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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출발/카나리아 라팔마섬

여행지에서 쉬어가는 하루

by 요용 🌈 2024. 8. 1.

카나리아 휴가 5일째 날은 느긋하게 보내기로 했다. 
일단 며칠동안 너무 많이 걸었더니 온몸이 무거웠던 이유도 있었고 (왜 나만 힘들지....ㅠ.ㅠ) 거기다 학점은행제로 듣는 한국어교원2급 과정에서 시일내로 제출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었기도 했다.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다. 휴가지까지 무거운 노트북을 챙겨오고 싶지는 않았는데... 
 
호텔에서 우리에게 투베드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 준 덕분에 나는 옆방에서 조용히 과제에 집중 할 수가 있었다. 내가 과제를 하는 동안 버거씨는 우리가 점심을 맛있게 먹을 레스토랑을 검색하고 예약을 했다고 한다. 
 

 

 
점심을 먹으러 걸어가는 동안 버거씨가 말했다.
 
"한국 가족들한테 아직 너 어떤 상황인지 말 안했어?" 
 
"우리 언니한테만 말했어. 우리 부모님은 충격받으실까봐 아직 말 못했고..." 
 
"언니가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 내가 네 옆에 함께 있고 또 이렇게 휴가도 떠나와서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고 말해주는게 어때?" 
 
"당연히 말했지. 사진도 몇 장 보냈어." 
 
"하하 내가 널 보살펴줘야하는데 심하게 고생만 시켰네. 바나나 농장사이에서 헤맸던 일은 언니한테 말하지 말아줘." 
 

근육통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고했더니 내심 미안했던지 맛있는 걸 사주고 싶었던가보다. 

이 집 문어요리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한다. 
 
과연 맛있네... 야들야들...! 

정말 맛있게 점심을 먹고나서 우리는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나는 과제를 마저해야 하니까... 
 
머리가 복잡할때는 과제도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더니 막상 머리를 비우고 부담없이 (일단 제출하는데 의의를 둔다는 심정으로) 썼더니 훨씬 더 잘 써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들을 두서없이 일단 다 써본 후에 이리저리 문단으로 묶어주고 순서를 나열해 보니 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 
 
옆방으로 가서 소리없이 혼자 있던 버거씨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나 과제 다 했어! 이제 자유야!" 
 
"벌써 다했어? 생각보다 빨리했네. 나도 좋은 소식이 있어!" 
 
버거씨는 혼자 있는 동안 저녁을 먹을 레스토랑을 검색했고(ㅋㅋ역시 내 스타일) 남은 일정동안 참여할 수 있는 라팔마 인기 투어 프로그램을 검색했다고 한다. 그중에 몇가지 흥미로운 투어를 찾아낸 모양이었다. 

“저녁 먹으면서 얘기해줄게!”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곳은 해변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이 지역산 와인이 굉장히 저렴해서 깜짝 놀랐다. 한잔에 1유로대였던가? 음료수 가격이랑 맞먹길래 이때부터는 식사때마다 와인을 주문했다.
 
바삭하고 달콤한 가지튀김이 특이하고 맛있었다. 

 
"이 지역에 이렇게 작은 오징어가 유명하대." 
 
작은 오징어면 쭈꾸미려나...? 

그리고 돼지고기 찹스테이크를 시켰다. 

레드와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식사중 버거씨는 본인이 찾아낸 투어상품들을 설명했다. 둘 다 트래킹 투어였는데 하나는 너무 힘들것 같아서 단념시켰고 나머지 짧은 화산 투어만 예약하는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전날 우리가 다녀왔던 해변 화산 분화구는 1971년에 폭발했던건데 이번에 투어로 가 볼 화산은 불과 2021년에 폭발했던 곳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당시 기사로 봤던 기억이 난다. 새삼 기사로만 보았던 그 화산섬에 내가 지금 와있다는 사실에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느긋하게 식사를 하며 해변쪽으로 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여행에는 정말 강력한 힘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두고 떠나온 복잡한 내 상황을 잠시 벗어나 머리를 비울 수 있게 해 준다. 말끔히 비워진 머릿속에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만 가득 채운다. 옆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오늘은 별것도 안했는데 마음이 이리도 편안할 수가 있나.