친구들이 박나래 홍석천 제시 이효리네? 
자서방이랑 그의 친구들은 조용히 테이블에 둘러앉아 샤퀴테리에 레드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내 친구들은 부엌에서 요리를 해 준다며 시끌벅적 난리가 났다. 온 집안에 연기가 자욱했고, 무식이도 꽁꽁 숨고 자서방 친구들은 이따금씩 기침을 하면서도 아무말 못하고... 와중에 내 친구 나래는 자서방과 자서방 친구들사이에 껴 앉아서 "나한테는 아무도 통역 안해주고 자기네끼리만 프랑스어로 말하는게 어딧냐"며 불평하면서 빈잔에 열심히 술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마치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개입없이 그 상황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었다. 
 
내 무의식의 반영인가. 내 친구들 자서방 친구들 정말로 각자 놀 것 같다.
 
뭐 그래도 별 문제 없을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런 꿈을 꾼 걸까. 
 
일단 내 친구들을 새 집에 처음으로 초대 한다고 생각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너무 설렌다! 
내 친구들아 요리는 내가 다 할거야. 너희는 요리 안해도 돼... 
 

 

뭘 한다고? 
몇 명이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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