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휴가 5일째 날은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일단 며칠동안 너무 많이 걸었더니 온몸이 무거웠던 이유도 있었고 (왜 나만 힘들지....ㅠ.ㅠ) 거기다 학점은행제로 듣는 한국어교원2급 과정에서 시일내로 제출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었기도 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휴가지까지 무거운 노트북을 챙겨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호텔에서 우리에게 투베드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 덕분에 나는 옆방에서 조용히 과제에 집중 할 수가 있었다. 내가 과제를 하는 동안 버거씨는 우리가 점심을 맛있게 먹을 레스토랑을 검색하고 예약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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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걸어가는 동안 버거씨가 말했다.
"한국 가족들한테 아직 너 어떤 상황인지 말 안했어?"
"우리 언니한테만 말했어. 우리 부모님은 충격받으실까봐 아직 말 못했고..."
"언니가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 내가 네 옆에 함께 있고 또 이렇게 휴가도 떠나와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고 말해주는게 어때?"
"당연히 말했지. 사진도 몇 장 보냈어."
"하하 내가 널 보살펴줘야하는데 심하게 고생만 시켰네. 바나나 농장사이에서 헤맸던 일은 언니한테 말하지 말아줘."
근육통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했더니 내심 미안했던지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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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문어요리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과연 맛있네... 야들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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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과제를 마저해야 하니까...
머리가 복잡할때는 과제도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더니 막상 머리를 비우고 부담없이 (일단 제출하는데 의의를 둔다는 심정으로) 썼더니 훨씬 더 잘 써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들을 두서없이 일단 다 써본 후에 이리저리 문단으로 묶어주고 순서를 나열해 보니 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
옆방으로 가서 소리없이 혼자 있던 버거씨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나 과제 다 했어! 이제 자유야!"
"벌써 다했어? 생각보다 빨리했네. 나도 좋은 소식이 있어!"
버거씨는 혼자 있는 동안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을 검색했고(ㅋㅋ역시 내 스타일) 남은 일정동안 참여할 수 있는 라팔마 인기 투어 프로그램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중에 몇가지 흥미로운 투어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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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해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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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산 와인이 굉장히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한잔에 1유로대였던가? 음료수 가격이랑 맞먹길래 이때부터는 식사때마다 와인을 주문했다.
바삭하고 달콤한 가지튀김이 특이하고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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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에 이렇게 작은 오징어가 유명하대."
작은 오징어면 쭈꾸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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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돼지고기 찹스테이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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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식사중 버거씨는 본인이 찾아낸 투어상품들을 설명했다. 둘 다 트래킹 투어였는데 하나는 너무 힘들것 같아서 단념시켰고 나머지 짧은 화산 투어만 예약하는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전날 우리가 다녀왔던 해변 화산 분화구는 1971년에 폭발했던건데 이번에 투어로 가 볼 화산은 불과 2021년에 폭발했던 곳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당시 기사로 봤던 기억이 난다. 새삼 기사로만 보았던 그 화산섬에 내가 지금 와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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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게 식사를 하며 해변쪽으로 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여행에는 정말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두고 떠나온 복잡한 내 상황을 잠시 벗어나 머리를 비울 수 있게 해 준다. 말끔히 비워진 머릿속에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만 가득 채운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오늘은 별것도 안했는데 마음이 이리도 편안할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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