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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화산 분화구 위를 걷다 - 라팔마 샌안토니오 화산

by 요용 🌈 2024. 7. 31.

오늘도 우리는 조식을 든든하게 먹었다. 
전날 바나나 지옥(?)을 체험한 이후부터 버거씨는 이곳 팔마의 바나나에 홀딱 반했고 매일매일 바나나를 먹었다. 

나는 신기한 과일이 눈에 띌때마다 꼭 먹어주었다. 아직도 내가 처음보는 과일이 있다는게 신기하다.
 
오늘 우리는 200번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갈 예정이다.  
 
호텔을 나오자마자 우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과일 시장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바나나(!) 한송이랑 귤을 샀다. 오늘도 부지런히 걸을 예정이라 길거리 간식이다. 

선인장 열매는 무슨 맛일까. 바로 잘라서 먹는건 아닐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 안샀다.  노란색 열매는 아침에 호텔에서 먹었던 과일이다. 예상과 다르게 배랑 살짝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빵집에도 들러서 샌드위치랑 간식거리들을 잔뜩 샀다. 
 
이정도 음식이면 나는 오늘 하루종일 너그러운 마음을 유지할 수가 있다. 

가방을 먹거리들로 든든하게 채우고 버스에 올랐다. 

구불구불한 해안길을 한시간 정도 달려서 도착한 이곳 Fuelcaliente. 
 
버스에서 바로 내리니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이 있어서 자세한 동선을 추천받을 수가 있었다. 
 
걸어서 화산까지 가서 그곳에서 관광을 한 후 버스를 타고 등대와 염전을 구경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돌아오라는 미션(?)이었다. 버스 시간까지 꼼꼼하게 받아적고 길을 떠났다. 
 
나 벌써 배가 꺼지는것 같아. 
 
근처에 점심 피크닉을 갖기에 안성맞춤인듯한 정자가 있길래 거기 앉아 쉬다가 샌드위치를 먹고 가기로했다.


이국적이고 평화로운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시원한 그늘에 앉아 맛있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집들을 관찰하면서 어느집이 제일 예쁜지 골라보기도 했다. 

 
잠시 후 우리가 찾아간 샌 안토니오 화산.

 
입구에서 경비아저씨께서 입장료를 내라고 하셔서 시키는대로 입장료를 냈더니 관광객 센터로 먼저 들어가라고 하셨다.
별 생각없이 들어왔는데 이곳에서는 라팔마섬의 화산역사에 대한 시청각 자료들이 전시돼 있었다. 우리는 특히 동영상들은 모두 끝까지 시청했는데 작은 스크린으로만 봐도 압도되는 영상들이었다. 
 

화산 폭발앞에 인간은 얼마나 무기력한지. 인간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들이 지은 건물들까지 속수무책으로 용암속에 파뭍히는 모습은 허무하고 또 공포스러웠다.  

더 오래오래 보고 싶었는데 분화구를 둘러본 후에 버스를 타야 한다며 버거씨가 내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1971년 바로 이 해안에서 화산이 폭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분화구 위로 우리는 걸어 들어갔다.  

실물로 보면 어마어마한 스케일인데 사진으로 보니 그냥 작은 동산처럼 나왔네;;

거대한 분화구 위를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1971년에 폭발했는데 여전히 이 일대의 땅들은 생명력이 미미해 보인다. 

바로 저곳이 우리가 잠시 후 찾아갈 염전인가보다. 

나는 오래오래 감상하고 싶었는데 곧 버거씨가 시간이 없다며 내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무슈롱정브... 내가 당신속도로 따라 뛰다간 내 심장이 터져요;;  
 
다행히 우리는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가 있었고 꾸불꾸불한 (멀미가 나버렸다;;) 해안길을 따라 계속 내려간 끝에 등대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중 한곳이라고 했던가... 그다지 큰 감흥은 안느껴졌는데 이때 마침 버스 두대가 들어왔고 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내려서 이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았다. 꽤 유명한 곳임에는 틀림없는듯.
 
바로 옆에는 염전이 있다. 워낙 사람들이 이곳에 꼭 가보라고 해서 뭐 특별한게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이게 전부였다. 내가 멀미를 각오하고 여기까지 뭐하러 왔나싶어 살짝 허무했다. 

아! 저기 레스토랑이닷. 
 
나는 반가운 마음에 와다다다 달려갔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너무 힘들어서 시원한걸 좀 마셔야겠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2층 테라스에서 오렌지 쥬스를 주문해서 마셨다. 아이스크림도 팔길래 잠시 후 매그넘도 하나 사먹었다. 당을 충전하니 좀 살겠네... 휴... 

잠시 후 염전 사이를 걸으며 버거씨랑 수다를 떨었다. 버거씨 역시 그 먼길을 달려올 만큼 볼 거리가 있지는 않다는 부분에 공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전에 화산 분화구나 더 느긋하게 감상하는건데... 

아마도 현지인들이 이곳을 추천해 준 이유는 등대나 염전 자체에만 있는것 같지는 않다. 주변 경관이 독특하기는 하다. 마치 화성에 온 듯 생명력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거뭇한 지형이 신기하기는 했다. 

지친 심신을 이끌고 우리는 산타크루즈로 돌아왔다. 
 
우리가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을 다시 갔는데 친절했던 그 직원은 없었고, 서비스며 음식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래서 직원을 잘 뽑아야 되는거구나.

콩이랑 소고기 장조림의 양이 이전보다 반밖에 안되고, 아보카도 샐러드에는 아보카도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호텔 루프탑에서 과일 후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 하기로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풍경-
 
오는길에 사온 파파야를 내가 잘랐는데 오잉?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씨없는 파파야라니! 

앞쪽에 바다가 있어서 파도소리가 기분좋게 들려왔다.

씨가 없어서 손질은 훨씬 쉬웠다.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구나.

이곳에서 우리의 수다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서로 살아온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서로에게 귀 기울여주고 공감했다.
 
버거씨가 나를 자꾸 칭찬해주니 이 순간 만큼은 언제 힘든일이 있었던가 싶네.
 
여행은 어딜 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내 생각이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