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프랑스푸르트에서 낮 비행기를 타고 카나리아제도 라 팔마섬을 향해 출발했다.
이제 사귄지 두달밖에 안된 남자친구랑 (그것도 이혼이 아직 마무리 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머리도 복잡한데) 8박 9일간의 스페인 휴가를 떠나고 있는 것이다. 와 나 막나가는구나. 좀 멋진 걸.
버거씨랑 여행할 때는 서로 창가석에 앉겠다고 가위 바위 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랑 다르게 창가자리는 언제나 나에게 양보해주었다.
대략 5시간 정도 비행을 마치고 조그만한 라팔마 공항에 내릴 수가 있었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운좋게도 눈치빠른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호텔로 가는 버스를 아슬아슬하게 바로 탈 수가 있었다.
호텔로 가는길,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국적인 해안풍경을 바라보며 몇번이나 탄성을 질렀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내 얼굴이 상기되는 것을 본 버거씨도 덩달아서 아이처럼 좋아했다.
"휴가 오길 잘했어!"
"응 정말 잘했어! 너랑 휴가를 오다니 정말 꿈만 같아."
버거씨가 예약한 호텔은 바나나가든이라는 곳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친절하고 깨끗한 곳이었다. 평점이 높아서 골랐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묵는동안 조식, 친절한 직원들, 루프탑등등 뭐하나 아쉬운 부분이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짐을 내려놓고나서 우리는 저녁식사 할 곳도 찾을 겸 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낭시는 여전히 겨울같이 추웠는데 이곳 라팔마섬은 1년 내내 따뜻한 곳이다. 오랜만에 짧은 여름 원피스를 입고 버거씨 손을 잡고 나왔더니 기분좋은 여름의 저녁공기가 우리를 들뜨게 했다. 휴가지에 온 실감이 나는구나.
"오늘은 첫날 저녁이니까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너를 데려가고 싶은데..."
열심히 검색을 하던 버거씨는 결국 일대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냈다. (안타깝게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셰프가 직접 나와서 우리에게 자신있게 추천해 준 메뉴를 골랐다.
셰프가 자신있게 추천할 만 했다.
스시케이크라고 했던가...? 말만 들었을때는 또 무슨 생선을 갈아서 분자요리를 만드는건가 싶어서 반감이 좀 있었는데 막상 먹어보고는 너무 맛있어서 우리 둘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밥과 스시 그리고 새우튀김등등을 넣어 사각틀에 찍어내고 그 위에 새콤 달콤한 소스를 얹었다. 아보카도랑 미역줄기무침도 조화가 좋았다. 우리가 대만족해 하는 모습을 본 셰프가 매우 흡족해했다. 무슨 요리 대회에서 수상을 했던 메뉴라고 소개했던 것 같다.
버거씨랑 나는 서로다른 메뉴를 시켜서 나눠먹었는데, 또다른 메인 메뉴로는 참치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바질소스를 얹었고 새싹을 얹은 호박인지 당근 스프가 함께 나왔다. 이것도 나쁘진 않았는데 워낙 스시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살짝 뒷전...
후식으로는 망고소스를 얹은 푸딩을 먹었다. 아 이것도 엄지 척!! 이집 맛집 인정.
배불리 맛있게 먹은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와서 근처 해변을 산책했다. 해변이 호텔과도 가까워서 루프탑에서 저녁마다 들려오던 파도소리가 참 좋았다.
스페인에 왔으니까 샹그리아를 마셔줘야지.
해변에 있던 한 테라스에서 우리는 샹그리아를 마셨다.
휴가기간 중 우리는 샹그리아를 몇 번 더 마셨는데 버거씨는 이날 마신 바로 이 샹그리아가 최고였다고 한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눈을 번쩍 뜨던 표정이 기억나네. 향긋한 샹그리아와 예쁜(ㅋ)여자친구 그리고 아름다운 카나리아섬의 저녁 풍경에 버거씨는 굉장히 행복한 표정이었다.
"나 휴가에 데려와줘서 고마워."
"휴가에 함께 와 주어서 내가 더 고마워."
우리는 내일 무얼할 것인지 계획을 짜며 호텔로 돌아갔다.
라팔마섬의 밤은 정말 아름다웠다. 낮에는 또 어떤 모습일까.
이렇게 아무 걱정거리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휴가를 즐기는 기분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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