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여행은 끝나지만 일상을 여행처럼 살면되지

by 요용 🌈 2024. 8. 6.

이제 진짜 떠나는 날이 밝아왔다.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오후 4시쯤에 있어서 그 전까지 여유가 꽤 있었다. 다행히도 추가비용없이 늦은 체크인을 승낙을 받은 처지라 느긋하게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오늘도 라팔마는 아름답다. 

우리는 아침 식사후에 해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영복을 안에 입고 시내로 나왔다. 

우리가 사랑했던 치즈케이크를 파는 이 예쁜 까페. 오늘은 이곳에서 아침 식사를 해 보기로 했다. 
내 식성을 아는 버거씨는 종종 우리가 구흐멍(gourmand) 커플이라고 한다. 미식가라는 뜻인지 대식가라는 뜻인지 헷갈렸는데 버거씨는 그 둘다라고 대답했다. 
맛있는게 저렇게 많으면 뭘 먼저 먹어야 할지 고르기가 더 어려운데... 

일단 우리는 딸기잼과 견과류가 들어간 홈메이드 요거트로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라떼랑 샌드위치도 먹었다. 
 
너무 맛있기도 하고, 여행이 아쉽기도 하고, 이 까페가 너무 좋기도 해서 우리는 다 먹고 나서도 "좋다"를 연발하며 쉽사리 까페를 떠나지 못했다. 우리 버거씨는 직원에게 우리가 이곳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말해주기도 했다. 역시 사람들이랑 대화하는걸 참 좋아한단 말이지. 

잠시 후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해변으로 갔는데 바람이 너무 세차서 깜짝 놀랬다. 안되겠다 후진 후진 후퇴 후퇴! 
 
검은 모래 해변에서 물놀이 한번 해보려고 큰 마음을 먹었는데 너무 추워서 안되겠다. 그냥 맨발로 모래위를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냥 우리 짐이나 싸자... 
 
그러자... 
 
숙소로 돌아가서 짐을 모두 싸고 체크아웃을 한 후에 짐가방을 모두 들고 점심을 먹을 레스토랑으로 갔다. 

원래는 일전에 너무 맛있게 먹었던 해산물스프를 한번 더 먹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집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딱히 많이 배가 고프지는 않은 상태라 가지 튀김을 한번 더 먹으려고 해변 레스토랑을 한번 더 찾아왔다. 

바삭 달큰 고소한 가지튀김. 딱 맥주가 땡기는 맛이라 시원한 맥주도 시켰다. 

그리고 이건 버섯 새우 오믈렛. 기대 안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우리 이제 진짜 끝이네 라팔마...  훌쩍훌쩍 
 
"다음에는 우리 어디로 갈까? 혹시 가 보고 싶었던 곳 없어? 우리 둘이 다 가보자. 나도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 너랑 다 가보고 싶어." 
 
버거씨 말에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딱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나는 그냥 한국이 제일 가고 싶은데... 
 
"아, 있다! 나는 일단 오로라를 보러가고 싶고, 그리고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보고싶어!" 
 
여행이 끝난다는 아쉬움을 길게 느낄새도 없이 우리는 벌써 다음 여행지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수다쟁이랑 더 수다쟁이가 만나서 한번 대화가 시작되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뻔했다는...
 
뱃속에 가지랑 버섯이 튀어나올 정도로 둘이서 달리고 달려야만 했다. 버거씨는 내 캐리어까지 두개를 끌고서 쏜살같이 앞서 달렸다. 내가 따라잡지를 못하니 본인이라도 가서 버스를 잡아놓으려고 했나보다. 다행히 버스가 늦게와서 우리는 또 운좋게 버스를 놓치지 않을수가 있었다. 휴우...;; 

공항 가는길 나는 창밖 풍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바라보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자판기에서 생수 두병을 샀었는데 글쎄 한병에 4.5유로였다!! 두 병에 무려 13000원이라니!! 그래도 목이 말라서 사 마시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 까페에서 물값이 조금 더 저렴했다. 그때 교훈으로 이번에는 자판기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가게로 가서 생수를 구입했다.
기내식이 없는 저가항공이라 과자도 미리 사서 탑승했다. 사실 내 가방에는 평소처럼 바나나와 오렌지도 여러개 들어있었는데 (소심한)버거씨가 기내 반입이 안될거라고 극구 말렸지만 나는 (이미 일전 카나리아 여행 때 경험을 했던 적이 있었으므로) 기내에 들고 탔고 우리는 덕분에 기내에서 과일을 실컷 먹을 수가 있었다. 버거씨가 나보다 더 좋아했음. 간식이랑 과일을 먹었음에도 나는 기내식으로 컵라면을 사먹었다. 과일은 과일이고 라면은 라면이니까. 유럽비행기에서 먹는 라면은 놓칠 수 없지. (물이 미지근해서 면이 잘 안익었지만..;;)
 
기내에서 배불리 먹고 잠이 들려던 찰라에 기장님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잠시 후 우리 비행기는 파리 상공을 지나갑니다. 오늘 날씨가 맑아서 에펠탑을 육안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잠시 후 눈부신 파리 시내의 야경이 시야에 들어왔고 승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나도 탄성을 지르며 저기 에펠탑좀 보라며 자고 있는 버거씨를 깨웠다. 하지만 내가 보고 있던건 에펠탑이 아니었네... 저 중 어딘가에 있겠지 모. 

잠시 후 멋진 야경이 또 한번 나타났는데 버거씨가 룩셈부르크라고 알려주었다.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수만 있다면 집에 금방 갔을텐데 우리는 결국 밤 11시가 넘어서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착륙했다.

그런데 세상에 기온이 영하 1도였다!!! 둘이 추위에 덜덜 떨면서 휴가가 진짜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여행이 끝나 아쉽지만 이제는 일상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아야지.
 
 
카나리아 여행기를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해 놓으니 너무 뿌듯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두고두고 읽어볼 수 있도록 기록 해 두고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