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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남편아 인터넷 쇼핑을 멈춰주오

by 낭시댁 2023. 11. 12.

허전하던 새 아파트 거실 벽이 점점 가득차고 있다. 

자서방이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주문한 액자들이 제법 잘 어울린다. 

어쩌다보니 고흐의 그림만 세개나 걸렸다. 누가보면 고흐의 열렬한 팬인줄 알겠지만 그냥 색감만 보고 골랐을뿐이다. 

식탁에서 간식먹는 무식이

 
가격대비 너무 만족스러워서 몇개 더 사려고 봤더니 할인기간이 끝나버렸단다. 시무룩해진 자서방. 
 
아 식탁보도 두개 새로 샀는데 그 중 더 마음에 드는걸로 깔아보았는데 역시 괜찮다. 
 

자서방은 키작은 가구들을 위해 띠-식탁보(러너?)도 샀다. 

막상 깔아놓으니 괜찮아보이네. 
 
자서방은 내 집을 장만한 이후로 이처럼 온라인 쇼핑에 빠져있다. 
 
오늘도 택배기사님이 찾아왔는지 벨이 울렸고 자서방은 잠시 후 상자를 들고 올라왔다. 
 
오늘은 또 뭐람... 
 

 
계란말이팬이다. 
 
갖고 싶다고 꽤 오래전부터 말하더니 결국 마음에 드는걸 찾아냈구나. 계란말이와 계란말이 팬  둘 중에 무얼 더 좋아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두번째 상자에는 커다란 냄비가 들어있었는데 두껑에는 물 빠지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거는 파스타 냄비야! 여기서 파스타를 삶고나서 물만 요렇게 바로 뺄 수 있지!" 
 
아... 파스타 물 빼는게 어려웠단 말이냐... 
 
미니멀리스트인 나로서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자주 안쓰는 물건들이 늘어나는건 싫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을 뿐이다. 
 
"요리가 하고싶었나보네... 앞으로 맛있는 요리들 기대할게."
 

 
근데 계란말이 팬 막상 써 보니 또 계란이 잘 말리네…
 

 
우리 자서방이 구매한 쓸모없는 물건들은 내가 당장이라도 손가락에 꼽을수가 있는데
 
그 중 1등은 단연 이것이다. 
 

 
자서방은 택배 상자를 나에게 선물이라고 내밀면서 실실 웃고있었다. 뭔가 내가 마음에 들거라는 확신이 있는 표정이었는데...
 
막상 상자를 뜯어보니 옷을 개는 도구가 튀어나왔다. 
 
미드 빅뱅이론을 즐겨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결벽증이 있는 쉘든이 이걸 직접 만들어서 칼같이 반듯하게 옷을 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내가 옷개는게 마음에 안들어서?" 
 
도둑이 제 발저리는 순간이다. 나는 옷을 대충 개는 편이다. 앉아서 옷 개는 시간이 아까워서 건조대 앞에 선 채로 툭툭 개는 편. 
 
"아니, 그런게 아니라 이런 물건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와이프한테도 보여주고싶어서 샀어! 쉘든이 쓰던거잖아!" 
 
"음... 그럼 돈주고 살 게 아니라 그냥 인터넷 화면으로 보여줬어도 같이 웃었을텐데." 
 
"와이프가 이걸 보면 큰소리로 웃을줄 알았는데..." 
 
아 좀 이런걸로 시무룩해지지마라... 
 

 
아 진짜 이런 물건은 왜 만들어 파는걸까 ㅡㅡ; 
 
내가 말은 이렇게 해놓고 다음에 빨래 갤 때 또 사용해 볼지도 모른다. 사실 나처럼 옷 개는데 소질없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인지도 모르지. 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나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여보, 이제 인터넷쇼핑 그만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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