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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아름다웠던 라팔마 섬의 마지막 저녁 노을

by 요용 🌈 2024. 8. 5.

우리 여행의 마지막 저녁이 기어코 찾아왔다. 
 
낮에 군것질을 많이해서 저녁을 평소보다 늦게 먹기로 했다. 

새 숙소에서 시내로 내려가는 길은 참 예뻤다. 하긴 라팔마섬에서 안 예쁜 곳이 없었네. 

우리가 시내를 걷는 도중 한 젊은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처음에는 독일어로 말을 하다가 영어로 말을 바꿨다. (버거씨는 많은이들이 자신의 외모를 독일인으로 오해하곤 한다 했다.)
 
"저 혹시 제가 손으로 마사지를 해드릴테니까 보답으로 돈을 좀 주실 수 있나요?" 
 
역시 구걸하는 사람이었군. 
 
지갑을 안가져와서 카드밖에 없다고 대답했지만 그 남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저는 수년째 동굴에서 살고 있는데 가끔 이렇게 음식을 구하러 나와요." 
 
별로 믿기지는 않았지만 "왜 동굴에서 살아요?" 라고 대꾸를 해버렸네. 이런 사람들은 그냥 피하는게 상책인데... 
 
"깨달음을 얻기위한 수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투머치 토커 버거씨는 또 그 말에 혹해서 한참이나 서서 그 남자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아 그만 가자고... ㅡㅡ; 돈 줄거 아니면 빨리 보내주는게 나은데... 
 
수행자(?)와 헤어진 후 우리는 해변을 산책하며 어디서 마지막 만찬을 먹을건지 신중하게 살폈다. 

노을이 정말 멋졌다. 저 멀리 보이는 해안풍경도 그림같고 저녁바람도 너무 시원했다. 

해변에서 사람들이 맥도날드에서 포장해 온 음식을 먹으며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맥도날드 포장해와서 여기서 먹을까?" 
 
버거씨의 표정이 한껏 찌푸려졌다. 맥도날드 안좋아함ㅋ 
 
알았어. 마지막 저녁이니까 맛있는거 먹어야지. 

버거씨가 신중하게 고른 마지막 저녁 레스토랑은 바로 이곳이었다. 항상 이 앞을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여기가 이름난 맛집인줄은 몰랐네. 
 
메뉴를 보다가 나는 닭튀김이 먹고 싶다고 했고 버거씨는 문어가 먹고 싶다고 했다. 거기에 망고샐러드까지 시키면 너무 많으려나 고민하고 있던 중 친절한 젊은 직원이 도움을 주었다. 
 
"그럼 망고샐러드에 후라이드 치킨을 추가해 드릴게요!" 
 
와 일 잘하는 청년일세. 

 
망고샐러드(몸에 좋고 맛도 좋은 콩이 한가득!), 후라이드 치킨 (생각보다 양을 꽤 많이 줬다!), 샹그리아, 화이트 와인 그리고 문어!!


이 문어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맛이었다! 밑에 깔린 달콤 고소한 (버터향이 나는)고구마 퓨레와 문어의 조합이 어마어마했다. 우리 둘다 감탄을 연발하면서 먹었다. 
 

샐러드가 양도 어마어마한데 맛도 너무 좋았다. 
레스토랑 실내 인테리어도 멋지고 음식도 만족스럽고 마지막 만찬은 성공적이었다! 
 
마지막 저녁이니까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젤라또를 결국 먹으러 가기로 했다. 그동안 맨날 앞에 지나가기만 하고 이런 저런 핑계로 다음에 먹자고 미뤄왔던 그 젤라또.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가다니..."
 
버거씨는 내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 멋진 팀이야, 그치? 너랑 같이 있으면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을것 같아. 마음이 너무 편하고 안심이 돼."
 
그렇다. 우리는 정말 죽이 잘맞는 한 팀이었다. 
 
"휴가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멋진 휴가로 초대해 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진짜 큰 선물이었어.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이번 여행은 절대 잊지 못할것 같아. 너무 특별하고 재미있었어!"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버거씨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이렇게까지 빡세게 다닐 줄은 몰랐지ㅋㅋㅋ 버거씨는 왜 안지치나... 


 
프랑스로 돌아가도 나는 여전히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내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을것 같았다. 여러모로 힐링여행 제대로 했다. 
 
아, 아직 우리에겐 마지막 날이 남았다. 아침과 점심 식사 일정을 꼼꼼히 짰다. 한 점 후회가 안남도록 마지막까지 잘 먹고 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