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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해외 여행 중 로컬 버스 여행의 묘미.gif

by 요용 🌈 2024. 8. 3.

화산 투어를 마친 우리는 여행사 앞에 있던 공원에 야외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아침에 싸온 간식을 꺼내먹었다. 산에서는 음식물 섭취가 허락되지 않았기에 배가 고팠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샌드위치랑 바나나가 유난히 맛있었다. 

공원앞 수돗가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는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너무 느긋하게 앉아있다가 버스시간을 놓칠뻔했다. 
 
뱃속에 샌드위치가 울리도록 달린 덕분에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탈 수가 있었다. 

 
꾸불꾸불한 도로때문에 내가 종종 멀미를 했더니 버거씨가 맨 앞자리에 앉자고 했다. 앞자리에 앉으니 뷰가 정말 좋구나! 
 
이번 여행에서 차를 렌트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다닌것은 정말 신의 한수였다. 주민들의 모습을 정말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기사아저씨는 이 구역 최대 인싸인듯 했다. 버스에 타는 남녀노소 승객들과 모두 친한 사이로 보였고 심지어 길가에서 기사님에게 손을 흔들며 반기는 주민들도 심심치않게 보였다. 
 
"이 기사님은 진짜 본인의 일을 즐기는 것 같아. 이 동네 인기쟁이네."
 
"응 진짜 행복해 보여. 나라면 이 작은 동네에서 버스 운전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네. 맨날 똑같은 광경만 보며 살거 아니야." 
 
난...? 행복할 수도 있을것 같은데? 
 
그때 한 아주머니가 십대 소녀와 함께 버스에 올랐는데 기사아저씨가 두 사람과 살갑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너 벌써 이만큼 컸구나! 뭐 이런 대화로 느껴졌다. 소녀는 손에 강아지가 든 케이지를 들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강아지에게도 큰 소리로 인사를 하셨다. 기사님은 운전하는 내내 버스안에 할아버지랑 아저씨들이랑 쉴새없이 대화를 나누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내내 우리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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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치는 덤이었다. 라팔마에서는 북쪽이든 남쪽이든 가는 곳마다 절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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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바나나 농장 사이를 헤치고 열심히 기어올라온 추억이 떠오르네...  아이고 관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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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떤 절경이 펼쳐질 지 몰라 한시도 창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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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면 더 어마어마하다.
 
 
이날 저녁에도 버거씨가 진짜 로컬 맛집을 찾아냈다. 
 
직원들과 의사소통이 안돼서 주문하는데 살짝 애는 먹었지만 음식 사진을 보여주는 식으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가 있었다.

우리가 일등으로 들어왔는데 가게 안은 순식간에 현지 손님들로 꽉 찼다. 역시 현지주민들이 많은 식당이 맛집이라던 버거씨의 말이 맞았다. 

내가 맥주와 함께 식전빵을 먼저 주문했는데 직원이 "갈릭빵?" 하고 묻길래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빵은 안먹는다던 버거씨는 갈릭빵 냄새를 맡자마자 홀린듯 한입에 다 삼겨버렸다. 버터, 마늘, 부드러운 빵의 식감이 넘나 내 취향이었다.  

버거씨는 라팔마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들을 몇가지 검색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생선스프였다고 한다. 이 레스토랑이 바로 이 생선스프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는데 메뉴에는 이게 없었다. 생선스프 사진을 보여줬더니 직원이 오늘 메뉴에는 없지만 만들어 주겠다며 해 준것이었다. 진짜 라팔마에서 먹어본 모든 메뉴를 통틀어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맛이었다. 한국인 입맛에 딱이라고나 할까. 국물을 한방울도 안남기고 퍼먹었다. 
 

카나리아에서 먹어봐야 한다는 작은 오징어(쭈꾸미가 아니었구나...). 튀김옷 없이 오늘은 그냥 볶음으로 먹어보았다. 이것도 맛있었는데 기름이 너무 많았다. 
 
만족스러웠던 저녁 식사 후에는 해변을 산책하다가 버거씨가 디저트를 먹으러 가자고 했다. 

 
얼마전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버거씨눈에 이곳 케이크가 맛있어 보였던가보다. 
버거씨가 직원을 아무리 불러도 직원들이 계속 못본척을 하며 자꾸만 그냥 지나쳤다. 버거씨가 살짝 의기소침해 있을때 내가 케이크가 전시된 쪽으로 가서 직원에게 말을 걸었고 직원은 바로 내 주문을 받아주었다. 
 
"나 잘했지?"
 
"응. 하여간 사람들이 여자들한테 더 관대하다니까." 
 
"여자라서 그런게 아니라, 나니까 그런거지."
 
"하하하 인정." 
 
내 농담에 버거씨가 껄껄웃었다. 

잠시 후 직원이 내가 주문한 디저트들을 갖다주었다. 
 
망고케이크랑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 둘 다 이 레스토랑에서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거라고 한다. 

 
아이스크림은 고소하고 정말 맛있었다. 망고케이크는 그냥 저냥 쏘쏘... 
 
"내일은 우리 치즈케이크집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가자." 
 
그래 그래야지...
 
어느새 우리 여행의 끝이 다가오고 있구나. 시간 정말 잘 간다. 
남은 시간도 최선을 다해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