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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연애결혼

거품목욕 이렇게 하는거 맞아?

by 낭시댁 2023. 11. 4.

인공수정을 하는 기간에는 뜨거운 목욕은 피해왔다. 덕분에 이사 온 이후로 좋아하는 반신욕을 한 번도 못했네. 
 
의사는 인공수정을 한 당일부터 술만 빼고 평소랑 다름없이 생활하면 된다고 했는데 한국에서 인공수정을 받는 후기들을 읽어보니 뜨거운 목욕은 피하는게 좋다는 말이 있길래 혹시 몰라서 나도 반신욕은 피해왔다. 
 
하지만 3차 시술이 실패로 돌아간 그 날-
 
후련하게 목욕이나 하자고 다짐했다. 이전 주인이 설치해 놓은 요란한(?) 자쿠지 욕조를 드디어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자서방이 왜 더 신나하는걸까. 목욕물까지 직접 받아주겠다고 나서는 자서방.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오는 자쿠지 목욕에 천국을 맛보았다는 자서방은 나더러 기대해도 좋다고했다. 그리고는 아침에 사온 입욕제까지 뿌렸다. 

 
욕조에 물을 받는사이 자서방은 현관에 있는 두꺼비집에가서 자쿠지 전원을 키고 돌아왔다. 그랬더니 막... 화려한 조명이 들어왔다. 이때부터 웃음이 빵 터졌다.  
 

 

 
뜨끈한 목욕물에 들어가니 2주 동안 긴장하고 스트레스 받았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자, 여기다 머리를 대고 누워봐. 버블 세기는 괜찮아? 좀 더 올려줄게. 어때? 기분 좋지!" 
 
자서방은 아직도 안나가고 옆에 붙어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와인도 한 잔 가져오라고 할까 하다가 관뒀다.
 
뽀글뽀글 옆구리와 등을 때리는 버블에 기분이 좋아서 기대 누웠는데 자서방은 옆에서 웬일인지 분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엄지발가락을 세우고 기분을 표현해보았다. 
 

 
근데 여보...
 
거품 목욕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자서방이 연신 흘러내리는 거품을 두손으로 정신없이 퍼올리고 있었다. 
 
와중에 거품에 파묻힌 내 모습이 웃기다며 사진을 찍어 보여줬는데 나는 그제서야 욕조 아래 상황을 인지했다. 둘이서 미친듯이 웃었다.
 

내 시선위로 올라온 거품들. 
 
입욕제를 넣은 상태로 자쿠지 버블을 계속 돌렸더니 거품이 계속계속해서 생성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배꼽이 빠져라 웃으면서 내가 버블 버튼을 끄라고 했는데 자서방은 진땀을 흘리면서 "버튼이 안눌러져..." 라고 대답했다. 거품때문에 뭘 하는지 잘 안보였는데 알고보니 자서방은 두손으로 버튼위에 올라오는 거품을 열심히 치우고 있는데 거품이 자꾸자꾸 흘러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아 배꼽이야... ㅋㅋㅋ
 
"두꺼비집! 나가서 레버내려!" 
 
내 외침에 자서방이 달려나갔다. 
 

 
결국 나는 버블은 끈채로 거품 목욕을 했다. 
 
난장판ㅋㅋㅋ 
 
자서방은 자기 잘못이라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덕분에 실컷 웃었으니 상관없다.

살살 빠져나와서 샤워부스로 이동했는데 거품이 나를 따라다니며 흘러내렸다. 
 
욕조에 물을 다 뺐을때도 거품은 여전히 높이 쌓여있었다. 어찌나 많은지 찬물로도 잘 안내려가길래 그냥 다음날 까지 방치했다. 급하게 할 이유는 없으니.
 
우리 부부는 이번에 입욕제랑 자쿠지 버블은 한번에 사용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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