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먹캉스로 시작하는 카나리아 여행

by 요용 🌈 2024. 7. 27.

카나리아 라팔마섬에서의 첫 아침이 밝아왔다. 
 
나 오늘 아침 진짜 많이 먹을거야. 
 
내 말에 버거씨는 자기도 그럴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나중에 내가 먹는 양을 보더니 혀를 내둘렀다. 

일단 따끈한 빵에다 버터를 발라서 고소하게 몇입 베어먹다가 거기에다 꿀을 추가해서 허니버터맛 빵을 음미한다. 그후에는 빵에 토마토랑 짭짤한 하몽을 곁들인 일명 빵콘토마테를 먹는다. 그후에는 삶은 계란 요거트 과일 견과류 쨈 등등 짬뽕해서 먹고 또먹고 쥬스랑 커피도 마시고 달달한 디저트까지 먹는다. 
 
"넌 꼭 내 아들들처럼 먹는구나..." 
 
버거씨의 말에 내가 대답했다. 내가 더 많이 먹을지도몰라ㅋ 

배터지게 먹고난 후 우리는 산책을 좀 하고나서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을 찾아가기로 했다.

해변을 따라 걷는데 기분이 날아갈듯이 좋았다. 프랑스에서는 날씨가 맨날 춥고 우중충했는데 이곳 날씨는 천국이다! 이래서 바캉스를 떠나는구나. 벌써 충전되는 기분.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가서 우리는 8일동안 머물건데 차를 렌트하는게 좋을지를 우선 문의했다. 직원은 차를 렌트하지 않고 버스로 섬을 둘러볼 수 있는 노선과 관광포인트들을 친절하게 짚어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녀가 메모까지 해 준 지도를 보면서 남은 일정동안의 여행 계획을 큼직하게 짤 수가 있었다.
 
버스로 다니는 여행! 좋은 생각이다. 로컬주민들의 일상을 좀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을테니까. 
 

룰루랄라 산타크루즈 시내를 경쾌하게 걷다말고 내가 말했다. 
 
"근데 우리 점심 먹을때 되지 않았어?"
 
버거씨가 살짝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벌써 배가 고프다고?!"
 
아니 뭐 꼭 내가 배가 고프다는게 아니라 그냥 점심때가 됐으니 점심을 먹을 레스토랑을 슬슬 찾아보자는거지... 
 

 
아! 저기 좋아보인다. 우리도 저기가서 먹을까? 
 
관광객들로 가득한 테라스를 발견한 우리는 마음에 드는 테이블 한곳을 차지했다. 

우리가 고른 메뉴는 케밥- 
그냥 저냥 막 특별하진 않고 딱 기대했던 맛이었다. 
 
"우리 이거 먹고나서 디저트 먹으러 가자. 치즈케이크같은게 있으면 좋겠는데..."

오우! 버거오빠 정말 내 스타일이야!! 
 
잠시 후 우리는 진짜로 치즈케이크 맛집을 찾아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도 않는 까페였는데 버거씨가 홀린듯이 들어가서 귀신같이 찾아낸 것이다! 마치 박물관처럼 생긴 곳이라 나는 상상도 못했는데.. 심지어 치즈케이크가 엄청나게 맛있었다. 그후로부터 우리는 이집 단골이 되어서 몇번이나 더 찾아왔다. 

더운 여름 오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는 달달 고소한 치즈케이크! 
 
배를 제대로 채운 우리는 산타크루즈(라팔마섬의 중심도시. 우리가 묵는 곳이다)를 걸어서 둘러보기로 했다. 

뭔가 눈이 정화되는 색깔들이었다. 파란하늘 흰건물 초록 선인장-

더운데 걷느라 좀 애먹기는 했다. 그래도 차도옆에 인도가 따로 나 있어서 걷기는 수월했다. 

옛날 도시를 지키는 성곽인듯 했다. 
 

실컷 걷고나서 시내로 돌아왔다. 
해가 지고 있었다. 
 
어? 오라버니 벌써 저녁시간이네? 

버거씨는 정말 맛집을 잘 찾아낸다. 구글 리뷰를 보지 않고도 어찌나 맛집 감별을 잘하는지! 
 
"이집은 분명 맛집이야. 왜냐고? 관광객이 아니라 현지인들로 가득차 있잖아. 어딜가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 진짜지." 

생과일 쥬스 몇개는 알아보겠는데 몇개는 뜻을 몰라서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았다. 한가지 과일은 3.20유로, 두가지 과일은 3.50유로. 뭐 양이 많아지는건 아니니까 나는 오랜만에 파파야를 먹어봐야겠다.
 
내가 파파야 생과일 쥬스을 달라고 주문했더니 엄청나게 친절한 웨이터가 이렇게 물었다. 
 
"우유 베이스로 드릴까요? 아니면 물을 넣을까요? 가격은 동일해요." 
 
"파파야랑 뭐가 더 잘어울리나요?" 
 
"파파야는 우유보단 물과 얼음이지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밝게 웃는 직원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부심을 느낄수가 있었다. 저런 사람이 진짜 멋진 사람이지! 
 

파파야 쥬스 정말 맛있었다!! 자, 오빠도 마셔봐- 
 
버거씨는 메뉴에서 엄청 반가운 음식을 발견하고는 환호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포루투갈 음식이었다. 

밥, 계란 후라이, 콩조림, 바나나 구이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속에 숨어있는 소고기 장조림이었다. 단짠의 맛이 마치 우리나라 소고기 장조림과 흡사했는데 양이 정말 푸짐했다. 

아보카도 오렌지 샐러드와 크로켓을 시켜서 골고루 나눠먹기로 했다.  

이날 저녁식사는 정말이지 대만족이었다. 무엇하나 맛이 빠지는 것이 없었다. 직원도 엄청나게 친절했고 가격에 비해서 음식수준이 너무나 좋았다. 

맛있고 낭만적인 밤이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